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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말해요
엘레나 베르나베 지음, 알바 아사올라 그림, 김여진 옮김 / 그리고 다시, 봄 / 2025년 10월
평점 :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그림책의 제목처럼 손이 말을 하는 것이다.
천양희 시인의 '그 사람의 손을 보면'이라는 싯구가 문득 떠올랐다.
표지 그림의 두 손은 과연 어떤 손일까?
부록 페이지에 실린 엘레나 베르나베 작가의 말부터 먼저 만나 보기로 한다.
"손을 위한 찬가를 언젠가 쓰고 싶었습니다. 손은 우리의 내면과 세상을 잇는 아름다운 다리이기 때문이에요. 손으로 우리는 사랑과 보살핌, 창의성과 내면의 평화에 생명력을 불어 넣죠.
...
이 그림책의 글은 어느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입니다.
...
이 책 속의 할머니는 우리 내면의 가장 아이다운 부분과 대화하는 지혜로운 자아를 상징합니다. 또한 우리 내면의 자아가 마음의 길을 따르도록 하죠.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종종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길로요."
작가의 이야기를 여기까지 듣고나니 시인의 마음이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이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천양희 《그 사람의 손을 보면》중에서
청소를 하든, 글을 쓰든, 또 어떤 일을 하든 우리는 손을 사용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손의 고마움을 잊고 살거나, 손가락도 까딱하기 싫어하는 생활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작가는 우리 신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손에 감사를 표하며, 이 글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손을 창의적으로 움직여 보자고 권하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끌림이었다.
-할머니,
아플 땐
어떻게 참아요?
두 손으로 낫게 하지. 아가,
마음으로 견디려 하면
아픔은
옅어지기는커녕
더 짙어진단다.-
순간, 예리한 통증과 함께 쾌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래, 그랬었지!
어렸을 적, 내 아픈 배를 손바닥으로 살살 문지르며 '엄마 손이 약손'이라며 '우리 아기 이제 다 나았다'며 나지막하게 귓가를 울리던 엄마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였다.
이제 내 곁에는 두 손으로 나를 낫게 해 주실 엄마가 안 계신다.
살아있는 동안 숱한 아픔이 밀려올 때마다 나는 어떻게 참아야 할지...
마음으로 견디려 할 때마다 더 짙어지는 아픔은 그리움만이 아닐 것이다.
나는 더욱 솔깃하여 그림책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바느질할 때나 요리할 때
놀 때나 흙을 매만질 때
손을 움직여 보면,
네 깊숙한 내면까지
어루만질 수 있어.-
작가는 어쩌면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손을 움직여 불안한 내 영혼을 다스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 문장이 매우 인상적으로 와 닿았다.
뿐만 아니라 성찰의 깊이가 돋보이는 경이로운 문장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아기들을 생각해 보렴. 그 조그마한 손으로 조물락대며 세상을 배워 가잖니?"
"노인들의 손을 보렴. 살아온 삶을 낱낱이 비추는 건 우리 몸속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바로 두 손이란다."
"손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은 심장으로 만들어졌다고도 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에 이르렀을 때, 긴장되었던 나의 몸과 마음은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장면이 아닌가!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거야.
넌 이미 아픔을 고운 실로 삼아
수 놓는 법을 배웠으니까.-
일상에서 우리가 손으로 하는 많은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고마운 손!
손의 귀한 가치를 일깨우고, 손의 창의적인 움직임을 통해 내면의 자아를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되어 기뻤다.
내 주변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과 만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