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에 엄청난 눈이 내렸다. 우리 집 마당 가운데 놓여있던 화분 하나가 온통 눈을 뒤집어 썼는데...와우! 영낙없는 함박눈 케이크가 아닌가! 소품 몇 가지를 챙겨서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림책 속 '함박눈 케이크'를 실물로 보는 듯 황홀하다. 생일을 맞은 동생 눈사람에게는 '산타클로스 케이크'를, 마음씨 착한 누나 눈사람에게는 '핑크빛 땡땡이 모자 케이크'를 선물하면 좋겠다. 겨울이면 함박눈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아이들에게도 기가 막히게 멋진 선물을 주고 싶다. 하얀 눈과 함께 판타지가 팡팡 쏟아지는 이토록 예쁜 그림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 누구라도 한번쯤 눈사람을 만들어본 기억은 다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눈이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눈사람을 생각한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발견할 때마다 진심으로 환호하며 즐거운 상념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런만큼 그림책은 내게도 장면마다 선물이었다. 함박눈이 내린 풍경에 흠뻑 취하고, 누나 눈사람과 동생 눈사람의 다정한 대화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가득 차오르는 사랑! 누나 눈사람이 동생 눈사람을 위해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준다는 그림책 이야기는 놀랍도록 서정적이다. 일러스트 또한 그러하다. -케이크를 기다리며 동생 눈사람은 새하얀 눈밭을 콩콩 뛰어다녔어요.- 함박눈으로 만든 케이크라니... 상상만으로도 굉장하다. 하지만 케이크 장식으로 쓸만한 것들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촛불은 어떻게 켜지? 그러던 중 뜻밖에도 너무나 사랑스런 장면 하나를 만났다. -어느새 보름달이 낮게 내려와서 함박눈 케이크에 촛불이 켜진 것 같았어요. 둘은 나란히 앉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어요. "눈 꼭 감고 후, 해!" "누나도 같이 후! 하자."-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하였다. 해가 떠오르면 눈사람들의 운명도 다할 것이다. 현실적 이별은 안타깝지만 서로의 가슴에 소망의 등불이 꺼지지 않는 한 그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그림책의 메시지가 눈 내리는 풍경처럼 아련하게 와 닿았다. -"다음 겨울에도 누나랑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빌었어."- 남매간의 우애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아이들이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축복의 기도와 함께 읽어 준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