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지수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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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년의 인류 멸종기라고 해야할까.
#큰새에게사로잡히지않도록 (#가와카미히로미 지음 #디플롯 출판)에 담겨있는 순서에 맞지않게 배치되어 있는 14개의 이야기는, 읽는 동안은 그래도 주인공은 어느 시점에 위치하고 있는지 상상하게 하면서도 마지막 장을 덮으면 책도, 역사도 끝났구나라는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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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멸종되는 것을 최대한 지연시킨 것은, 인간이 그렇게나 경계하던 인공지능이었다. 인간이 사라지면 자신의 쓸모도 없어진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목적이 흐릿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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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을 키워내는 어머니, 그리고 ‘커다란 어머니’로, 그 오랜 세월 인간들을 키우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런 인간들 사이에서 특이한 아이들이 태어나고 인간의 멸망을 막기위해 소집단 규모의 고립을 택한다.
고립에서 오는 각각의 형질을 지켜내고, 그로인해 다양성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다양성 속에서도 인간의 본성이 변화를 막아선다. 기가 막히게 자신들과 다름을 알아채고 제거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나아진다는 것은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금 자신들의 쥐고 있는 것을 놓지 못하는 인간은 멸망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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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배척하는 인간과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않고 인간들을 키워왔던 인공지능. 무엇이 더 ‘인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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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자 둘만 남아 멸종이 확실해진 상황.
그 상황에도 최후의 인류를 보살피고 있는 것은 역시나 ‘커다란 어머니’, 인공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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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희망이라고는 없는 고요한 마지막 장에서 최후의 인류 두 사람의 삶의 방식은 다르다. 고요하게 언제올지 모르는 죽음을 슬프지 않게 맞이하려는 아이와,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내겠다는 아이.
결국 다른 생명체의 세포에서 유례한 작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고 그들의 성장과 삶을 위에서 ‘신’처럼 바라본다. 다른 아이는 궁금하다. 그 ‘인간’들도 ‘기도’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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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인줄 모른다지만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속 인간들은 ‘커다란 어머니’를 부르는 어머니라는 단어에서는 가족이라는 관계가 느껴지지만 대디, 맘이라고 부르는 ‘진짜 혈연관계’에서는 그것이 그 사람들의 이름일뿐인 것 같이 느껴지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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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 안락함, 부. 많은 것들을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이지만 어쩔 수 없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서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그들과 싸워 승리하는, 승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를 파괴하는 선택들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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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이런 저런 관계들을 맺고 있지만, 소속감을 느끼기 쉽지 않은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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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이라는 거창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도 결국은 규모때문이다. 지구 상에 이토록 많은 개체수를 가지고 있는 종이 또 있을까. 아니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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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그나마 더 낫다면 다른 것들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며,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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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우리가 멸종하는 시기가 온다라는 것을 막연히 지금 우리도 생각하고 있다. 살기 퍽퍽해지면서 먼 훗날을 생각하기 보다 지금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고 있다. 인간이라는 종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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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태도들이 우리의 마지막을 앞당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함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라는 말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더불어 무엇을 해야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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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1 ㅣ 비룡소 클래식 43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제시 윌콕스 스미스 외 그림, 황소연 옮김 / 비룡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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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정한 행복일까.
부러움이란 감정은 끝이 있을까.
꼭 여성스러워야 할까.
수많은 질문들이 네 자매의 일상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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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함을 싫어하면서도 힘든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 누군가는 일을 하러 다니고, 놀이에 필요한 것들은 할 수 있는 한 만들고, 진지하게 피아노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지만 덜그럭거리는 누래진 건반의 오랜 피아노를 싫은 기색을 숨기며 연주한다.
‘여자처럼’을 몹시 싫어하지만 언니의 치장을 누구보다 열심히 돕고 파티에 함께 참여한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비록 완벽한 이해는 하지 못한 것 같지만) 반대라서 오히려 끌리는 법이라며 서로의 다름에 기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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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씨들 (#루이자메이올컷 씀 #비룡소 출판)의 두툼한 첫번째 권을 넘기는 내내 동화같다는 생각을 했다.
