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구하시오 SOS 북멘토 그림책 16
강수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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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초등학생의 10명 중 4명은 학업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친구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한다. 
아동ㆍ청소년기의 행복감은 학업 스트레스에 의해 십분 좌우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실제로 우리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거의 최하위권이다.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한 쪽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해졌다.
"~의 답을 구하시오."
골치 아픈 문제의 답이 보이는 것 같아서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나는, 시험 스트레스로 시들어가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밭에 단비가 되어 줄 고마운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앞면지의 수많은 물음표가 풍성한 느낌표로 바뀌는 그림책의 마법 속으로 몸을 던지면 만화풍의 따스한 색연필 일러스트를 만난다.
섬세하고 역동적인 상황 표현, 그리고 문제 풀이 형식의 화면 구성에 매우 적합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교시 수학 시험 시간!
시험지를 받아든 아이들은 지끈지끈 골치가 아프다.

-문제 안으로 들어가면 답을 구할 지 몰라요.-

슬몃 웃음이 났다.
도저히 이해 안되는 행동을 하는 사춘기의 딸 아이를 바라보면서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모르겠어. 지금 당장 네 머릿 속에라도 들어가 보고 싶은 심정이야."
답을 구하기 위해 문제 안으로 휘리릭 들어가는 놀라운 이 장면에 특별히 주목하라!

문제 안 세상에서 다행히 아이는 여유를 되찾은 듯 하다.
세상에!
다른 친구들도 벌써 와 있다.

-빗방울 하나와 하나가 만나면 몇 개인지 두 수의 합을 구하시오.-

-나무에 100송이 꽃이 피었는데 바람에 100송이가 모두 떨어지면 무엇이 남는지 구하시오.-

-물수제비를 가장 멋지게 뜬 사람을 구하시오.-

-만두가 한 개에 500원이에요. 모두 함께 먹으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값을 구하세요.-

-문제 밖으로 떨어진 아기 고양이를 구하시오.-

문제가 주어지면 친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쓴다.
동일한 문제인데 답은 모두 다르다.
답을 구하는게 점점 더 재미있어졌다.
마지막 문제는 어려웠지만 다 함께 힘을 모아 아기 고양이를 구할 수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실로 답을 구한다는 것은 삶에 가치를 더하는 일이라는 값진 교훈을 되새김질하며 늘 웃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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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홀리 하비 지음, 하린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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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설렘과 환상을 담뿍 담아낸 이 그림책!
완전 대박이다. 
우리 모두의 크리스마스 전날 밤을 단번에 불러온다.
소원 양말, 새하얀 눈, 순록들이 끄는 썰매, 산타 할아버지, 굴뚝, 장난감 자루...
일러스트는 장면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들여다 보는 듯 축복이 가득하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순간이 아닌가!
이 맛에 그림책 한다.
 
이 책은 작가가 직접 밝혔듯이 '성 니콜라스의 방문'이라고 하는 클레멘트 C. 무어의 시를 그림책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클레멘트 C. 무어가 자신의 아홉 자녀를 위해 지은 56행 시의 내용은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중 하나가 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성 니콜라스의 방문'이라는 제목은 원제가 아니다.
원제는 그림책의 제목과 같이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가 맞다.
홀리 하비 작가는 시대를 초월하는 이 작품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작업에 임하였다. 그러면서도 기존 작품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기 위하여 호기심 많은 아기를 등장시키게 된다.
표지 그림 속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아기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아이들은 소원 양말을 걸어 놓고 눈을 부비며 산타클로스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끝에서 맛보는 달콤한 행복은 아이들의 작은 우주가 될 터이다.
어른이 된 내가 지금도 여전히 크리스마스의 마법을 믿고 싶은 이유는 그 작은 우주가 너무나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두 눈, 폭 파인 보조개.
 발그레한 뺨, 앵두같은 코.
 장난스런 미소를 머금은 입꼬리,
 눈처럼 하얀 턱수염.

 입에 문 파이프에서 흘러나온 연기가
 화환처럼 머리를 감싸고,
 움직일 때마다 둥그스름한 배가
 그릇에 담긴 젤리처럼 출렁거렸어요.-

산타클로스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있는 본문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원전을 찾아 비교해 보았다.

https://www.gutenberg.org/cache/epub/17135/pg17135-images.html

과연 무어의 시 속에 등장하는 산타클로스는 이전의 산타클로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모델은 어린이들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뿐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네덜란드인 일꾼이었던 것이다.

-1822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무어는 이들을 하늘을 나는 썰매에 탄 유쾌한 요정 할아버지로 변신시켰습니다.- ( 그림책의 부록 페이지 )

여덟 마리의 순록이 끄는 썰매에 장난감 자루를 싣고 솜털처럼 가볍게 하늘을 나는, 재투성이의 다정한 산타 할아버지를 새롭게 창조한 클레멘트 C. 무어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우리가 그림책을 읽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특별히 이 책은 글보다는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즐겨야 할 것이다.
매번 새로운 작업 방식을 발견한다는 홀리 하비 작가의 예술적 지향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나 또한 완벽한 크리스마스 그림책을 발견한 것 같아서 더없이 기쁘고 뿌듯하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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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이사 중!
곽수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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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공간에 대한 고민은 다 있지 않을까?
어느 날, 자기가 머무는 공간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는 고양이의 독백에 적극 공감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아무쪼록 고양이가 마음에 쏙 드는 자기만의 집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책장을 열었다.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속속들이 챙겨보는 재미가 있다. 
전봇대에 붙여진 월세방 전단지, 낯선 골목을 기웃거리는 동안 고양이가 감당해야 할 불안감이 익숙하게 와 닿았다.
생각해보면 내게도 전봇대에 붙여진 월세방 전단지를 눈여겨보던 시절이 있었다.
살고 있던 집이 허술해서 남자 친구가 바래다 준다는 것을 끝까지 거부하며 버티던 때였다.

