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이야기책
윌 힐렌브랜드 지음, 이종원 옮김 / 행복한그림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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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쩐지 꼭 눈이 올 것만 같아.'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하얀 눈이 퐁퐁, 팡팡, 포올폴, 화르락...지칠 줄 모르고 나풀거리는 눈송이들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었다.
게다가 산타의 썰매를 끄는 여덟 마리 순록들과의 조우는 매우 흥미롭다.

-날쌘돌이 대셔
-흥 많은 댄서
-멋쟁이 프렌서
-투덜이 빅센
-별박사 코멧
-사랑꾼 큐피드
-느긋한 도너
-힘찬 블리첸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을 담은 헌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감동이다.
-해마다 12월 24일 밤이면
<크리스마스 전날 밤>을 읽으며
 성탄절을 따뜻하게 열어 주셨던
 아버지께 이 책을 바칩니다.-

/1779년 뉴욕에서 태어난 클레멘트 C. 무어는 미국의 학자이자 문학가이다. 자신의 아홉 자녀를 위해 지은 시 <크리스마스 전날 밤>은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되었다./ [출처:알라딘]

크리스마스 전날 밤, 산타 할아버지는 출발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썰매를 끌어야 할 순록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 시각 순록들은 각자 좋아하는 일에 빠져 있다.
산타 할아버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오, 이런! 여기저기, 구석구석,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질  않네. 순록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산타 할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일단 여기서 멈추고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다양한 해결책이 나오며 의견이 분분해질 것이다.
그런 와중에 눈 밝은 아이가 틀림없이 발견하게 될 치트키가 있다.
산타 썰매 안에 담겨 있는 초록색 표지의 책 한 권을 말이다.

-그러자 순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달음에 모여들었어요.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었어요. 
 집 안은 온통 고요하고..."-

오호~순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산타 할아버지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낯설지 않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믿고 있기 때문일까?

산타가 읽어주는 책이 궁금하다면 <크리스마스 전날 밤>을 찾아서 직접 읽어보면 될 것이다.
이처럼 본 도서와 함께 자연스럽게 연계 그림책으로까지 확장되는 스토리텔링은 금상첨화 격이다.
나도 내 서가에서 크리스마스 그림책들을 하나 하나 꺼내어 다시 읽어 보려고 한다.
이번 기회에 크리스마스 그림책 서가를 따로 꾸미고 싶은 생각도 있다.
내 삶 속에 또 하나의 예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보탤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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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첫 번째 순록 대셔 크리스마스 순록 대셔
매트 타바레스 지음, 용희진 옮김 / 제이픽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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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뻐서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크리스마스 그림책이다.
크리스마스 그림책은 약속처럼 언제나 행복을 가져다 준다.
더우기 이 책은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순록 대셔의 아름다운 여정을 응원하는 가운데 독자들 또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풍성하게 나눌 수 있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 모으며 마음 속에 품은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던 기억이 있다.
두근두근 심장이 쿵...
장면마다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사랑스러운 그림책에 푹 빠져서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표지부터 강렬하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터치감으로 완성된 놀라운 묘사력 뿐만 아니라 고급진 디자인의 우월한 퀄리티가 매력을 발산한다.
사이즈와 판형도 맘에 쏙 든다.
그림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연말 선물용으로 딱이다.
사실 처음에는 일러스트에 홀딱 반했지만 예상치 못한 스토리 또한 무척이나 아름답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덟 마리 순록 썰매단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는 산타의 모습이 눈앞에 선연하게 떠오른다.
크리스마스의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자, 대셔! 댄서! 프랜서! 빅슨! 코멧! 큐피드! 도너! 블리첸!"

앗!  여기서 잠깐, 그럼 루돌프는?
산타 썰매는 루돌프가 끄는 줄만 알았던 나로서는 뜻밖의 이야기였는데, 영미권 아이들에게는 이미 이들의 이름이 친숙하다고 한다.
놀라운 비밀 하나가 더 있다.
원래 산타의 썰매는 순록들이 아니라 실버벨이라는 이름의 말이 혼자서 끌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올해는 썰매가 무거워 유난히 힘드네요. 죄송해요. 산타."
 산타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어요.
 "괜찮다, 실버벨. 푹 쉬었다 가면 되니 걱정하지 말아라."
 "저, 혹시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바삐 가던 길을 멈추고 타인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는 어린 순록 대셔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한눈 팔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 하라'는 말이 파편처럼 박히는 상황이었지만 대셔는 달랐던 것이다.
올바른 가치 판단에 따라 용기있는 행동을 보여 준 대셔에게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 이제 마음껏 날아오르렴.'

