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이사 중!
곽수진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라도 공간에 대한 고민은 다 있지 않을까?
어느 날, 자기가 머무는 공간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는 고양이의 독백에 적극 공감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아무쪼록 고양이가 마음에 쏙 드는 자기만의 집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책장을 열었다.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속속들이 챙겨보는 재미가 있다. 
전봇대에 붙여진 월세방 전단지, 낯선 골목을 기웃거리는 동안 고양이가 감당해야 할 불안감이 익숙하게 와 닿았다.
생각해보면 내게도 전봇대에 붙여진 월세방 전단지를 눈여겨보던 시절이 있었다.
살고 있던 집이 허술해서 남자 친구가 바래다 준다는 것을 끝까지 거부하며 버티던 때였다.

-늠름한 고양이가 되기 위해서는 츄르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그림책 띠지)

당시의 나는 그래서 늠름하지 못했던 걸까?
잊혀졌던 시간들이 불현듯 떠올랐다가 다시 기억 저 편으로 달아난다. 
작심하고 지금부터는 고양이에게만 집중하기로 하자. 
어쩌면 그 속에 내 문제에 대한 답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방을 찾아 떠난 고양이의 좌충우돌한 모험- (그림책 띠지)

고양이가 처음 찾아간 곳은 하필 생쥐네 집이다.
하지만 이 방은 너무 작다.
이번에는 정말 진짜진짜 넓은 방을 찾았는데 정작 입구가 너무 작아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기린의  방은 멋졌지만 모든 게 다 길쭉길쭉해서 고양이가 살기 힘든 구조였다.
너무 깜깜한 박쥐네 집, 엄청나게 시끄러운 딱따구리네 집, 물 속이라서 곤란한 문어네 집...
과연 이 세상에 완벽한 방은 없는 것일까?
고양이의 입장에 과몰입이 되었는지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힘이 쭉 빠졌다.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환호성이 터졌다.
고양이가 마침내 완벽한 집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예요!-

그런데...앗!
예상 밖의 결말에 그만 멈칫하고 말았다.
아~삶이란 이처럼 끝없이 스팩타클한 것인가!
난감한 표정의 고양이와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쿡'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양이의 좌충우돌한 모험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셈이다.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귀여운 그림책이라 여기고 가볍게 만났다면 분명 허를 찔린 듯 퍼뜩 정신이 들 법하다.
인생의 가치를 논하는 제법 묵직한 교양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으로 이사 온 수수에게." -(그림책의 헌사)

앞ㆍ뒤면지에서는 작가의 고양이 '수수'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스무 마리의 고양이를 한꺼번에 만난다.
각자의 공간에서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