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애나 ㅣ 비룡소 클래식 45
엘리너 포터 지음, 스톡턴 멀포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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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 밈이 된 적이 있다.
올해의 문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이 밈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세상은 보통 그러하다), ‘오히려 좋아’라고 말하면 다시 일어서 걸을 용기가 생겨났다. 그래서 내가 그렇지라며 주저앉아 머무르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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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애나 (#엘리너H포터 #비룡소 출판)에서 폴리애나가 보여주는 ‘기쁨 놀이’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서든 이미 벌어진 나쁜 일에서 기쁠 수 있는 점을 찾아내는 이 ‘기쁨 놀이’는 ‘오히려 좋아’와 닮아 있다. 거울이 없어 주근깨를 보지 않을 수 있어 기쁘고, 벽에 그림이 없어 창밖 풍경을 그림 삼을 수 있어 기쁘고, 병 때문에 누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멀쩡하고 나만 누워 있을 수 있어 기쁘다. 억지스러운 면도 있고 폴리애나 스스로도 기쁨을 발견하기 힘들어 한숨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기쁨 놀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억척스러운 기쁨 발견의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전염된다.
기쁨보다 유익을 추구하고, 자신의 말과 생각이 가장 정답이라 생각하는 어른들은 관성에 의해 바뀌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들도 알게 모르게 폴리애나의 긍정 에너지에 감화된다. 폴리애나가 밉지 않아지고, 그래서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기쁨을 발견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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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자꾸만 든다.
나이를 먹고,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면 어른일까?
기부금 순위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바로 눈앞에 오갈 곳 없는 한 명의 고아를 외면하고,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저 먼 인도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쓰이는지도 관심 없이 그저 돈을 보내는 ‘어른들’. 그들은 과연 제대로 된 어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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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애나는 어린 나이지만 그 고아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이 어른들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한다. 과연 누가 진짜 어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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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애나의 억지스러운 ‘기쁨 놀이’를 보고 있으면 불편함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거부감은 폴리애나의 억지스러움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억지를 써서라도 애써 기쁨을 발견해야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 어른들 때문이었다. 그 어른들의 모습에서 나 스스로가 비춰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혐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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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갖추어야 할 태도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불만만 늘어놓는다. 모든 것이 불만인데 어찌 행복하고 무언가를 행할 기운이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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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얻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한다. 간혹 그런 행복을 맛보기도 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만 바라보고 살기엔 우리의 매일은 대부분 평범하다. 우리 삶의 대부분인 평범한 순간들에서 기분 좋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 시선은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살아온 시간만큼 원래의 성질을 유지하려는 관성은 강하다. 처음엔 그 관성보다 강한 힘을 줘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폴리애나처럼 약간의 과장과 억지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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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애나가 우리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깜찍하고 뭉클하게, 또한 서늘하게 알려준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던데, 우리 모두를 제대로 키우는 데 폴리애나 하나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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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낄 죄책감과 반성을 깜찍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위로까지 해주는 진짜 어른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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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동안 <비밀의 화원> <인형의 집> <작은 아씨들> <폴리애나>까지 읽으면서 각자의 결핍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회복, 자립, 성장, 선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그녀들의 성장이자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가르침이었다. 성별, 지위를 떠나 모든 삶은 동등하고 최대한의 자유를 누려야 하며, 보호받아야 하며 맘껏 기뻐하고 나아가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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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떠나는 사람 - 태원준 여행 산문집
태원준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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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숙소, 목적지, 맛집, 시간 절약을 위한 최적의 동선까지. 평생을 이렇게 준비했으면 명문 대학에 갔을 것이라고 스스로 혀를 내두를 만큼 여행을 ‘완벽’하게 준비했지만, 막상 부딪히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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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연착되고, 찾아갔더니 보려던 동상은 송두리째 사라졌고, 유럽의 대성당은 그 성당을 배경으로 한 일본 만화 영화의 주인공 동상이 서 있어 일본 같기도, 중국스럽기도 하다. 말벌에 쏘여 하늘로 영원한 여행을 떠날 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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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떠나는사람 (#김영사 출판)을 쓴 #태원준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다. 25년간 900여 개의 도시를 다닌 전문 여행 작가조차도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렇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여행. 우리는 왜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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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존 윅’ 키아누 리브스와 눈을 마주치고, 중국과 일본의 짬뽕(?) 같은 곳에서는 최애인 갓 튀긴 벨기에식 감자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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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뜻밖의 횡재는 고통을 잊게 만든다. 기어이 다시 가방을 싸고 문을 열고 나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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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의 500여 일의 세계 여행을 비롯한 1000개의 마그네틱을 모을 동안 저자는 현실을 떠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여행은 현실에서의 도피라고도 하지 않는가. 여행을 떠나기도 전부터 벌써 돌아오기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하지만 몇 시 몇 분에 무엇을 어디에서 사 먹었는지,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영수증까지 남김없이 기록하는 저자의 여행기를 들어보면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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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짧게는 하루, 길게는 평생에 대한 계획을 어렴풋하게나마 지니고 살아가지만,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실패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다. 실패이나 실패가 아닌 뜻밖의 행운으로 평생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나머지 삶을 버티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여행도, 삶도.