대셔는 가족들과 함께 피네건 서커스 유랑단에서 마차를 끌며 살고 있었다.
뜨거운 한낮은 물론이고 깊은 밤에도 쉴 수 없었다. 긴긴밤을 지나기 위해 엄마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였다.
빛나는 북극성 아래, 상쾌하고 차가운 공기, 하얀 눈이 시원한 이불처럼 늘 덮여 있는 땅. 
그때부터 대셔에게는 꿈이 생겼다.
언젠가 그 곳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세찬 바람이 부는 어느 밤, 북극성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있던 대셔는 삐걱거리는 큰 소리에 깜짝 놀랐다.
세상에!
순록을 가둬 둔 우리 문이 열린 것이다.
대셔는 북극성을 향하여 몇 시간이나 달리고 또 달렸다.
하지만 그 여정은 두려움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때 숲에서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대셔는 그렇게 산타를 만나 그의 첫 번째 순록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덟 마리 순록 썰매단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림책으로 꼭 만나보기 바란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사람들,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처럼 반짝거리는 소망들이 어둡고 추운 세상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를...
모두 모두 해피 크리스마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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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삶의 순간을 담다 - 함께 완성하는 시니어 그림책 서평 에세이
어른그림책연구모임 지음 / 백화만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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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른그림책연구모임'의 멤버들이 2021년 8월부터 현재까지 '60+ 책 추천(책읽는사회문화재단)' 온라인 공간에 기고한 그림책 서평을 기반으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를 위한 유의미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지만 임팩트 있는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마음을 울리는 제목도 딱 맞춤이다.
책을 열면 서문이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심금을 파고 들었다.
오랫동안 그림책을 곁에 두고 아끼며 사랑한 사람의 내공이 단숨에 느껴진다.
메시지도 분명하다.

/'그림책 삶의 순간을 담다'는 읽는 이가 쓰는 이로 참여할 때 더욱 아름답고 완전해지는 책입니다. 이 책의 서평을 읽고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찾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감동을 얻을 수 있지만, 서평 말미의 독후활동지  '삶을 담아요'에 자신을 표현하며 자칫 놓쳐버릴 수 있는 삶의 순간순간들을 담는다면 당신의 소중한 보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모두 그런 경험을 해보시길 소망합니다./

이제 차례를 살펴보자.
내용이 많아서 무려 5페이지에 달한다.
크게 보면 여는 글과 본문, 그리고 본 도서에서 소개한 그림책을 표로 정리한 부록, 이렇게 세 부분이다.
우리 삶의 순간들을 일 년 사계절로 풀어내고 있는 다섯 챕터의 본문 구성이 특히 돋보였다.

1장ㅡ가지마다 피어오르는 봄, 봄물
2장ㅡ초록초록한 여름, 여름날 한때
3장ㅡ깊어가는 가을, 오래 머물고픈 그 자리
4장ㅡ그리움을 뒤로한 채 겨울, 겨울 눈
5장ㅡ그림책으로 만난 나의 봄, 아름다운 봄날

1장부터 4장까지는 각 장마다 여섯 편의 주요 서평이 있고, 그 아래 '함께 읽어요' 코너를 통해 네 권씩 연결 그림책을 덧붙이는 격으로 총 120권의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독후활동지가 30종이다.
실로 방대한 자료가 아닌가!

마지막 5장은 독자가 직접 참여해야만 비로소 완벽해지는 챕터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 '친구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의 목록을 만들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내가 직접 쓰는 500자 서평, 1000자 서평의 공간도 있다.
그런가 하면 그림이나 콜라주 등의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자유롭게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활동은 '친구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각자에게 꼭 맞는 드레스를 골라주듯 정성을 다하려고 한다.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 하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본 도서에서 소개한 120권의 그림책들 또한 모두 만나보고 싶다.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도 있고, 마음 먹고 새로 구입한 책도 있다.
그밖의 책들은 기억 속에 넣어두기로 한다.
언제든 어디서든 조우하게 될 그 날을 위하여...

그림책으로 충분히 공감하고, 진정한 위로를 얻은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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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이 나무를 심다 딱따구리 그림책 37
앤 윈터 지음, 다니엘 미야레스 그림, 김경미 옮김 / 다산기획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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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칸파이를 처음 만난 날을 반짝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호두파이를 좋아해서 가끔 빵집에 들른다.
그런데 하필 그 빵집에서는 호두파이 말고 피칸파이를 권하는 것이었다.
호두보다 좀 더 부드럽고 고소한 향과 맛이 느껴졌다.
덕분에 지금은 선호도가 바뀌었다.
피칸은 미국과 멕시코에서 주로 재배되는 가래나무과에 속하는 식물인 피칸나무의 열매이고, 이름의 유래는 돌로 깨는 과일이란 뜻의 '파칸'에서 왔다고 한다.
피칸나무 이야기를 이렇게 뜬금없이 꺼내는 이유가 있다.
그림책의 배경이 되는 나무가 바로 피칸나무이기 때문이다.
이는 뒤면지에 실려 있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이야기를 통하여 알 수 있었다.
피칸나무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덧입히고 다양한 수작업을 거쳐서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책을 지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이 책은 2024 에즈라 잭 키츠 수상작으로 평단의 주목과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그림책의 뒤표지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리뷰들을 읽으며 적극 공감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하기로 한다.

