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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ㅣ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고정순 글. 그림 / 길벗어린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선정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책은 만화책으로 분류되는 걸까요?
암튼 보통 그림책보다 페이지 수가 많고 양장본도 아닙니다.
그림책 덕분에 옥춘당을 알게 되었어요.
예전에 제사상에 올라간 옥춘당을 보긴 했지만 이름은 몰랐거든요.
책등이 알록달록 예쁩니다. 옥춘당 색감이네요.
이거 보면서 디테일을 참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음까지 따뜻해지니 일석이조입니다.
표지에서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맞잡은 손, 행여 놓칠세라 손깍지를 단단히 끼고 있는 두 사람. 그리고 말풍선 ''가자''
희미한 연필그림으로 간략하게 표현한 앞표지 그림과는 달리 뒤표지는 정보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컬러풀하기도 하고요. 표지 디자인이 감각적입니다.
이제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어머나! 목차가 다 있네요.
쪽수도 기재되어 있고요.
일반 그림책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입니다.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었어요.
--09 오줌은 두 칸 똥은 세 칸--
ㅎㅎ
화장지가 귀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는 고자동씨와 김순임씨의 일상을 그렸어요.
--57 머무를 수 없는--
폐암 선고를 받은 고자동씨. 그리고 6개월의 이별 연습 시간. 하지만 아무리 연습을 했어도 감당키 어려운 상실감으로 인하여 홀로 남은 김순임씨는 말과 기억을 잃은 치매 환자가 되어요.
--97 금산요양원 13번 침대--
알록달록 예뻤던 사탕의 색깔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김순임씨.
-요양원 사람들 말로는, 할머니는 종일 동그라미를 그리며 보낸다고 했다.-
''순임아, 눈 감아 봐.''
남편이 곧잘 입에 넣어주던 옥춘당 사탕.
말을 잃었지만, 세상에 대한 관심조차 사라졌지만 내재한 추억과 그리움은 영원토록 함께 하는 거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할머니는 가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사람들 말에, 나는 오직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림책의 화자는 고자동씨와 김순임씨의 손녀예요.
유달리 정이 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을 어릴 적부터 봐왔던 존재이지요.
전쟁 고아였던 두 사람은 근검 절약으로 일구어낸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세 남매를 키우고 손녀까지 보살핍니다.
서로 아낌없이 사랑하고,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품어 주기도 하면서요.
-한 사람의 몸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임종을 지켜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인 것 같아요.
저는 두 번의 경험이 있는데요.
꼭 이런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그림책은 그 임종의 순간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어요.
세 번째 챕터는 볼 때마다 저를 울리네요.
-할머니는 10년간의 요양원 생활을 마치고, 220mm 실내화를 남기고 떠나셨다. 할아버지가 떠나신 지 20년이 지난 해였다.-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이 마치 영화의 엔딩 자막처럼 나타났다가 스러지네요.
그림책 속 고자동 할아버지와 김순임 할머니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저는 이미 돌아가신 내 부모님 생각, 황혼기를 보내고 계신 시부모님 생각, 현재 우리 부부에 대한 생각으로 아득해집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힘껏 사랑하라.
옥춘당처럼 알록달록하게
사탕처럼 알콤달콤하게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는다면 어떨까요?
가족 관계속 자신의 뿌리를 발견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랑과 이별, 그리움, 기억에 대한 감정을 배우는 통로가 되기도 하겠지요.
달달한 사탕처럼 어여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기쁨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슬픈 세상에 사랑만이 유일한 구원-
-달달한 사랑 속 진한 그리움의 이야기-
<옥춘당>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