-늠름한 고양이가 되기 위해서는 츄르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그림책 띠지)

당시의 나는 그래서 늠름하지 못했던 걸까?
잊혀졌던 시간들이 불현듯 떠올랐다가 다시 기억 저 편으로 달아난다. 
작심하고 지금부터는 고양이에게만 집중하기로 하자. 
어쩌면 그 속에 내 문제에 대한 답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방을 찾아 떠난 고양이의 좌충우돌한 모험- (그림책 띠지)

고양이가 처음 찾아간 곳은 하필 생쥐네 집이다.
하지만 이 방은 너무 작다.
이번에는 정말 진짜진짜 넓은 방을 찾았는데 정작 입구가 너무 작아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기린의  방은 멋졌지만 모든 게 다 길쭉길쭉해서 고양이가 살기 힘든 구조였다.
너무 깜깜한 박쥐네 집, 엄청나게 시끄러운 딱따구리네 집, 물 속이라서 곤란한 문어네 집...
과연 이 세상에 완벽한 방은 없는 것일까?
고양이의 입장에 과몰입이 되었는지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힘이 쭉 빠졌다.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환호성이 터졌다.
고양이가 마침내 완벽한 집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예요!-

그런데...앗!
예상 밖의 결말에 그만 멈칫하고 말았다.
아~삶이란 이처럼 끝없이 스팩타클한 것인가!
난감한 표정의 고양이와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쿡'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양이의 좌충우돌한 모험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셈이다.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귀여운 그림책이라 여기고 가볍게 만났다면 분명 허를 찔린 듯 퍼뜩 정신이 들 법하다.
인생의 가치를 논하는 제법 묵직한 교양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으로 이사 온 수수에게." -(그림책의 헌사)

앞ㆍ뒤면지에서는 작가의 고양이 '수수'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스무 마리의 고양이를 한꺼번에 만난다.
각자의 공간에서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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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둘이 되었다고?
브로콜리2호 지음, 윤지경 그림 / 춘희네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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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몹시 흥미로워할 만한 소재와 제목이다.
자기 세계가 점점 커지고, 엄마의 잔소리가 무조건 싫어진 아이들이 반드시 꼭 만나보면 좋겠다.

-"너 학교 가기 싫었잖아?  집에서 맨날 게임만 하고  싶지? 내가 너 대신 학교도 가고, 공부도 할게. 넌 놀기만 하면 돼."-

가짜 영우가 진짜 영우에게 그야말로 솔깃한 제안을 하고 있다.
아뿔싸! 이를 어째!
하지만 투명 인간이 된 영우는 신이 났다.
학교에 안 가도 되었고, 하루종일 게임만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과자봉지를 아무렇게나 버려도 잔소리 들을 일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엄마는 영우보다 가짜 영우를 더 사랑하는 것 처럼 보였다. 갑자기 짜증이 났다.
이제는 진짜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우의 몸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으악! 안돼!-

햄스터로 변한 영우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눈치껏 알겠지만 이 이야기는 전래 동화 '손톱 먹은 쥐' 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한 내용이다.
원전이 급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다양한 버전이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듯 하다.
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니 그도 그럴 법 하다.
그렇다면 본 도서에서는 서사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림책 속 열쇠 문장을 꼭 쥐고 이야기 속으로 더 들어가 보자.

-"근데 만약, 누군가가 네가 '진짜 영우'라는 걸 알아챈다면, 각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야. 알았지?"-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는 각자 결말을 유추해보는 활동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써 준 엔딩이 '내 맘 쏙'이다.
영우가 가짜 영우와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는 소중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별점 팍팍!
많은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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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씨앗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1
이상교 지음, 이소영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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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시 그림책의 예술성'을 최상으로 끌어 올린 수작이다.
권정생문학상 수상 작가인 이상교 시인과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이소영 작가의 콜라보로 성사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성이 농후하지만, 본 도서의 가치는 그보다 더욱 현실적이다.
아름다운 동시 한 편이 그림 옷을 입었는데, 옷이 날개가 되어 훨훨 날아오른 격이 된 것이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조화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두 개의 장르는 독립적이면서도 상생한다는 대의에 맞물려 있다. 
글과 그림의 케미가 마치 환상의 협주곡을 연주하는 듯 하였다.
앞ㆍ뒤표지를 이렇게 펼쳐서 보면 더 예쁘다.

비 온 뒤 새로 생긴 웅덩이에서 새끼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의아하지 아니한가?
새끼 물고기들은 어떻게 이곳으로 왔을까?
시인은 그 놀라운 감동을 생생하게 기억해 내었고, 아이의 마음을 빌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빗물에 빗물에
 물고기 씨앗
 들었던 걸까?

 아니, 아니
 큰 개울 놀던 물새가
 다녀가서지-

그림 작가는 이에 영감을 받아 물새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물새와 아이가 큰 개울에서 함께 노니는 이 장면은 그래서 무척 매력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어에 충실하면서도 작가 스스로 선택한 또 다른 이야기를 덧붙인 작업이 그림책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페이지 가득 펼쳐지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은 연신 감탄을 부른다.
화려한 색감과 빛으로 가득한 화면은 상상력의 한계를 초월한다.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 장면 또한 대단하다.
-물고기 씨앗은 그렇게
 옮겨 다니지-

신비로운 색채를 더하는 앞ㆍ뒤면지까지도 매우 인상적이다.
뒤면지에서는 시 전문을 다시 한 번 더 음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생명 탄생의 에너지와 함께 자연의 순환, 이치를 담고 있는 시의 내용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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