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많은 개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8
박혜선 지음, 김이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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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천만 시대, 어느새 사회적 병폐로 자리잡은 안타까운 유기견 문제를 이토록 따스하게 그려내다니...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으로써 더욱 반갑고 아름다운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닷가 마을에 유기된 개 한 마리이다.
실제로 휴가철이면 유기견과 유기묘의 숫자가 대폭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는데 이는 매우 슬픈 현실이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먹이를 찾기 위해 헤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표지 그림 속 강아지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얼마 전 지인이 동물보호센터에서 데려왔다며 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그 아이와 똑 닮았다.
버려졌지만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을 되찾은 것 또한 비슷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향해 달려 오는 모습은 흡사 우리 집 강아지 마로 같았다.

얼룩아!
가을비야!
번개야!
배추야!
파슬리!

여기 저기서 강아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을 사람들은 이름이 많은 개를 만나면
 저마다 인사를 건넸어요.
 어느 날은 얼룩이가 되었다가
 번개나 저녁이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이놈의 개가 되기도 했지요.-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정이 따숩게 느껴진다.
떠돌이 개를 바라보는 시선도 한결같아서 그림책을 읽는내내 즐거웠다.
다행스럽게도 이름이 많은 개는 그렇게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잘 살았다.
 
그림책을 통하여 '산타독 프로젝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유기견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반려견과 함께 사회공헌할 수 있는 매우 유의미한 봉사활동으로서 참가자를 비롯하여 지역주민들에게도 만족도가 높다.
박혜선 작가는 이와 관련된 뉴스를 보고 <이름이 많은 개>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민둥산 되살리는 ‘산타독’

《씨앗 주머니를 매달고 산불 피해 현장을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이 있다. 일명 ‘산타독(산을 타는 강아지들)’이라 불리는 반려견과 유기견이다. 이들은 산불로 황폐화된 산에 씨앗을 뿌리며 산림 복원에 큰 몫을 하고 있다.》_동아일보 2022.05.14

어느 날 밤, 마을 뒷산에 산불이 나자 이름이 많은 개와 떠돌이 개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모조리 깨워 대피를 도운다.
다행히 마을은 불길을 벗어났지만, 마을 사람들은 벌거숭이가 되어버린 산을 복구하기 위해 개들과 함께  산을 올랐다.

-며칠 후, 마을 사람들이 묘목과 씨앗들을 가지고 산으로 갔어요.
 이름이 많은 개와 친구들도 함께였어요.
 사람들은 개들에게 씨앗 주머니를 달아 주었어요.
 이름이 많은 개와 친구들은 산불로 벌거숭이가 된 산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꽃씨를 뿌렸어요.-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이 아닌가!
동물과 사람, 자연의 공존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펫팸족이 늘어나는 오늘날의 세태를 우려 섞인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반려인들에게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며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각오 또한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내가 꼽은 원픽 장면은 따로 있다.

-이름이 많은 개는 이제 영란이네 감나무 밑
 자기 집에서 잠을 자요.
 자고 나면 소담이 옆에 꼭 붙어 다녀요.
 바다에도 함께 가요.-

버려졌다가, 떠돌이 개가 되었다가, 감나무집 파슬리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한 마리 유기견의 이야기를 이처럼 정답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가님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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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무지 작지만 아주아주 특별한 분홍 유니콘 열린어린이 그림책 33
숀 해리스 지음, 이숙희 옮김 / 열린어린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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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말은 신화 속 동물이었어요.
 어린이 책에나 등장하곤 했지요.
 유니콘은 쉽게 볼 수 있었어요.-

비상식적인 선언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시종일관 고정관념을 비틀며 매번 뜻밖의 사건으로 몰고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향한 메시지는 지극히 단순명쾌하다.

"우린 지금 이대로 가장 멋져요!"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알알이 박혀 있는 보석 같은 이 문장을 캐내어 읽을 때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도의 미소가 피어났다.
삶의 모든 순간마다 남들과 비교 당하며 콤플렉스를 숙명처럼 짊어지고 다니는 '나와 너'의 품 속에 꼭 안겨주고 싶은 말이 아닌가!

다시 그림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상큼한 초록과 통통 튀는 색감의 찐분홍이 자아내는 극적인 대비가 눈을 즐겁게 한다. 
무지무지 작은 분홍 유니콘은 가족들과 함께 엄청나게 커다란 성에 살고 있다.
누나와 형은 체스를 둘 때, 말 대신 동생을 사용했다.
분홍 유니콘도 체스 놀이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은 조롱하고 비웃기만 할 뿐이었다.

"넌 너무 작아서 잔디밭에서도 길을 잃을 거라니까!"

허걱!
정말로 잔디밭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바로 그때, 진디 사이로 땅속 요정이 나타난다.
자신의 오픈카를 밟아 망가뜨린 분홍 유니콘에게 씩씩대며 말했다.

"너 같은 거인은 정말 불쌍해.
 자기밖에 모른 채 돌아다니잖아."

