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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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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상상이 현실이 되는 놀라운 세계가 있습니다.
바로 동화의 세상이지요.
세계적인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격려, 따뜻한 위로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 또한 그러합니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어린이를 위한 문학의 세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숨은 걸작'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그린 마리트 퇴른비스크는 1989년부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로 여섯 권의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해요.
파스텔톤의 몽환적인 색감이 지친 영혼을 보듬어 주는 듯 나긋나긋하네요. 완전 눈호강입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리얼 시가지 풍경과 어스름 나라의 비밀스런 풍경에 우리 모두 홀딱 빠지게 되니까요.
겉표지는 앞 뒤 그림이 연결되어 있어요.
꼭 펼쳐서 보시기를요.
앞 ㆍ뒤면지도 한 몫 합니다.
어스름녘이 멋진 풍경화 한 점이에요.
화가의 특별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가 지고 까만 밤이 찾아오기전 어스름한 세상을 아시나요? 파란 시간이라고도 하지요. 어떤 때는 희붐하다가 또 어떤 때는 강렬한 노을의 바다가 꿈결인 듯 펼쳐지는 그곳에 어스름 나라가 있대요.
어스름 나라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
어스름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몰입하려고 소리내어 자분자분 읽었습니다.
번역이 입에 착착 감깁니다.

-엄마는 아주 슬퍼 보일 때가 많아요. 그건 다 내 다리 탓이랍니다. 나는 꼬박 일 년째 침대에 누워 있어요. 다리가 아파서 걸을 수가 없거든요.-

아! 그림책의 화자인 예란은 맘껏 걸을 수 없는 아이로군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이 가엾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을까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뭐가 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어스름 나라.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어느 우울한 날, 예란에게 백합 줄기 아저씨가 찾아와요. 그리고 두사람은 날마다 어스름 나라를 함께 여행하지요.
사탕이 열리는 나무에 앉아서 최고의 미각 체험을 하고,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오르고, 교회 첨탑에 앉아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가지를 내려다 보아요. 보행의 자유로움과 관조적 감동이 예란을 한껏 행복하게 하네요.

어스름 나라는 굉장했어요.
다리가 아파도 아무 문제없이 신나게 춤을 추었어요.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고요.
사람처럼 말을 하는 말코손바닥사슴 한 마리를 만났지만 예란은 이제 놀라지 않아요.
어스름 나라에서 그런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레몬 주스를 마시는 아기 곰들, 동물원을 마음대로 어슬렁거리는 동물들을 자유롭게 구경했어요.
마침내 예란은 백합줄기 아저씨의 작은 집으로 날아갔습니다.
'고요한 백합의 집'
고요한 백합의 집에는 하루종일 햇빛이 비쳐요.
일 년 내내 라일락 꽃이 피고, 물고기들로 넘쳐나는파란 호수가 있어요.
아름다운 순간이 영원처럼 머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스름 나라는 아주 신기하고 멋진 곳이에요. 어스름 나라에 가 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어스름 나라에서는 다리가 아파도 괜찮아요. 날 수 있으니까요.-

코끝이 찡해지네요.
그림책을 통하여 들려오는 예란의 목소리가 예전처럼 즐겁고 밝아졌어요. 다행스럽고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생각해 봅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인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 중에 하나가 '어린이를 위한 문학의 세계'를 올곧게 세우는 것인데요. 문학을 통하여 그들의 성장과 꿈, 단단한 마음 근육을 키워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우리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 세계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창비에서 출간된 <어스름 나라에서>는 그래서 너무너무 소중하고 고마운 그림책입니다.

제가 가장 주목했던 장면은 아이의 표정 변화를 보여준 페이지들이었어요.
무기력하게 침대에 앉아 있던 아이. 외롭고 불안해보이던 눈빛이 마음에 걸려서 오래 붙들고 있었던 첫 장면. 하지만 똑같은 장면이 다시 반복될 때는 아이의 표정이 바뀌어요. 불이 켜진 노란 방, 발그레하게 물든 아이의 뺨과 환한 미소가 저를 안심시켰어요.
하루가 저물고 어스름녘이 찾아오면 우리도 어스름 나라로 떠나볼까요?