허탕도, 실패도, 낙심도 괜찮아라며 다독이며 미지의 불안과 설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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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떠나는 사람>을 읽으면서 기록과 모험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귀찮았던(심지어 몰아썼던) 초등학교 방학 숙제였던 일기가 좋지 못한 기억이어서 그럴까. 기록을 꾸준히 남기는 것이 쉽지 않다. 도저히 쓰지 않고는 안 되는 날들이 있긴 하지만, 작가처럼 사소한 것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기면 그것이 자신도 몰랐던 자신과 만나게 해주는 티켓이 되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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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심은 위험한 것이 아니다.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용기이다.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몰라서,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모험을 하지 않으면 내 세상은 딱 거기까지이다. 내가 인식하고 나만의 말로, 글로 남기는 것이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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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 뜯지도 않은 만년 다이어리가 서랍 구석에 박혀 있었다. 꺼내서 제일 좋아하는 펜으로 날짜를 적었다. 나의 인생이라는 여행. 그 여행의 일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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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기꺼이 떠나려는 모험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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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의 말 - 나는 패션이 아니라 스타일을 만들었다
야마구치 미치코 지음, 김진아 옮김 / 인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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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대기.
수십 년의 세월을 장대하게 따라가기에는 한 사람의 삶이 모든 순간 임팩트 있지 않다. 쓸모없는 곳에 에너지를 사용해서 정작 중요한 곳을 놓치기 쉽다. 그럴 때 한 사람의 인생을 하나도 흘림 없이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그 사람의 말을 따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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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샤넬의말 (#야마구치미치코 지음 #인북 출판)은 브랜드를 넘어 아이콘으로, 패션과 명품을 몰라도 동백꽃 로고와 트위드 재킷, 넘버 5 향수는 널리 알려진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그녀가 남긴 말을 좇아 살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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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연애, 패션, 일, 인생으로 나누어 그녀가 남긴 말들과 함께 삶의 한 단락을 살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말도, 그녀의 삶도 임팩트 있게 뇌리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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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를, “싫다”를 숨기지 않았기에 과시하기 위해 걸치는 휘황찬란한 보석, 여러 색을 사용한 옷, 꽃향기만 가득한 향수, 버티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커다란 모자들을 과감히 버리고 모조 보석, 저지 소재 의상, 리틀 블랙 드레스, 트위드, 넘버5 향수, 블랙의 시크함을 이루어냈다.
사랑을 창조의 영감으로 삼으면서도 어느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은 그녀의 인생은 “삶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사랑‘마저’ 희생양으로 삼았다. 일은 내 목숨을 갉아 먹었다.”라는 자신의 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일하지 않는 일요일을 싫어한다던 말도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며 일요일에 눈을 감은 그녀의 마지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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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신이 뱉은 말을 철저히 지킨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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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이콘이 되고 이 세상에서 육신이 사라진 뒤에도 정신은 계속 사람들의 곁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살아간다’의 방식이 다르다. 우리를 포함한 모두가 삶을 살아가지만 그 방향은 제각각이다. 이리 저리로 구불구불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코 샤넬은 달랐다. 그녀의 길은 올곧았다. 사랑, 사랑의 상실, 전쟁 수많은 요소들이 있었음에도 그녀는 웃고 울으면서도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하나에 대한 열정, 집념이 그녀를 상징하는 마드무아젤이라는 일반 명사를 고유 명사로 만들어 놓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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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옷의 안쪽까지 최고급 옷감으로 만들어 입은 사람은 차이를 느끼게 만들었듯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내면을 샤넬은 누구보다 예민하게 관찰하고 다듬고 다스렸다. 그녀의 말과 행동들은 그녀가 만들어 낸 스타일처럼 따뜻하지 않고 시크하다.
하지만 그 말들을 지켜낸 그녀의 책임감과 주체성, 올곧음이 만들어낸 당당함과 가치, 고유함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나도 저렇게’라는 꿈을 심어준다.
꿈꾸게 하는 것만큼 따뜻한 격려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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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을 이겨내 마침내 단정히 피어나는 동백처럼.
그녀의 말들도 가슴 안에 꿈을 단단히 뿌리내리게 하고, 꽃피울 때까지 인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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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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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으면 한 줄기 빛도 그 존재감이 상당하다.
그런데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빛이 어둠을 찾아온다면 어떨까?
마냥 행복할까? 아니다. 분명 눈이 제대로 보지 못해 길을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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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날들은사라졌고 (#수잰레드펀 지음 #열린책들 출판)은 남편에게 버림받고 어린 세 명의 자식을 돌봐야 하는 엄마 페이의 이야기이다.
