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 4 - 1등 만들어 드림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정연철 지음, 오승민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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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극적 구성 덕분에 단숨에 읽었다.
어쨌든 훈훈하게 마무리되어 천만다행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예나,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이라 친구들 사이에서 미모사라는 별칭이 있다.
예나는 이번 수학경시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인 대상을 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던 석민호와는 수학경시대회를 앞두고 돌연 경쟁관계에 놓인 상태이다.
민호는 이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예나가 마법의 힘을 빌어 민호를 돌연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일요일 전국 수학 학력 경시대회가 있어. 내 인생이 걸린 아주아주 중요한 시험이야. 내 성적이 잘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 무엇보다 같이 시험 보는 우리 반 석민호가 완전히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 꼭."

백꼬선생과 꼬북영감은 매우 난처하다.
아무 이유 없이 상대방한테 해를 가할 목적으로 비는 소원은 안 된다. 그런 임무 수행은 금지되어 있다.
예나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이 책은 매직 캐츠 월드에 사는 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이 그림책방을 찾아 온 의뢰인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컨셉의 연작 동화이다.
이미 세 권이 출간되었으며 본 도서는 그 네 번째 이야기인 것이다.
백꼬선생은 백 번을 살아본 경험으로 인하여 예나를 속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도움을 주려는 태도를 보인다. 꼬북영감 또한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주특기인 드림 매직 파워를 사용하여 위기에 빠진 예나의 영혼을 구해내는데...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인 서사는 동화책 속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엄마가 밥 먹듯이 하는 말. 솔직히 말하면 의대는 엄마 목표였다. 의대 진학을 준비하던 오빠가 갑자기 진로 방향을 인공 지능 쪽으로 트는 바람에 집안에 태풍이 불었다. 하지만 오빠의 고집을 꺾진 못했고 대신 예나를 향한 부모님의 집착이 더 강해졌다. 예나는 아직 뭐가 되고 싶다는 샘각을 한 적이 없다. 할아버지도 의사고 아빠도 의사고 친척 중에서도 의사가 많긴 했지만 그건 예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엄마는 뭐든 "다 너를 위해서야."라고 말했다. 예나는 엄마한테 의사가 되고 싶다고 부탁한 적 없는데...-

우리 주변에서도 수많은 '홍예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른 채 부모의 바램대로 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 말이다.
친구의 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후 폭탄선언을 하더란다.
지금까지 엄마가 하라는 대로 공부해줬으니 이젠 내 삶에 끼어들지 말라고... 
친구는 충격을 받았겠지만 그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당당하게 내적 독립을 선언하였고, 그로 인한 더 이상의 비극은 없을 것이므로...

재미난 어투를 그대로 살린 위트있는 문장과 오승민 작가의 섬세한 일러스트가 더해진 이 책. 가독성이 좋아서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성큼 훔칠 듯하다.
읽기 시작하면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할만큼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책장을 덮는 순간에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며 일침을 놓는 작가의 단단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양육자, 교사들에게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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