그림책이 건네는 놀라운 상상의 힘.
미처 보듬지 못한 내면의 불안을 다독이는 아름다운 그림책.
몸도 마음도 미성숙한 우리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안는 따뜻한 그림책.
지금 당장이라도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고, 그림책이 이끄는대로 따라가 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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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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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순 글. 그림 / 길벗어린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선정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책은 만화책으로 분류되는 걸까요?
암튼 보통 그림책보다 페이지 수가 많고 양장본도 아닙니다.

그림책 덕분에 옥춘당을 알게 되었어요.
예전에 제사상에 올라간 옥춘당을 보긴 했지만 이름은 몰랐거든요.
책등이 알록달록 예쁩니다. 옥춘당 색감이네요.
이거 보면서 디테일을 참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음까지 따뜻해지니 일석이조입니다.

표지에서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맞잡은 손, 행여 놓칠세라 손깍지를 단단히 끼고 있는 두 사람. 그리고 말풍선 ''가자''
희미한 연필그림으로 간략하게 표현한 앞표지 그림과는 달리 뒤표지는 정보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컬러풀하기도 하고요. 표지 디자인이 감각적입니다.

이제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어머나! 목차가 다 있네요.
쪽수도 기재되어 있고요.
일반 그림책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입니다.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었어요.
--09 오줌은 두 칸 똥은 세 칸--
ㅎㅎ
화장지가 귀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는 고자동씨와 김순임씨의 일상을 그렸어요.
--57 머무를 수 없는--
폐암 선고를 받은 고자동씨. 그리고 6개월의 이별 연습 시간. 하지만 아무리 연습을 했어도 감당키 어려운 상실감으로 인하여 홀로 남은 김순임씨는 말과 기억을 잃은 치매 환자가 되어요.
--97 금산요양원 13번 침대--
알록달록 예뻤던 사탕의 색깔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김순임씨.

-요양원 사람들 말로는, 할머니는 종일 동그라미를 그리며 보낸다고 했다.-

''순임아, 눈 감아 봐.''
남편이 곧잘 입에 넣어주던 옥춘당 사탕.
말을 잃었지만, 세상에 대한 관심조차 사라졌지만 내재한 추억과 그리움은 영원토록 함께 하는 거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할머니는 가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사람들 말에, 나는 오직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림책의 화자는 고자동씨와 김순임씨의 손녀예요.
유달리 정이 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을 어릴 적부터 봐왔던 존재이지요.
전쟁 고아였던 두 사람은 근검 절약으로 일구어낸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세 남매를 키우고 손녀까지 보살핍니다.
서로 아낌없이 사랑하고,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품어 주기도 하면서요.

-한 사람의 몸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임종을 지켜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인 것 같아요.
저는 두 번의 경험이 있는데요.
꼭 이런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그림책은 그 임종의 순간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어요.
세 번째 챕터는 볼 때마다 저를 울리네요.

-할머니는 10년간의 요양원 생활을 마치고, 220mm 실내화를 남기고 떠나셨다. 할아버지가 떠나신 지 20년이 지난 해였다.-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이 마치 영화의 엔딩 자막처럼 나타났다가 스러지네요.
그림책 속 고자동 할아버지와 김순임 할머니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저는 이미 돌아가신 내 부모님 생각, 황혼기를 보내고 계신 시부모님 생각, 현재 우리 부부에 대한 생각으로 아득해집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힘껏 사랑하라.
옥춘당처럼 알록달록하게
사탕처럼 알콤달콤하게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는다면 어떨까요?
가족 관계속 자신의 뿌리를 발견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랑과 이별, 그리움, 기억에 대한 감정을 배우는 통로가 되기도 하겠지요.
달달한 사탕처럼 어여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기쁨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슬픈 세상에 사랑만이 유일한 구원-
-달달한 사랑 속 진한 그리움의 이야기-