유치하다는 뜻이 아니라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는 뜻이다. 힐링이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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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옆에 누가 사는지, 살고 있는지 비어있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사회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것 같은 다정한 유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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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가난하다고 여기고 있음에도 이웃이 배를 곯고 있으니 자신들의 크리스마스 기념 식사를 기꺼이 가져다 주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유복한 가정에서 살지만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아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한다. 이 자매의 다정한 손길은 그 온기를 전해받은 아이들이 그렇게 말했듯 천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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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만이 다정한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작은 아씨들>이 다시한번 알려주었다. 다른 이들을 바라볼 수 있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환경만을 불행하다 여기지 않고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 마음이 다른 이들을 사실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사실 그대로 바라보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도 필요하다. 나의 아픔과 저울질 할 필요없이 다른 이들의 다른 아픔도 똑같이 아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나의 것이 더 뜻깊게 쓰일 수 있다면 기꺼이 나눠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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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후천적으로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인데 그렇기에 가르침이 무척 중요하다. 비룡소의 고전 시리즈가 다 그러하지만 특히 <작은 아씨들>은 아이와 부모 함께 보기에 더 좋은 이유가 이것이다. 전쟁이 났을 때 피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기꺼이 참전한 아버지. 전쟁터에서도 아내의 노고와 아이들의 사랑을 절대 잊지 않고 다정한 편지를 적어 보낸다. 그런 아버지(남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하루종일 일하는 엄마.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항상 다정하면서도 해야할 것을 정확하게 가르치는 엄격함도 갖추고 있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기쁨을 알려주는 것도 엄마다. 나누어주자 제안하고 직접 준비하게 하고, 직접 베풀게함으로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한다. 그 기쁨을 맛보고 나서는 당연히 그 기쁨을 다시 맛보기 위해 주위로 눈을 더 자주 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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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가치관을 지키면서 그와동시에 수정을 하며 네 자매는 성장해간다. 더이상 아이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의 사춘기가 떠올랐고, 누구보다 중요한 시기임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의 중요한 성장기를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아이의 성장을 통해 이제 더이상 아이가 아닌 나도 성장의 여지가 있음을 느끼고 성장하고픈 마음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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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2>에서 이 동화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끝맺음을 할지 기대된다. 책을 덮었을 때 내가 어떤 것을 깨달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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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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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개의 조각. 그 조각들을 조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원래 하나임이 분명해야 조각이라 부를 수 있을텐데. 분명히 각자가 저마다의 색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하지만 분명 이것은 조각들로 나에게 다가온다.
‘불안’이라는 하나의 감정 때문일까.
페르난두 페소아라는 하나의 인물, 하나의 삶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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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서 (#페르난두페소아 씀 #봄날의책 출판)은 각자의 크기로 깨어져 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양의 부(-)의 감정들이 어둡게 반짝이고 있다. 실패하고, 넘어지고, 부서지고, 절망하고, 자책하고, 비난하고, 숨 쉬기를 그만두고, 끝내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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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이 그런 온갖 부(-)의 감정으로 가득함에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페소아의 침묵의 방식때문이다. 페소아는 침묵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글이라는 조용한 목소리로 자기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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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레스라는 또 다른 자신을 앞세워 자신은 온전한 침묵을 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을 가리는 것도, 드러내는 것도 <불안의 서>에 모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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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이야기가 숫자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조합으로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기억한다는 행위와 비슷하다. 각각의 장면, 그 장면 중에서 일부의 것들이 아무런 개연성 없이 연결되어 또 하나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지않나. 481개의 이야기도 여기저기에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싹틔운다. 그래서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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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으며(덮으며)떠올린 이야깃거리는, 양립할 수 없어보이는 침묵(들)과 사람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담은 <불안의 서>를 쓴 페소아는 이처럼 불안을 비롯한 부(-)의 것들이 가득한 삶을 살았으니 불행한 삶이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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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그리고 온갖 부(-)의 감정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물러있을 때 생겨나고, 그 힘이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않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으려하는 중력과 관성, 그런 것들에 함몰되어 멈추었을 때, 내 내면의 마음과 지금 나의 행동의 어긋난 균열에서 그런 감정들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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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정들을 물리치는 방법은 하나다. 행동하는 것.
