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수염
아나벨라 로페스 지음 / 아트북프레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에게 온전한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던 시대.
그 시대에 여성들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은 ‘여성답다’였고, ‘여성답다’의 속뜻은 아름다움과 순종이었다.
⠀
여성으로 태어난 순간 요구받는 순리를 따르며,
정절을 지키고 집에서(아버지가) 정해주는 배우자를 만나 남편이 요구하는 안사람의 기준에 맞추려 최선을 다한다. 세상이, 남자가 정해 놓은 대로 최대한 따르는 것. 그것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
#푸른수염 (#아나벨라 로페스 저 #아트북프레스 출판)은 그런 시절의 민담에서 유래한 ‘동화’이다.
동화는 아이들에게 재미와 그 재미 속에서 배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샤를 페로의 원작인 ‘잔혹 동화’ <푸른 수염>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
아마 남성이 우위이던 시절에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은 아내의 죄, 그런 아내를 구해내는 오빠들에 초점이 맞춰진 교훈이었지 않았을까?
⠀
같은 것을 바라보아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에 따라 분명히 하나인 그것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로 달라진다.
⠀
동등하고 어느 시절보다 성에 대한 목소리가 큰 현시점에서는 푸른 수염의 ‘비밀’의 범죄성과 정당한 이유 없이 금지당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아내의 주체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
이유 없는 금기는 ‘말할 수 없는 이유’를 숨기기 위함이었고, 푸른 수염의 비밀을 목격한 아내를 해치려는 이유도 계속 비밀로 하기 위함이었다.
⠀
그런 부당한 것을 순종이라는 이유로 그저 따르는 것이 이제는 정답이 아니다. 아예 선택지에도 없다.
⠀
이브, 프시케, 푸른 수염의 아내 세 명의 여성을 묶었던 인기곡은 이 세 여성이 금기를 깨고 스스로가 선택했다라는 사실에 주목했더랬다.
⠀
동화 <푸른 수염>을 글뿐만 아니라 그림이라는 또 다른 언어까지 함께 해 재창조한 아나벨라 로페스는 등장인물인 ‘푸른 수염’을 ‘푸른수염’으로, 두 단어를 붙여 더 강한 남성상을 꾀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또렷하게 만들려는 의도이지 않을까.
⠀
마침내 억압되지 않는 온전한 행복을 찾은 푸른 수염의 아내는 억압되었던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잊지 않는다.
수백 송이의 빨간 장미로 정원을 물들인다.
⠀
하나하나의 목소리는 약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소리가 지워질 수 있다.
그런 목소리를 누군가는 잊지 않고 기리고, 들으려 귀 기울이면서 목소리를 낸다면 그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라 두 사람의 목소리가 될 것이다. 그렇게 켜켜이 쌓인 목소리는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바꿀 것이다.
⠀
그런 유대감을 잊지 않게,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그리고 스스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모든 이들의 용기를 응원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