<옥춘당>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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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날 - 어느 날 고래가 우리에게 왔다 꼬마도서관 12
코르넬리우스 지음, 토마소 카로치 그림 / 썬더키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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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넬리우스 지음. 토마소 카로치 그림
썬더키즈

세계적인 작가인 다비드 칼리가 코르넬리우스란 필명으로 기획 제작한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잘 나가는 작가가 굳이 왜 다른 이름으로 책을 낸 걸까?'
참 의아했고 궁금했는데 책을 만나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림책은 텍스트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 합니다.
-어느 날 고래가 우리에게 왔다. ㅡ<고래의 날> -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다비드 칼리가 아니라 코르넬리우스의 일갈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면지도 없습니다. 그만큼 다급하고 절실했기 때문일까요?
사실적인 그림체는 완전히 흑백톤입니다.
마치 무성영화 한 편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빌딩 사이를 유영하는 고래들!
거리를 메운 인파와 자동차들의 행렬!
제 갈 길이 바쁜 사람들은 고래의 존재를 알아차릴 새도 없나봅니다. 그런 와중에도 고래를 발견하고 놀라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헉! 고래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고래들이 사람들의 머리 위로 헤엄치고 있어요.

변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네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부류들도 있고,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촬영에 열을 올리느라 모두들 야단법석입니다.

미디어를 통하여 사건사고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오늘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고래 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TV화면 속 리포터의 얼굴표정과 귀요미 돌고래 아이콘은 너무 현실감이 없네요. 인간 세상의 부조리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 통수권자에게 보고가 올라옵니다.

군대가 동원되었습니다.

'고래 소탕 대작전'

저는 이 장면에서 울컥했어요.
고래들은 왜 우리에게 왔을까요?
사람들은 왜 고래를 죽이는 걸까요?
아무런 저항도 않고 그저 빌딩 숲을 헤엄치고 있을 뿐인 그들에게...
포격을 피하여 생존한 고래들은 공원의 저수지를 발견하고 거대한 몸을 밀어넣습니다.

가슴이 시려와서 두 눈을 꼭 감아버렸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속에 슬픔이 깃듭니다.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아닌 건 아닌 거죠!

고래들이 몰살당한 현장,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분노가 치밀어오릅니다.
''고래들이 모두 물러간 오늘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은 하루종일 맑겠습니다.''
TV화면 속 리포터는 얼굴 표정, 손 동작 하나 안 바뀐 채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태연하기만 하네요.

정말 그럴까요?
또 다시 마음이 무너집니다.

고래는 호흡하면서 대기의 탄소를 다량 흡수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고래 덕분에 많은 생명체들이 맑은 공기를 취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동물학자, 환경전문가들은 고래의 역할과 개체수 변이에 따른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근 개체수 급감과 멸종 위기에 놓인 고래종에 대하여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입니다.
매년 2월 셋째 주 일요일은 '세계 고래의 날'입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무분별한 포경활동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의 현실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1980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처음 시작된 '세계 고래의 날' .마우이섬에서는 2월 한 달간 고래 축제가 열리는데요. 새끼를 낳기 위해 알래스카에서 하와이 해변으로 내려오는 혹등고래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때 멸종 위기에 내몰렸던 혹등고래는 꾸준한 보호활동으로 현재 개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수많은 고래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입니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인간들의 독선을 봅니다.
고래를 소탕한 공로를 인정하며 그것도 잘한 일이라며 훈장을 수여하고 있어요.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모든 생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모든 생명은 우주의 이치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연은 우리들의 스승이며 생명순환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자연에 순응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림책 <고래가 온다>를 읽으면서 저는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구를 지키는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것이며 온 마음을 다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그림책은 시종일관 따끔하고 준엄하게 경고합니다.

마지막 페이지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히려 희망을 발견했어요. 그림책에서 꼭 확인해 보시기를요.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보아야 할 그림책.
바다를 살리고, 고래를 보호하는 그림책.

