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갑옷 책속의책 그림책
강현진 지음, 지연리 그림 / 책속의책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마다 고군분투 하면서 살아가느라 영혼을 잃어버린 채 관습에 얽매인 모든 여성들을 위로하는 그림책이다.
입고 있는 유리 갑옷 때문에 꿈속에서조차 쉼을 얻지 못하는 그림책 속 주인공의 모습에 깊이 공감한다.

-다시 빌딩 숲에 태양이 비추고 나의 일상이 시작됩니다.
 오늘따라 입고 있는 유리 갑옷이 내 몸을 짓누릅니다.
 벼랑 끝에 몰린 것처럼 갑자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습니다.
 나는 도망갈 곳을 찾지 못해 어둠 속으로 추락합니다.-

철갑으로 무장한 말을 타고 있는 남성들이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모습은 경악 그 자체이다.
직장 내에서 짓밟히는 여성성을 암시하는 장면인 듯 하여 입안이 쓰다.
모든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믿는다.
다만 그 날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락하는 것이리라.
결국 유리 갑옷 때문이었을까?
복잡한 마음이 한가득이라 힘겹게 페이지를 넘겼다.

-금이 간 유리 갑옷 사이로 붉은 피가 흐르고
 저 너머 푸른 바다가 보입니다.
 떨어진 핏방울 자리마다 붉은 꽃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납니다.-

기묘한 장면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
아프지만 스스로의 내면을 직시할 수 있는 힘이 전해오는 듯 하여 기뻤다.
문학예술치료 분야를 공부한 글 작가의 전문성 덕분이 아닐까 싶다.
글도 글이지만 그림 작가의 독보적인 표현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거친 듯 섬세한 화풍은 매번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오래도록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앞ㆍ뒤면지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도약과 비전, 꿈과 이상의 발현,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 진정한 쉼에 도달하게 되는 위대한 삶의 여정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책이다.
실물로 꼭 만나보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