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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강아지 케르베로스 ㅣ 웅진 우리그림책 119
박우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5월
평점 :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을 순수한 시선으로 풀어낸 그림책이다.
핑크빛 컬러감과 더불어 애써 귀여움이 묻어나는 제목 덕분에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
케르베로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지옥의 문을 지킨다는 '지옥의 삼두견'이라 불리운다. 그것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일반적으로는 무시무시하고 포악한 형태로 만나볼 수가 있는데, 작가는 이러한 편견을 물리치고 아이들에게 친숙한 그림책의 소재로 가져와 희화화 함으로써 막연한 공포에 맞서고 있다.
그저 길 잃은 강아지일 뿐 케르베로스는 사람들에게 전혀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잔뜩 겁에 질려서 온갖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림책 속 아이는 다르다.
가족을 찾을 때까지 돌봐 주겠다며 집으로 데려간다.
공포감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내 안에 있는 두려움도 꺼내어 보게 된다.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이 말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와 닿는 순간이었다.
-엄마, 아빠!
길을 잃어버린 귀여운 강아지를 데려왔어요.
가족을 찾을 때까지
데리고 있어도 되지요?-
케르베로스를 처음 본 엄마와 아빠의 반응도 서로 다르다.
아빠는 괴물이라며 무서워하는데 엄마는 아이가 강아지를 데려온 것이 못마땅하여 잔뜩 화가 났다.
어쨌든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아빠는 두려움을 버리고 케르베로스를 받아들이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반대한다.
이런 정도는 깨알 재미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인다는 것은 무한한 책임감과 윤리 의식이 수반되는 커다란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부터 아이는 케르베로스의 가족을 찾아 주기 위해서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좌충우돌하며 강아지 길들이기에 공을 들이는 아이의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안 돼, 귀여운 강아지야!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그러면 되겠니?
착한 강아지가 되겠다고 나랑 약속해.
자, 약속!
그럼 우리 연습해 볼까?-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는 전혀 뜻밖의 사건 전개로 독자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결말 또한 대박 사건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는 유독 스케일이 크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공간을 넘나들고, 입맛대로 신화 속 인물들을 소환해 온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독자들은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든가 공룡시대, 그리고 가족, 친구, 이별,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 나누기 등...
좋은 그림책의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
이 책 또한 충분히 그러하다.
어린이 독자들이 그림책을 통하여 정서적으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