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말은 신화 속 동물이었어요. 어린이 책에나 등장하곤 했지요. 유니콘은 쉽게 볼 수 있었어요.- 비상식적인 선언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시종일관 고정관념을 비틀며 매번 뜻밖의 사건으로 몰고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향한 메시지는 지극히 단순명쾌하다. "우린 지금 이대로 가장 멋져요!"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알알이 박혀 있는 보석 같은 이 문장을 캐내어 읽을 때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도의 미소가 피어났다. 삶의 모든 순간마다 남들과 비교 당하며 콤플렉스를 숙명처럼 짊어지고 다니는 '나와 너'의 품 속에 꼭 안겨주고 싶은 말이 아닌가! 다시 그림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상큼한 초록과 통통 튀는 색감의 찐분홍이 자아내는 극적인 대비가 눈을 즐겁게 한다. 무지무지 작은 분홍 유니콘은 가족들과 함께 엄청나게 커다란 성에 살고 있다. 누나와 형은 체스를 둘 때, 말 대신 동생을 사용했다. 분홍 유니콘도 체스 놀이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은 조롱하고 비웃기만 할 뿐이었다. "넌 너무 작아서 잔디밭에서도 길을 잃을 거라니까!" 허걱! 정말로 잔디밭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바로 그때, 진디 사이로 땅속 요정이 나타난다. 자신의 오픈카를 밟아 망가뜨린 분홍 유니콘에게 씩씩대며 말했다. "너 같은 거인은 정말 불쌍해. 자기밖에 모른 채 돌아다니잖아." 거인이라니... 아주 작은 유니콘은 매우 혼란스럽다. 어쨌든 믿을 수 없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자신이 그 차를 망가뜨린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림책 속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다름 아닌 땅속 요정이 아닐까싶다. 당당하고 거침없으며 자존감 또한 갑이다. 등장인물들을 하나의 화면에 담아낸 이 장면은 그야말로 객관적인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속 요정은 기 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그림책의 후반부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몰아치는 작가의 유머 코드는 엉뚱하지만 감동적인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고, 마음속 응어리도 시원하게 떨쳐내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