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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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상상이 현실이 되는 놀라운 세계가 있습니다.
바로 동화의 세상이지요.
세계적인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격려, 따뜻한 위로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 또한 그러합니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어린이를 위한 문학의 세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숨은 걸작'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그린 마리트 퇴른비스크는 1989년부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로 여섯 권의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해요.
파스텔톤의 몽환적인 색감이 지친 영혼을 보듬어 주는 듯 나긋나긋하네요. 완전 눈호강입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리얼 시가지 풍경과 어스름 나라의 비밀스런 풍경에 우리 모두 홀딱 빠지게 되니까요.
겉표지는 앞 뒤 그림이 연결되어 있어요.
꼭 펼쳐서 보시기를요.
앞 ㆍ뒤면지도 한 몫 합니다.
어스름녘이 멋진 풍경화 한 점이에요.
화가의 특별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가 지고 까만 밤이 찾아오기전 어스름한 세상을 아시나요? 파란 시간이라고도 하지요. 어떤 때는 희붐하다가 또 어떤 때는 강렬한 노을의 바다가 꿈결인 듯 펼쳐지는 그곳에 어스름 나라가 있대요.
어스름 나라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
어스름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몰입하려고 소리내어 자분자분 읽었습니다.
번역이 입에 착착 감깁니다.

-엄마는 아주 슬퍼 보일 때가 많아요. 그건 다 내 다리 탓이랍니다. 나는 꼬박 일 년째 침대에 누워 있어요. 다리가 아파서 걸을 수가 없거든요.-

아! 그림책의 화자인 예란은 맘껏 걸을 수 없는 아이로군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이 가엾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을까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뭐가 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어스름 나라.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어느 우울한 날, 예란에게 백합 줄기 아저씨가 찾아와요. 그리고 두사람은 날마다 어스름 나라를 함께 여행하지요.
사탕이 열리는 나무에 앉아서 최고의 미각 체험을 하고,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오르고, 교회 첨탑에 앉아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가지를 내려다 보아요. 보행의 자유로움과 관조적 감동이 예란을 한껏 행복하게 하네요.

어스름 나라는 굉장했어요.
다리가 아파도 아무 문제없이 신나게 춤을 추었어요.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고요.
사람처럼 말을 하는 말코손바닥사슴 한 마리를 만났지만 예란은 이제 놀라지 않아요.
어스름 나라에서 그런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레몬 주스를 마시는 아기 곰들, 동물원을 마음대로 어슬렁거리는 동물들을 자유롭게 구경했어요.
마침내 예란은 백합줄기 아저씨의 작은 집으로 날아갔습니다.
'고요한 백합의 집'
고요한 백합의 집에는 하루종일 햇빛이 비쳐요.
일 년 내내 라일락 꽃이 피고, 물고기들로 넘쳐나는파란 호수가 있어요.
아름다운 순간이 영원처럼 머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스름 나라는 아주 신기하고 멋진 곳이에요. 어스름 나라에 가 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어스름 나라에서는 다리가 아파도 괜찮아요. 날 수 있으니까요.-

코끝이 찡해지네요.
그림책을 통하여 들려오는 예란의 목소리가 예전처럼 즐겁고 밝아졌어요. 다행스럽고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생각해 봅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인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 중에 하나가 '어린이를 위한 문학의 세계'를 올곧게 세우는 것인데요. 문학을 통하여 그들의 성장과 꿈, 단단한 마음 근육을 키워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우리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 세계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창비에서 출간된 <어스름 나라에서>는 그래서 너무너무 소중하고 고마운 그림책입니다.

제가 가장 주목했던 장면은 아이의 표정 변화를 보여준 페이지들이었어요.
무기력하게 침대에 앉아 있던 아이. 외롭고 불안해보이던 눈빛이 마음에 걸려서 오래 붙들고 있었던 첫 장면. 하지만 똑같은 장면이 다시 반복될 때는 아이의 표정이 바뀌어요. 불이 켜진 노란 방, 발그레하게 물든 아이의 뺨과 환한 미소가 저를 안심시켰어요.
하루가 저물고 어스름녘이 찾아오면 우리도 어스름 나라로 떠나볼까요?

그림책이 건네는 놀라운 상상의 힘.
미처 보듬지 못한 내면의 불안을 다독이는 아름다운 그림책.
몸도 마음도 미성숙한 우리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안는 따뜻한 그림책.
지금 당장이라도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고, 그림책이 이끄는대로 따라가 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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