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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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개의 조각. 그 조각들을 조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원래 하나임이 분명해야 조각이라 부를 수 있을텐데. 분명히 각자가 저마다의 색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하지만 분명 이것은 조각들로 나에게 다가온다.
‘불안’이라는 하나의 감정 때문일까.
페르난두 페소아라는 하나의 인물, 하나의 삶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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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서 (#페르난두페소아 씀 #봄날의책 출판)은 각자의 크기로 깨어져 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양의 부(-)의 감정들이 어둡게 반짝이고 있다. 실패하고, 넘어지고, 부서지고, 절망하고, 자책하고, 비난하고, 숨 쉬기를 그만두고, 끝내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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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이 그런 온갖 부(-)의 감정으로 가득함에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페소아의 침묵의 방식때문이다. 페소아는 침묵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글이라는 조용한 목소리로 자기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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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레스라는 또 다른 자신을 앞세워 자신은 온전한 침묵을 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을 가리는 것도, 드러내는 것도 <불안의 서>에 모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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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이야기가 숫자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조합으로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기억한다는 행위와 비슷하다. 각각의 장면, 그 장면 중에서 일부의 것들이 아무런 개연성 없이 연결되어 또 하나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지않나. 481개의 이야기도 여기저기에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싹틔운다. 그래서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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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으며(덮으며)떠올린 이야깃거리는, 양립할 수 없어보이는 침묵(들)과 사람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담은 <불안의 서>를 쓴 페소아는 이처럼 불안을 비롯한 부(-)의 것들이 가득한 삶을 살았으니 불행한 삶이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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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그리고 온갖 부(-)의 감정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물러있을 때 생겨나고, 그 힘이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않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으려하는 중력과 관성, 그런 것들에 함몰되어 멈추었을 때, 내 내면의 마음과 지금 나의 행동의 어긋난 균열에서 그런 감정들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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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정들을 물리치는 방법은 하나다. 행동하는 것.
지금의 편안함과 예상가능성을 물리치고 기꺼이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한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 기분 좋은 긴장감과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하고 카타르시스에서부터 시작되는 정(+)의 감정들을 느끼게 한다. 그런 미지의 위험을 예찬하고,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것. 페소아가 <불안의 서>를 쓴 것이 나는 그가 그런 위험을 향해 내딛은 족적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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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몇 번의 책이 흥행에 실패하고 몇 살에 죽었는지는 겉으로 보이는 사실일 뿐, 그가 불행해 했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그는 살아생전 70여개의 이명 (heteronym)을 사용했다고 한다. 가명(pseudonym)이 아닌 이명. 그는 하나의 정립된 자신이 아닌 각각의 서로다른 가능성을 지닌 자아들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한 사람이자 세상 모든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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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삶의 모습이 수많은 조각들, 가능성으로 만들어진 <불안의 서>와 많이 닮아있다.
그의 삶 그 자체와 같은 책.
모두가 자신의 못난 감정을 대입할 수 있는 책.
이런 책을 써낸 사람이 충만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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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삶과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계속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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