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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늑대 ㅣ 다정다감 그림책 14
기아 리사리 지음, 알리체 코피니 그림, 이현아 옮김 / 다정다감 / 2024년 2월
평점 :
다정함을 간절히 기다려본 적이 있다.
겨우내 꽁꽁 얼어 붙었던 나무들이, 풀들이, 바위들이 촉촉한 봄비를 기다리듯이 말이다.
그래서일까?
'다정한 늑대'라는 제목의 그림책이 도착했을 때 참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표지 그림 속 늑대의 행복한 표정은 압권이다.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얀 늑대의 주변에 흩어지는 저 빛 방울들은 무엇일까?
여름날의 반딧불이 같기도 하고, 겨울날의 눈꽃송이 같기도 하고, 밤하늘의 찬란한 별빛 같기도 하고...
두근거리는 손가락의 감촉을 느끼며 웅장하게 책장을 열었다.
빛 방울이 앞ㆍ뒤면지에도 가득하다.
다양한 감정을 수용하면서 천천히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안녕? 나는 늑대야.
난 친구들이랑은 좀 달라.
몸집이 작은 데다 하얗고 다정하거든.
그래서 친구들은 나를 '밀가루 늑대'라고 불러.-
밀가루 늑대는 다른 늑대들과는 전혀 다르다.
누구에게도 눈을 치켜뜨거나 털을 곤두세우지 않는다.
품속에서 꺼낸 하얀 털뭉치들로 귀여운 모양들을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모든 숲 속 동물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
꽃 모양, 사슴 모양, 나무 모양, 여우 모양 등의 털뭉치를 선물하면 모두가 좋아하였다.
하지만 친구 늑대들은 이런 밀가루 늑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늑대가 그렇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구는 건 잘못된 거야. 그건 늑대답지 못해."-
아뿔싸! 이 말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그동안 어른들에게 익숙하게 들어왔던 표현이 아닌가!
"그런 건 여자답지 못해!"
"남자가 그깟 일로 눈물을 보이다니...쯧쯧"
밀가루 늑대 또한 대세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사나운 늑대가 되어보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타고난 기질이란 것이 있는데, 틀에 맞추려고 억압하고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는다.
그림책을 읽는 내내 밀가루 늑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꿋꿋하게 지켜내기를 응원하고 지지하였다.
나 또한 흔들림 없이 '다정한 늑대'로 언제까지나 뿌듯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그림책으로 내면 성장하는 온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