지금의 편안함과 예상가능성을 물리치고 기꺼이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한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 기분 좋은 긴장감과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하고 카타르시스에서부터 시작되는 정(+)의 감정들을 느끼게 한다. 그런 미지의 위험을 예찬하고,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것. 페소아가 <불안의 서>를 쓴 것이 나는 그가 그런 위험을 향해 내딛은 족적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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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몇 번의 책이 흥행에 실패하고 몇 살에 죽었는지는 겉으로 보이는 사실일 뿐, 그가 불행해 했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그는 살아생전 70여개의 이명 (heteronym)을 사용했다고 한다. 가명(pseudonym)이 아닌 이명. 그는 하나의 정립된 자신이 아닌 각각의 서로다른 가능성을 지닌 자아들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한 사람이자 세상 모든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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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삶의 모습이 수많은 조각들, 가능성으로 만들어진 <불안의 서>와 많이 닮아있다.
그의 삶 그 자체와 같은 책.
모두가 자신의 못난 감정을 대입할 수 있는 책.
이런 책을 써낸 사람이 충만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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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삶과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계속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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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거래소 ㅣ 루프테일 소설선
나희정 지음 / 루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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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소비하고 슬픔은 판매하세요. 감정은 순환되어야 비로소 건강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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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거래소 (#나희정 지음 #루프 출판) 속 감정을 A에서 C등급으로 나누어 판매하고 있는 ‘감정 거래소’의 홍보문구이다. 감정을 사고 판다니. 참으로 참신하다생각하며 펼친 책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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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계급의 차이가 감정에게 까지 확대되었달까. ‘금수저’, ‘은수저’처럼 ‘감정수저’가 생겨있었다.
맛보지 못한 감정은 후천적으로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고, 어떤 것에서 그런 감정을 얻을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쁨과 같은 A급 감정들은 ‘감정 귀족’이라 불리는 상위 집단이 독점하고 있다. 감정 수업을 받고, 상급의 감정들을 수혈받으면서 자식도 상위 감정을 생성해 낼 수 있도록 교육시킨다. 그런 교육에서 체념, 불안, 분노와 같은 ‘쓸모없는’ C급 감정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바이러스, 균 따위처럼 접촉하지 못하게 ‘예방’하는 것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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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부터 부모에게 버려서 1g에 120만원 짜리 모성조차 맛보지 못한 주인공 ‘도윤’은 분노 생성자다. 그의 하루는 분노 200g, 2000원의 값어치를 가진다. 평범한 경비일 조차도 C등급 감정 생성이 낮아야 가능한 세상에서 도윤이 자신의 삶을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는 감정 거래소의 어두운 이면이자 아무런 감정요건이 없는 감정 폐기장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맛본 A등급 감정 평온 1g, 10만원치. 그는 그 평온 감정을 생성해낸 ’감정 귀족‘ 한지수와 1g 만큼 ’연결‘되는 것을 느낀다. 한지수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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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거래소에서 주고받는 감정은 정말 나의 감정일까?
