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 꽃수레 할머니가 살아요
리나 레텔리에르 지음, 엄혜숙 옮김 / 다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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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모습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도 있다니...

-피튜니아와 수선화 사이에서
 할머니를 발견했어요......
 꽃잎을 활짝 피운 꽃처럼 해를 향해 웃고 있는 할머니를요.- [본문 중에서]

'고독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독사란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죽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항에 의하면 "고독사"란 가족, 친척, 친구, 지인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 나홀로 죽음이 급증하면서 생긴 신조어로, 2011년부터 방송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영어권에서도 신조어로 취급하여 Kodokushi라는 일본어 발음을 번역 없이 그대로 쓰고 있으나, 2022년 CNN 기사에서 보듯이 "lonely death(s)"라는 명칭도 사용하는 추세이다.\
[출처 : 나무위키]

그림책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모순을 배척하고 있는 듯하다.
아울러 이웃들의 무관심과 나쁜 소문으로 인하여 인격적인 모독을 감수한 채 모든 것을 묵묵히 견디어낸 한 사람의 영혼을 따스하게 위로한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작금의 시대 상황에서 홀로 살다가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서 무조건 고독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림책 속 꽃수레 할머니 또한 나 홀로 살고 있다.
날마다 같은 시간에 수레에 꽃을 한가득 싣고 동네 한 바퀴 산책을 즐긴다.
사람들은 이런 할머니를 보면서 수군거린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꽃수레 할머니와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쳐다보지도 말라고요.
 할머니는 제정신이 아니어서 위험하대요.
 한번은 어떤 남자아이가 할머니 눈을 들여다보고는 식물로 변했대요.
 영원히요.
 하지만 난 그 사람들 말을 믿지 않아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단 한 사람, 그림책 속 화자만이 할머니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다.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경찰이 할머니의 집을 수색했지만 할머니를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
사람들은 할머니가 산책 도중에 길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화자는 그 사람들 말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직접 할머니 집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묘한 긴장감에 휩쓸렸다.
그것은 아마도 나의 문제일 것이다.
죽음의 모습을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정서가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림책 뒤표지에 꽂혀서 한참을 머무르게 된다.

-이 책은 이웃의 무관심과 사회의 편견에 가려져 홀로 살아가는 그들과 그들을 모른 척하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늘 같은 시간에 꽃수레를 끌고 지나가던 할머니가 어느 날 보이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건가요?"-
임경희,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저자

정답은 알지만 정직한 답을 내놓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그림책 속 화자인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다.

"나와 함께 가실래요?
 우리 같이 꽃수레 할머니를 찾아 보아요."

충분히 사랑스럽고 설득력 있는 그 목소리는 커다란 울림이 되어 내 마음 속 깊숙이 스며드는 것이었다.

그림책의 헌사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2023년 12월에 산불로 황폐해진 리마체
 그리고 나의 개 바르바스와 딸 마리아와
 마리아의 증조할머니인 넬다, 아우로라, 에스테르를 위하여-

리나 레텔리에르 작가는 1987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나 지금은 발파라이소 지역 리마체에 살고 있다고 한다. 
헌사를 통하여 작가의 따스한 감성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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