거인이라니...
아주 작은 유니콘은 매우 혼란스럽다.
어쨌든 믿을 수 없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자신이 그 차를 망가뜨린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림책 속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다름 아닌 땅속 요정이 아닐까싶다.
당당하고 거침없으며 자존감 또한 갑이다.

등장인물들을 하나의 화면에 담아낸 이 장면은 그야말로 객관적인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속 요정은 기 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그림책의 후반부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몰아치는 작가의 유머 코드는 엉뚱하지만 감동적인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고, 마음속 응어리도 시원하게 떨쳐내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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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음 노트 초등 읽기대장
소연 지음, 전명진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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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 담긴 작가의 말을 읽는데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다.
감사함을 감사하다고 표현할 줄 아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녹아 있을 이번 책에 대한 경건함과 경외감 때문이었을까?
눈물을 삼킨 채 한참을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우리들의 마음 노트>는 언젠가는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쓰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어요.
 유독 추웠던 그해 겨울, 그날을 잊지 못해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 영정 사진 속 모습과 교실 분위기는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어요.
 따뜻한 마음을 남겨 주신 故 석혜숙 선생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_(작가의 말)


무거운 슬픔이 고여 있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터질 듯 팽팽해진 긴장감이 손끝을 타고 올라와 내 심장을 짓누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더 이상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빠져 들어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버렸다.

차례부터 꼼꼼하게 살펴보자.
소제목 앞에 붙은 아이들의 이름이 보이는가!
하준, 성재, 해나, 지우...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어느 날 문득 마주치게 될지도 모를 이름들이다.
이야기는 시점을 넘나들면서 네 아이들의 내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입부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수업 시작종이 울렸는데 선생님이 오지 않았다.
학교 근처에서 교통사고가 났고, 선생님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6학년 3반 아이들은 혹시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후의 사건 전개 과정은 1인칭 시점으로 변하면서 네 아이가 윤번제로 주인공이 되는 총 6편의 에피소드로 풀어내고 있다.

하준ㅡ[거짓말 같은 이야기]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긴 하준이는 게임에만 빠져든다.
그리고 마음 노트를 쓰라는 숙제를 하지 않아 오늘도 남아서 벌을 받는 중이다.
서해수 선생님은 이런 하준이에게 아무거나 딱 세 줄만 적어 보라고 했다.
마음 노트는 이내 하준이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 주었고, 선생님은 그럴 때마다 하준이를 위로하고 성장시키는 덧글을 달아 주었다. 
하준이는 다정했던 선생님의 죽음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성재ㅡ[오므라이스와 카레라이스]

엄마의 가출로 인하여 내면의 상처가 깊은 성재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다. 친구도 거의 없어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그냥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냈다.
6학년 3반 서해수 선생님은 마음을 노트에 쓰라고 했지만 성재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안 쓰기로 했는데 벌칙을 받는 동안 하준이와 친해지고, 간식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며 선생님과 함께 웃다 보니까 조금씩 고개를 들고 주변을 볼 수 있게 된다.
딱 세 줄이지만 마음 노트도 처음으로 써 보았다.
이후로 마음 노트는 선생님과 성재의 소통 창구가 되었고, 
선생님의 따스한 관심과 배려로 인하여 성재는 점차 활기를 되찾게 된다. 
그런데 슬픈 일이 또 생겨버렸다.
선생님 없는 학교에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다.


해나ㅡ[30분 약속]

엄마는 6학년이 되면서 학원 숫자를 늘렸다.
마음 노트에다 학원 갔던 이야기를 적었더니 놀 시간이 부족해 보이는 해나에게 선생님은 특별히 놀이 숙제를 내어주었다.
30분 동안 공부가 아닌 다른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걸 마음 노트에 적으라고 하였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가다 보니 마음 노트처럼 해나의 마음도 풍성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교실에서는 아이들 모두가 조를 짜서 졸업 영상을 찍느라 시끌시끌하다.
선생님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날마다 한 가지씩 힌트를 남기는 중이었는데...
해나는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결코 믿기지 않았다.


지우ㅡ[비밀 일기]

폭력적인 아빠로 인하여 지우는 불안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마음 노트에 그 일을 맘껏 털어 놓을 수는 없었다.
이런 사정을 눈치 챈 선생님은 지우에게 비밀번호로 잠글 수 있는 수첩을 선물해 주었다.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이곳에다 슬픔과 아픔을 적으며 감정을 쏟아 내고 마지막엔 희망을 써 보았다.
적다 보니 일기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슬픔이 닥쳐왔다.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아빠가 괴롭히는 아픔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픈데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지우는 선생님의 사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성재와 하준의 이야기가 한 번씩 더 나온 뒤 마무리는 다시 3인칭 시점으로 돌아오고, 마침내 아이들은 선생님과 진심으로 작별할 수 있게 된다.