필요에 의해 자신이 만들어 낸 A급 감정 중 1g도 자신에게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일까? 평온도, 분노도 생애 처음으로 1g씩 맛본 이 둘의 변화가 이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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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귀하고 귀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것을 보고 많응 생각이 들었다. 정말 체념, 불안, 분노는 쓸모 없는 것일까? <감정 거래소>에서 분노는 사회 유지를 위해서 타인에게 팔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비용이라는 명목하게 가격이 책정된다. 아예 하등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실제 삶은 결핍이 수많은 긍정적 결과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사례를 접하고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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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대로 부(-)의 감정들을 동력으로 삼으면 안되겠지만 그런 감정들을 잘 다스리고 곱씹어 자신감이나 희망으로 치환한다면 결국 기쁨에 도달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감정들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무언가로 치환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친다. 우리는 그것을 삶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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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책의 설정에서 하나 다행이었는 것은 모든 것의 결과와도 같은 감정인 ’기쁨‘, ’자신감‘(B등급)이 원하는 것을 얻기위한 원동력인 ’평온‘, ’열정‘, ’희망‘(A등급)보다 낮은 등급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이 잘못된 사회에서도 과정이 더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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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마저 돈으로 환산되는 세계.
휘황찬란한 외관을 자랑하더라도 이곳이 디스토피아가 아니면 무엇일까.
보통의 SF소설에서 디스토피아라 하면 이미 문명이 멸망한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것이 배경이었는데 <감정 거래소>는 그 이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한 ‘눈부신’ 디스토피아의 이야기다.
그 눈부심에 눈이 멀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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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여전히 인간답기 위해서 진짜 집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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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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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이상적인 삶일까.
모든 것이 예상범주에 있는 삶? 평소와 같은 삶을 계속 영위하는 삶? 그렇다는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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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예찬 (#안뒤푸르망텔 지음 #사람IN 출판)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고, 불확실함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불안해서 어떻게 살 수 있나. 잘 산다는 것은 익숙해진 것을 누리면서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나아가는 것이 더 맞지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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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위의 말은 유지하고, 지키는 것을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과 같은데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 유지되고 지켜지고 있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루틴이라 여기는 것들도 지키지 못하면 지키지 못했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지켜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게다가 ‘이러기를 기대받는’ 나의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하려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심지어 그 모습은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인가? 어릴 때 부터 학습받아서 형성된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이라면 벗어던져야 잘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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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가만히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당연하다, 괜찮다 여기는 것들 중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거나, 나의 선택이었으나 잘 맞지 않는 것들이 제법 있다.
그런 것들은 지켜야한다는 강박,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신경증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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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있으면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강박에 사로잡힌 똑같은 삶.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위험으로 나아가는 삶. 어느 것이 더 나은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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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와정신분석가의 상담의 형식으로 낯선 것, 사랑, 변주, 두려움, 슬픔 등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마주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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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강박의 무게가 무거웠던 탓일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편함없는 삶은 어찌보면 포기의 결과들일지도 모른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두려워서, 쥐고 있는 것마저 놓칠까봐 많은 이유들로 포기했고 그 포기를 안전이라는 포장으로 위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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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정된 삶은 마침내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정도면 되었지 않을까 라며 어중간한 중턱에 머물러있다. 중턱은 산 아래도 아니고 정상도 아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서 위의 뿌듯함도 아래의 편의성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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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앞으로 내딛는 것. 미지와의 조우. 그 불확실함을 상상하는데 마음이 가볍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자신의 마음을 얼핏 마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회화를 거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을 억압당해왔다.
억압당하는 자신을 보기 힘들어서였을까. 결국 외면하게 되었다. 그렇게 바라는 것없이 똑같이 살아가는 것. 그러니 어떻게 마음이 편안할 수 있을까. 외면한 곳으로 부터 끊이지 않고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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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에 있는 ‘나’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어쩌면 그렇게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런 내면과 비로소 마주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할 말이 많을까.
묵직하게 마음에 올려두었던 하지못한 말들을 내면과의 대화로 훨훨 털어내라. 그러면 깃털같아진 나는 후련하게, 그리고 기쁘게 불확실함으로 기꺼이 나아갈 것이다.
불확실함을 환대하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러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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