나무를 둘러싼 아이들의 즐거운 활동과 경험이 윈터의 글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 미야네스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그림은 두 시각의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며, 나무와 나무를 둘러싼 사랑과 사람과의 관계를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_북리스트

과연 그러하다.
그림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마치 깡총하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듯한 독특한 구성 방식이 규칙적인 리듬을 타고 흐르는 물처럼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현재의 상황과 과거의 상황을 매번 왔다갔다 하면서 어린 넬이 피칸나무를 심고 가꾼 이야기, 그리고 할머니가 된 넬의 손주들이 그 나무 아래서 신명나게 뛰어노는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다.

우리 시골집 마당에 몇 가지 유실수를 심었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석류와 대추 열매를 수확하였다.
나무 심은 지 오륙 년만이다.
호두나무는 아직도 열매 구경을 못하고 있다.
이처럼 나무가 제대로 자라려면 긴 세월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 나무에 매달리고 나무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책의 독자들은 이 모든 순간을 단숨에 경험하게 된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글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장대한 서사를 품고 있으니 따로 읽어도 함께 읽어도 좋다.
앤 윈터 작가의 글은 구절마다 시가 되어 마음을 적시고, 다니엘 미야레스 작가의 역동적인 그림은 놀랍도록 섬세하여 감탄을 부른다.
특히 넬의 성장과 삶, 그리고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연결시킨 두 개의 장면 묘사는 압권이었다.

-나무는 자라고
 또 자라고-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 또한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가을 향기 가득한 해질녘의 평화로움이 축복처럼 다가오는 장면이다.
커다란 피칸나무 아래 대가족이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피어난다.
먼훗날 내 인생에 찾아올 가을날을 기다리며 오늘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범사에 감사하며 지극히 낮은 자세로 작은 나무 한 그루라도 심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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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꽃수레 할머니가 살아요
리나 레텔리에르 지음, 엄혜숙 옮김 / 다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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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모습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도 있다니...

-피튜니아와 수선화 사이에서
 할머니를 발견했어요......
 꽃잎을 활짝 피운 꽃처럼 해를 향해 웃고 있는 할머니를요.- [본문 중에서]

'고독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독사란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죽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항에 의하면 "고독사"란 가족, 친척, 친구, 지인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 나홀로 죽음이 급증하면서 생긴 신조어로, 2011년부터 방송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영어권에서도 신조어로 취급하여 Kodokushi라는 일본어 발음을 번역 없이 그대로 쓰고 있으나, 2022년 CNN 기사에서 보듯이 "lonely death(s)"라는 명칭도 사용하는 추세이다.\
[출처 : 나무위키]

그림책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모순을 배척하고 있는 듯하다.
아울러 이웃들의 무관심과 나쁜 소문으로 인하여 인격적인 모독을 감수한 채 모든 것을 묵묵히 견디어낸 한 사람의 영혼을 따스하게 위로한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작금의 시대 상황에서 홀로 살다가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서 무조건 고독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림책 속 꽃수레 할머니 또한 나 홀로 살고 있다.
날마다 같은 시간에 수레에 꽃을 한가득 싣고 동네 한 바퀴 산책을 즐긴다.
사람들은 이런 할머니를 보면서 수군거린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꽃수레 할머니와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쳐다보지도 말라고요.
 할머니는 제정신이 아니어서 위험하대요.
 한번은 어떤 남자아이가 할머니 눈을 들여다보고는 식물로 변했대요.
 영원히요.
 하지만 난 그 사람들 말을 믿지 않아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단 한 사람, 그림책 속 화자만이 할머니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다.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경찰이 할머니의 집을 수색했지만 할머니를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
사람들은 할머니가 산책 도중에 길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화자는 그 사람들 말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직접 할머니 집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묘한 긴장감에 휩쓸렸다.
그것은 아마도 나의 문제일 것이다.
죽음의 모습을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정서가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림책 뒤표지에 꽂혀서 한참을 머무르게 된다.

-이 책은 이웃의 무관심과 사회의 편견에 가려져 홀로 살아가는 그들과 그들을 모른 척하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늘 같은 시간에 꽃수레를 끌고 지나가던 할머니가 어느 날 보이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건가요?"-
임경희,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저자

정답은 알지만 정직한 답을 내놓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그림책 속 화자인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다.

"나와 함께 가실래요?
 우리 같이 꽃수레 할머니를 찾아 보아요."

충분히 사랑스럽고 설득력 있는 그 목소리는 커다란 울림이 되어 내 마음 속 깊숙이 스며드는 것이었다.

그림책의 헌사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2023년 12월에 산불로 황폐해진 리마체
 그리고 나의 개 바르바스와 딸 마리아와
 마리아의 증조할머니인 넬다, 아우로라, 에스테르를 위하여-

리나 레텔리에르 작가는 1987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나 지금은 발파라이소 지역 리마체에 살고 있다고 한다. 
헌사를 통하여 작가의 따스한 감성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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