아름다운 그림책 <고래의 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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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간 산책시키기 국민서관 그림동화 253
리즈 레든 지음, 가브리엘라 페트루소 그림,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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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레든 글. 가브리엘라 페트루소 그림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오! 기발합니다.
관점을 뒤집어서 보여주는 그림책 세상. 반려견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우리는 당연히 반려인간 맞습니다.

강아지 좋아하시나요?
함께 생활하는 반려견들의 속마음이 궁금했던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꼭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예민둥이 반려견과 4년째 같이 살고 있어요.
간식과 산책을 정말 좋아하는...
이 아이는 감정이 풍부해서 표정 변화가 많고, 예민하지만 사랑이 많은 것 같아요. 저녁 시간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있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듯 하고요.
관찰을 통하여 인간들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네요.
잘 시간이 되면 혼자서 침실에 먼저 들어가서는 저를 부른다니까요.
''나 졸려. 방에 들어 와. 왈왈~''
함께 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반려견과의 관계는 축복이 됩니다.
이 그림책을 읽는 시간 또한 축복이었어요.
비록 반려인간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앗! 헌사가 있네요.
-프랭키에게 ㅡ나를 산책시켜 줘서 고마워! / 리즈 레든
루퍼스, 에드워드, 밀로에게 왈왈! / 가브리엘라 페트루소-

저는 헌사가 있는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가만히 소리내어 이름을 불러보면서 생각을 이어가요. 제 마음이 어느듯 가 닿는 그곳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지요.
늘 그렇듯이 아름답습니다.

'<반려인간 산책시키기>는 반려견이 인간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담은 재치있는 그림책입니다. 산책은 반려견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반려인간에게 사실 그게 아니라고, 정말로 소중한 반려인간을 위해서 산책하는 것이라고 진솔하게 고백하는 반려견의 헌정이 담겼습니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작가는 반려견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책할 때의 속마음을 그림책으로 담아내었다고 하네요.
지금부터 살펴 보아요.

-반려인간이 쉬는 것 처럼 보여도, 깜빡 속지마. 사실, 산책시켜주기를 기다리는 거야.-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잊으면 안돼.
인간들은 놀라는 걸 참 좋아하거든. -

-인간들은 뛰는 것도 재밌어해.
그게 건강에도 좋대.-

-물이 보이면 꼭 들러야 해.
목이 마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여기저기 살펴보게 내버려 둬.-

-때로는 반려인간을 보호해 줘야 해.
그럼 언제나 고마워할 거야.-

ㅎㅎ
그림책은 반려견들이 산책할 때 좋아하는 여러가지 행동들을 재미나게 보여 주고 있네요.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는 이 장면 장면들을 조목조목 짚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반려견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림책을 읽고나니 몇 가지 다짐이 필요해집니다.

첫째, 오늘 산책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둘째, 산책을 안 하려고 그럴듯한 핑곗거리를 찾지 말자.

셋째, 한결같이 고마운 마음으로 산책 나가자.

<반려인간 산책시키기>는 반려견의 입장에서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그림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도발적인 문장, 개성있는 그림체가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네요.
그림책 속에 다양한 견종이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고, 특징적이며 발랄한 캐릭터를 만나는 즐거움도 아주 쏠쏠했어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네요.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온갖 무기들을 다 갖추고 있는 재미있는 그림책이거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코 가볍지 않은, 유쾌한 메시지를 간과하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제대로 읽은 아이라면 말입니다.
반려견이 덜 외롭고,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진짜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덤으로 반려견과의 슬기로운 산책법도 배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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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 소원우리숲그림책 9
양선 지음 / 소원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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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 그림책 / 소원나무

''이 그림책 어때?''
''노란색이 너무 예뻐요.''
아이에게 표지 그림만 보여주고 나눈 첫 대화입니다.
저는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잠깐 숨막히는 순간을 경험했어요. 그림책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다가왔거든요.
아름다운 이 그림책을 예쁜 아이와 함께 읽었습니다.

