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떠나는 사람 - 태원준 여행 산문집
태원준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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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숙소, 목적지, 맛집, 시간 절약을 위한 최적의 동선까지. 평생을 이렇게 준비했으면 명문 대학에 갔을 것이라고 스스로 혀를 내두를 만큼 여행을 ‘완벽’하게 준비했지만, 막상 부딪히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비행기는 연착되고, 찾아갔더니 보려던 동상은 송두리째 사라졌고, 유럽의 대성당은 그 성당을 배경으로 한 일본 만화 영화의 주인공 동상이 서 있어 일본 같기도, 중국스럽기도 하다. 말벌에 쏘여 하늘로 영원한 여행을 떠날 뻔하기도 했다.

#매일떠나는사람 (#김영사 출판)을 쓴 #태원준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다. 25년간 900여 개의 도시를 다닌 전문 여행 작가조차도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렇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여행. 우리는 왜 하는 걸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존 윅’ 키아누 리브스와 눈을 마주치고, 중국과 일본의 짬뽕(?) 같은 곳에서는 최애인 갓 튀긴 벨기에식 감자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누린다.

이런 뜻밖의 횡재는 고통을 잊게 만든다. 기어이 다시 가방을 싸고 문을 열고 나서게 한다.

어머니와의 500여 일의 세계 여행을 비롯한 1000개의 마그네틱을 모을 동안 저자는 현실을 떠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여행은 현실에서의 도피라고도 하지 않는가. 여행을 떠나기도 전부터 벌써 돌아오기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하지만 몇 시 몇 분에 무엇을 어디에서 사 먹었는지,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영수증까지 남김없이 기록하는 저자의 여행기를 들어보면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도 짧게는 하루, 길게는 평생에 대한 계획을 어렴풋하게나마 지니고 살아가지만,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실패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다. 실패이나 실패가 아닌 뜻밖의 행운으로 평생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나머지 삶을 버티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여행도, 삶도.
허탕도, 실패도, 낙심도 괜찮아라며 다독이며 미지의 불안과 설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매일 떠나는 사람>을 읽으면서 기록과 모험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귀찮았던(심지어 몰아썼던) 초등학교 방학 숙제였던 일기가 좋지 못한 기억이어서 그럴까. 기록을 꾸준히 남기는 것이 쉽지 않다. 도저히 쓰지 않고는 안 되는 날들이 있긴 하지만, 작가처럼 사소한 것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기면 그것이 자신도 몰랐던 자신과 만나게 해주는 티켓이 되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모험심은 위험한 것이 아니다.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용기이다.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몰라서,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모험을 하지 않으면 내 세상은 딱 거기까지이다. 내가 인식하고 나만의 말로, 글로 남기는 것이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행스럽게 뜯지도 않은 만년 다이어리가 서랍 구석에 박혀 있었다. 꺼내서 제일 좋아하는 펜으로 날짜를 적었다. 나의 인생이라는 여행. 그 여행의 일지의 시작이다.

여행을 기꺼이 떠나려는 모험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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