아내와 엄마가 비록 비웃음 당할지언정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페이지만, 덜컥 아내와 엄마가 되어 보니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분명 자신도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음에도 육아는 어렵고, 남편에게 버림받아 돈이 없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의 신발은 작아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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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엄마에게 의탁해 하루하루 버텨내던 페이에게 막내 몰리가 한순순간에 SNS 스타가 된다. 몰리의 화제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아역 캐스팅과 인기 TV 시리즈 오디션 제의가 들어올 만큼 꺼질 줄 모른다. 눈부신 조명 아래 화려한 무대의 삶이 거짓말처럼 찾아왔다.
말 그대로 로또 맞은 상황. 이제 페이의 인생도 불행 끝 행복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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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의 여리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도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캐스팅 경쟁, 동종 업계와 여론의 시기와 질투, 관심, 절대 없을 줄 알았던 파파라치까지.
게다가 쿨하게 떠났던 남편도 한몫 챙기려는 듯 돌아와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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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의 어둠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빛이 비추어 만든 새로운 어둠이 생겨났을 뿐이다. 심지어 이전의 어둠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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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 역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나를 꿈꾼다.
환경이 바뀌면 나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인과관계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
환경이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불우하고 가난하게만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자수성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바뀌어야 환경도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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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는 어린 나이에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 하는 욕망이 강하다. 자신의 인생을, 운명을 타인의 손에 맡기는 것이다. 물론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넘어지기 전에 손을 잡아주고, 어긋나기 전에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응원과 격려, 사랑을 주는 조력자가 몹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자신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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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우리 스스로를 지극히 평범하게, 나아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성공을 속 시원하게 축하하지 못하고 질투하고 비난한다. 누구보다 그런 성공을 바라면서 말이다.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 우왕좌왕하는 모습, 강단 있게 나아가지 못하고 의지하는 모습, 변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페이에게 보면서 시원하게 욕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도 결국 ‘페이’처럼 꿈꾸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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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의 못난 모습 말고 살아가는 발자국을 유심히 살펴보자. 수많은 갈림길,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들.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선택하고 걸어 나가 넘어지고 깨지고 갈등하고, 그럼에도 살아가는 모습을 보자.
응원하고 그 선택들이 쌓여 나비의 날갯짓의 결과를 끝까지 바라보자. 그러면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의 삶도 다르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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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
아나벨라 로페스 지음 / 아트북프레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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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온전한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던 시대.
그 시대에 여성들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은 ‘여성답다’였고, ‘여성답다’의 속뜻은 아름다움과 순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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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태어난 순간 요구받는 순리를 따르며,
정절을 지키고 집에서(아버지가) 정해주는 배우자를 만나 남편이 요구하는 안사람의 기준에 맞추려 최선을 다한다. 세상이, 남자가 정해 놓은 대로 최대한 따르는 것. 그것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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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 (#아나벨라 로페스 저 #아트북프레스 출판)은 그런 시절의 민담에서 유래한 ‘동화’이다.
동화는 아이들에게 재미와 그 재미 속에서 배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샤를 페로의 원작인 ‘잔혹 동화’ <푸른 수염>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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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남성이 우위이던 시절에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은 아내의 죄, 그런 아내를 구해내는 오빠들에 초점이 맞춰진 교훈이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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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을 바라보아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에 따라 분명히 하나인 그것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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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하고 어느 시절보다 성에 대한 목소리가 큰 현시점에서는 푸른 수염의 ‘비밀’의 범죄성과 정당한 이유 없이 금지당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아내의 주체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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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금기는 ‘말할 수 없는 이유’를 숨기기 위함이었고, 푸른 수염의 비밀을 목격한 아내를 해치려는 이유도 계속 비밀로 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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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부당한 것을 순종이라는 이유로 그저 따르는 것이 이제는 정답이 아니다. 아예 선택지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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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프시케, 푸른 수염의 아내 세 명의 여성을 묶었던 인기곡은 이 세 여성이 금기를 깨고 스스로가 선택했다라는 사실에 주목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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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푸른 수염>을 글뿐만 아니라 그림이라는 또 다른 언어까지 함께 해 재창조한 아나벨라 로페스는 등장인물인 ‘푸른 수염’을 ‘푸른수염’으로, 두 단어를 붙여 더 강한 남성상을 꾀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또렷하게 만들려는 의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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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억압되지 않는 온전한 행복을 찾은 푸른 수염의 아내는 억압되었던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잊지 않는다.
수백 송이의 빨간 장미로 정원을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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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의 목소리는 약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소리가 지워질 수 있다.
그런 목소리를 누군가는 잊지 않고 기리고, 들으려 귀 기울이면서 목소리를 낸다면 그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라 두 사람의 목소리가 될 것이다. 그렇게 켜켜이 쌓인 목소리는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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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유대감을 잊지 않게,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그리고 스스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모든 이들의 용기를 응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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