제목부터 반짝거립니다.
표지 그림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아! 위로 넘기는 책이네요.''
색다른 책넘김이 아이를 설레이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거 알아? 사람들은 반짝이가 찾아왔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때가 있대.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반짝이가 찾아갔을지도 몰라! ㅡ양선

서지 정보에 실린 작가의 말입니다.
아이가 이 대목에서 엷은 미소를 짓네요.
고개를 끄덕끄덕, 눈빛은 반짝반짝 합니다.
'나에게도 반짝이가 찾아오는 걸까요?'

앗! 그런데 출판사 이름이 '소원나무'래요.
<반짝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라는 뜻일까요?
아니면 '반짝이'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나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라는 뜻일까요?
아무튼 의미있는 발견이었어요. 찰떡조합입니다.

-지음 / 양선
여러 가지 모양의 반짝임을 좋아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제2회 사계절 그림책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종이가 노랗게 바래도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반짝이>는 작가가 쓰고 그린 첫 작품입니다.-

저는 작가들의 첫 작품에 주목하는 편인데요.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오랜 세월 묵혀왔던 이야기들의 조각이 지나온 그 시간만큼이나 아름답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이 계속하여 우리를 이끄는 듯 페이지를 열어갔어요.
위로 넘기는 판형과 길게 쓰는 전체화면이 공간의 깊이감을 느끼게 하네요.
하늘과 땅 사이, 우리 사는 세상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를 짐작해봅니다.

-어느 날, 세상에 작은 반짝이가 태어났어.
반짝이는 반짝반짝 빛날 곳이 필요했어.
이름처럼 반짝이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말이야.-

집에서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처럼 반짝이의 탄생 배경도 집과 집,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라니 절묘합니다.

이제 곧 반짝이의 긴 여정이 시작되어요.
자~질문 들어갑니다.
반짝이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반짝반짝 빛나는 곳은 어디일까요?
그림책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기로 해요.

보석 가게에 놓인 다이아몬드, 호숫가 불꽃놀이, 달빛 흐르는 강물의 윤슬, 새벽 이슬 내린 달맞이 꽃잎, 실타래에 꽂힌 바늘 끝,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
그리고 또, 또, 여기저기를 정처없이 떠돌아다녔어요.
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한 반짝이는 점점 지쳐갔지요.
반짝이는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요?
여기까지 왔을 때, 그림책을 보던 아이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음이 느껴졌어요.
'뭐지? 반짝거리는 게 또 뭐가 있지?'
한참을 생각한 뒤에 비로소 페이지를 열어보였습니다.

오랜 시간 떠돌던 반짝이는 어느 제과점에 들어가서 케이크 촛불 위에 앉아 있어요.

-'너무 지쳤어. 그냥 포기할까 봐.'
그때, 한 아이가 나타났어.
케이크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동자는 작게 빛나고 있었어.-

한 장, 두 장 . . . . . . . . . . . . 여섯 장.
뒤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노랑 빛깔의 환희가 깊숙한 화면 가득히 펼쳐집니다.
아이는 이내 미소를 되찾았고, 그림책은 역시 해피엔딩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게 다 다른 거군요. 반짝이가 너무 예뻐요!.''
''너는 언제 빛이나는 것 같아?''
''저는 친구랑 놀 때,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아기 고양이를 만질 때요.''
이렇게 말하는 아이의 눈동자가 정말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요.

-저는 이 책을 바쁜 삶을 살아가느라 반짝임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 반대로 제가 본 반짝거리는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렸어요.-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쾌하게 와 닿습니다.
흑백톤에 노랑이가 반짝거리는 예쁜 그림체 또한 마음을 사로잡네요.

- 사람들이 반짝일 때면 반짝이도 행복했어.
작은 반짝이는 오늘도 말하겠지.
'오늘은 누구 눈동자로 들어갈까?'

''이 그림책 어땠어?''
''정말 좋은 책이에요.''

나와 우리 아이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그림책, <반짝이> 를 놓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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