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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음 노트 ㅣ 초등 읽기대장
소연 지음, 전명진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11월
평점 :
서문에 담긴 작가의 말을 읽는데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다.
감사함을 감사하다고 표현할 줄 아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녹아 있을 이번 책에 대한 경건함과 경외감 때문이었을까?
눈물을 삼킨 채 한참을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우리들의 마음 노트>는 언젠가는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쓰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어요.
유독 추웠던 그해 겨울, 그날을 잊지 못해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 영정 사진 속 모습과 교실 분위기는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어요.
따뜻한 마음을 남겨 주신 故 석혜숙 선생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_(작가의 말)
무거운 슬픔이 고여 있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터질 듯 팽팽해진 긴장감이 손끝을 타고 올라와 내 심장을 짓누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더 이상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빠져 들어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버렸다.
차례부터 꼼꼼하게 살펴보자.
소제목 앞에 붙은 아이들의 이름이 보이는가!
하준, 성재, 해나, 지우...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어느 날 문득 마주치게 될지도 모를 이름들이다.
이야기는 시점을 넘나들면서 네 아이들의 내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입부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수업 시작종이 울렸는데 선생님이 오지 않았다.
학교 근처에서 교통사고가 났고, 선생님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6학년 3반 아이들은 혹시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후의 사건 전개 과정은 1인칭 시점으로 변하면서 네 아이가 윤번제로 주인공이 되는 총 6편의 에피소드로 풀어내고 있다.
하준ㅡ[거짓말 같은 이야기]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긴 하준이는 게임에만 빠져든다.
그리고 마음 노트를 쓰라는 숙제를 하지 않아 오늘도 남아서 벌을 받는 중이다.
서해수 선생님은 이런 하준이에게 아무거나 딱 세 줄만 적어 보라고 했다.
마음 노트는 이내 하준이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 주었고, 선생님은 그럴 때마다 하준이를 위로하고 성장시키는 덧글을 달아 주었다.
하준이는 다정했던 선생님의 죽음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성재ㅡ[오므라이스와 카레라이스]
엄마의 가출로 인하여 내면의 상처가 깊은 성재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다. 친구도 거의 없어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그냥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냈다.
6학년 3반 서해수 선생님은 마음을 노트에 쓰라고 했지만 성재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안 쓰기로 했는데 벌칙을 받는 동안 하준이와 친해지고, 간식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며 선생님과 함께 웃다 보니까 조금씩 고개를 들고 주변을 볼 수 있게 된다.
딱 세 줄이지만 마음 노트도 처음으로 써 보았다.
이후로 마음 노트는 선생님과 성재의 소통 창구가 되었고,
선생님의 따스한 관심과 배려로 인하여 성재는 점차 활기를 되찾게 된다.
그런데 슬픈 일이 또 생겨버렸다.
선생님 없는 학교에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다.
해나ㅡ[30분 약속]
엄마는 6학년이 되면서 학원 숫자를 늘렸다.
마음 노트에다 학원 갔던 이야기를 적었더니 놀 시간이 부족해 보이는 해나에게 선생님은 특별히 놀이 숙제를 내어주었다.
30분 동안 공부가 아닌 다른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걸 마음 노트에 적으라고 하였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가다 보니 마음 노트처럼 해나의 마음도 풍성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교실에서는 아이들 모두가 조를 짜서 졸업 영상을 찍느라 시끌시끌하다.
선생님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날마다 한 가지씩 힌트를 남기는 중이었는데...
해나는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결코 믿기지 않았다.
지우ㅡ[비밀 일기]
폭력적인 아빠로 인하여 지우는 불안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마음 노트에 그 일을 맘껏 털어 놓을 수는 없었다.
이런 사정을 눈치 챈 선생님은 지우에게 비밀번호로 잠글 수 있는 수첩을 선물해 주었다.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이곳에다 슬픔과 아픔을 적으며 감정을 쏟아 내고 마지막엔 희망을 써 보았다.
적다 보니 일기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슬픔이 닥쳐왔다.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아빠가 괴롭히는 아픔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픈데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지우는 선생님의 사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성재와 하준의 이야기가 한 번씩 더 나온 뒤 마무리는 다시 3인칭 시점으로 돌아오고, 마침내 아이들은 선생님과 진심으로 작별할 수 있게 된다.
코끝이 시큰하도록 알싸한 감동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 책에 주목하시라!
풍부한 감수성의 소유자라면 혼자만의 공간에서 읽는 것이 좋겠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엉엉 소리내어 실컷 울 수 있을 테니까...
고학년 아이들에게도 한 번쯤 꼭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내용은 물론이고, 마치 음악의 소나타 형식처럼 독특한 이야기 구조는 더욱 새롭고 풍부한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