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J 달달 옛글 조림 1
유준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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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을 했던 것일까?
울컥하던 마음이 지나쳐서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해처럼 이제 다시는 함께 하지 못할 길을 떠나고 보내는 서로가 안타깝다.
한참을 멈추어 있다가 다음 페이지를 넘겼는데...허걱!
이번에는 뜨겁게 달구어진 마음이 간헐적 분출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눈물이 솟아났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페이지를 넘겨갈 수록 더 큰 감동이 나를 사로잡는다.

-발굽이 빠지고 뿔이 부러져도
파고 또 파 내려갔죠.-

한 글자 한 글자가 아프게 다가왔다.
심장이 쫄깃해지며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움켜쥔다.
괜찮아!
잘 할 수 있어!
힘을 내!

어린 시절 루돌프J는 유난히 반짝이는 코 때문에 놀림을 받았지만, 운명처럼 산타의 썰매를 끄는 훌륭한 사슴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랑스러운 그 코가 푹 꺼져 버리더니 더 이상 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절망에 빠진 루돌프J를 찾아온 산타가 말하길...

"나의 루돌프J야,
안된 일이다만, 썰매를 끄는 건 무리겠구나.
그동안 수고 많았다.
고향으로 돌아가 너만의 시간을 보내면 좋겠구나."

아뿔싸!
비록 조심스럽고 다정한 위로였다고는 하지만 이건 명백한 해고 명령이었다.
루돌프J의 심정이 어떠할지 나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누구라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부득이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삶의 끝자락에 위태롭게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을 때...그때의 먹먹함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표식을 남기는가를 그림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한참 동안 거울 앞에서
멍하니 움직일 수 없었어요.-

다음 날 루돌프J는 산타 마을을 떠나 고향으로 향하였다.
낯설고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었고, 무언가 더 의미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 똑 똑 똑.
"실례합니다."
갑작스러운 손님이 방문한 건 이즈음이었어요.-

루키의 등장은 루돌프J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치트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라 했지만 끈질기게 도움을 청하는 루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루돌프J의 고뇌가 마음을 울린다.

"루돌프가 된다는 것은
너의 빛을 모두 내어 주는 일이야.
후회하지 않겠니?"

루돌프J는 성심껏 루키를 가르쳤고, 루키는 힘껏 배웠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루돌프들은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였다.
루키를 산타 마을로 돌려보낸 뒤에야 비로소 루돌프J는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산타의 진심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산타와 루돌프J의 진한 우정이 내 가슴에도 와 닿았다.

"네 빛은 사라지지 않아.
네 안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지.
나는 믿는다.
너는 다시, 그 빛을 찾게 될 거야."

그림책의 반전이 무척 아름다웠다.
생의 한가운데서 상실감을 겪는 누군가의 가슴을 안온하게 덥혀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은퇴를 겪고 인생 후반전을 살고 있는 시니어 세대에게는 더욱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외롭고 불안한 존재들을 향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또 하나의 놀라운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처럼 반짝거리는 귀한 책이다.
나 또한 선물처럼 행복해지는 그림책 속 한 장면을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담아두기로 한다.
생각날 때마다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도록...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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