코끝이 시큰하도록 알싸한 감동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 책에 주목하시라!
풍부한 감수성의 소유자라면 혼자만의 공간에서 읽는 것이 좋겠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엉엉 소리내어 실컷 울 수 있을 테니까...
고학년 아이들에게도 한 번쯤 꼭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내용은 물론이고, 마치 음악의 소나타 형식처럼 독특한 이야기 구조는 더욱 새롭고 풍부한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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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돌 씨글라스 푸른숲 그림책 39
이선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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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쩌면 이런 상상을 다 했을까?
깨어진 유리 조각 톡싸의 경이로운 모험담이 궁금하다면 곧바로 그림책을 만나 보시라!
놀라운 상상력, 시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문장들, 페이지마다 가득한 바다 일러스트가 기대 이상의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가을, 제주 한달살이를 하면서 21개 해변을 맨발로 걸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너무도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가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줍줍을 하다보니 화가 났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 갔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주인공 톡싸는 더운 여름날의 열기를 식혀주는 음료수이다.

-톡싸는 인기가 아주 많아요.
 햇볕이 따끔따끔 내리쬐는 날에는 더욱 그렇지요.-

해수욕을 즐기러 바다에 온 사람들이 너도 나도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후 해변의 모습은 어떨까?
버려진 쓰레기들의 존재에 대하여 고민해 본 적 있는가?

-낮은 밤이 되고
 밤은 낮이 되었어요.
 "나는 뭐지?"
 톡싸는 가만히 누운 채
 하늘을 보며 생각했어요.-

작가는 깨어진 유리 조각 하나에 인격을 부여한 뒤 씨글라스로 새롭게 조명받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른바 업사이클링이다.

⚡️생각 깨우기
-유리병 조각으로 예쁜 목걸이를!

 씨글라스는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이나 유리 식기들이 깨진 뒤, 바람이나 파도에 오랫동안 떠밀려 다니며 닳아서 조약돌처럼 동글동글해진 조각을 말해요. 빛깔이 알록달록한 데다 투명하고 맑아서 언뜻 보석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씨글라스>에 나오는 아이는 한낱 쓰레기에 불과했던 유리병 조각 톡싸를 주워다가 예쁜 목걸이를 만들어요. 요즘에는 이 아이처럼 바다 쓰레기를 새롭게 쓰려는 사람이 많아요. 유리 조각으로 목걸이 말고도 반지나 팔찌, 키링, 방향제 등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 수 있답니다.-

본 도서는 바다 환경 그림책으로 분류되지만 새활용의 가치와 더불어 지향점까지도 소중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본문은 물론이고, 앞면지와 뒤면지를 비교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활동 및 
실제로 업사이클링을 독후 활동으로 계획한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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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싸우지 않아 우리 친구 알폰스 7
구닐라 베리스트룀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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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 이어서 이번에 소개할 책은 '우리 친구 알폰스 7'이다.
스웨덴의 국민 작가 구닐라 베리스트룀이 쓴 알폰스 시리즈 25개 중에서 우리 나라에 소개된 일곱 번째 이야기인데, 책을 읽다보면 작품 속 알폰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인지 누구라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러한 선한 영향력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삶의 소중한 가치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작가가 밝혔듯이 '이 아이들이 언젠가 힘을 갖게 되거나 부모가 되었을 때,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더 나은 싸움을 하고, 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알폰스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길에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으면 그냥 피해 버린다.
피할 상황이 못 되면 곧바로 항복하는 척 한다.
아이들은 그럴 때마다 겁쟁이라고 놀리거나 힘이 없어서 싸우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알폰스는 사실 매우 힘이 세다. 
다만 몸으로 싸우는 게 싫을 뿐이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어디 그 뿐이랴!
어느 날, 새로 전학을 온 말썽쟁이 세 명이 알폰스에게 싸움을 걸어 왔는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만! 그만!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알폰스한테는 소용 없어. 싸움이 안 돼!
 알폰스는 싸우지 않으니까. 정말이야. 알폰스는 안 싸워!"-

그런데도 세 아이는 알폰스를 놓아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모든 아이들 앞에서 알폰스가 직접 말했다.

"맞아. 난 싸움 못해. 난 싸우지 않아.
 싸울 생각도 없어. 싸우지 않는 게 더 좋으니까."

한 순간에 주변을 완전히 평정시켜버린 우리의 알폰스에게  엄지 척!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그 다음 행동이 더 멋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목공 놀이터로 가서 오두막 짓기를 계속하는 알폰스...
이것을 본 말썽쟁이 셋도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모두가 함께 멋진 오두막을 완성한다는 스토리는 뜻밖의 충만한 메시지였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 누구도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이번 책에서는 알폰스의 아빠와 할머니도 등장한다.
알폰스가 싸우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아빠와 할머니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
아빠는 싸울 수 있는 건 좋은 거라고 하고, 할머니는 알폰스가 싸우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대다수의 부모들처럼 알폰스의 아빠 또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먹을 날려야 한다며 알폰스에게 몇 가지 동작을 연습시켰다.
알폰스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 하면 아빠가 실망할 것 같아서 따라하였다
할머니는 알폰스가 착해서 싸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폰스는 굳이 착해서가 아니라 그냥 싸우고 싶지 않을 뿐이다.

알폰스의 이야기를 통하여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 듯하다.
아이들 세계에서 '싸움'이란 어른들과는 그 본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관점이 다르면 해결책도 다른 법이니 섣불리 어른들이 아이들 싸움에 관여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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