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하늘에서 생선비가 내린다면? 이처럼 재미있는 상상이 솔깃한 이야기를 만들고,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입혀져서 매력 넘치는 그림책으로 탄생하였다. 표지 그림 속 도둑고양이 캡틴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더니 역시 여느 고양이들과는 다르다. 초록 눈과 초록 스카프가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고양이 캡틴과 마음씨 좋은 생선 가게 아저씨와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은 2020년, 제 18회 그림책 대상 스토리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마을 시장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고양이를 '캡틴'이라고 부른다. 캡틴은 오늘도 생선 가게를 찾아왔다. 자기가 좋아하는 꽁치 한 마리 가져가도 되냐며 당당하게 묻는다. 그럴 때마다 아저씨는 싱긋 웃으며 한 마리라면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다고 대답한다. 참으로 훈훈한 장면이 아닌가! 어릴 적 기억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밥상 위의 구운 갈치 한 토막을 입에 물고 잽싸게 도망가는 것이었다. 그 고양이는 주인 밥상을 탈취한 배은망덕한 녀석이었다. 그날 저녁 우리 집에서는 고양이 때문에 잠시 평화가 깨졌지만, 그림책 속 마을 시장은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평화롭다. "오늘은 전국이 맑은 가운데 한때 생선비가 쏟아질 예정입니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꽁치가 내리고 가끔 고등어가 내릴 수도 있습니다. 우산을 챙기는 게 좋겠습니다. 그물이나 냄비도 좋을 것 같네요." 가전제품 가게에 진열된 텔레비전에서 일기 예보가 들려왔다. 캡틴은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생선 비늘 모양의 구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캡틴의 설레임과는 달리 생선 가게 아저씨는 낙담한 표정이다. "캡틴, 너도 일기 예보 들었니? 아무래도 큰일이 난 것 같구나. 하늘에서 꽁치가 쏟아져 내리면 생선 가게는 망할 거야. 아무도 생선을 사지 않을 테니까. 휴, 이를 어쩌면 좋니?" 이 말을 들은 캡틴은 앞발로 얼굴을 닦으며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캡틴답게 마을의 고양이들을 다 불러 모은 것이다.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이 캡틴 앞으로 모여 들었다고 했는데, 내가 직접 세어보니까 21마리나 되었다. 캡틴까지 합쳐서 22마리 고양이 그림이 장관이다. 그림 작가는 페이지를 넘겨서 눈빛과 표정이 살아있는 갯버들 도적단 고양이들의 면면을 클로즈업 시켰는데 이 장면이 과연 압권이다. 닮은 듯 각기 다른 고양이들이 독자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지금부터 갯버들 도적단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는 의미일까? 야생의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물까치 한 마리가 마당에 놀러 왔는데, 그걸 본 고양이는 풀잎 사이에 몸을 숨긴 채 기다리다가 새가 날아오르는 바로 그 순간 재빨리 점프를 하여 순식간에 낚아채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눈부신 솜씨였다. 갯버들 도적단 고양이들의 솜씨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면 이 그림책을 꼭 만나보시라. 하늘에서 내리는 꽁치를 먹어치우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환호하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다. 충분히 호쾌한 장면들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은 뒤에 찾아오는 나른함이 묻어나는 그림책 후반부에 이르면 또 한 번의 기가 막힌 반전이 예고되어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