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 - 정답만 찾는 시대, 농담처럼 읽는 삐딱한 예술 이야기
오후 지음 / 서스테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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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좋아하는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가?

이 질문이 같은 것일까?
예술은 아름다운 것이니까? 그럼 아름답지 못한 것은 예술이 아닐까?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보기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나름 부단히 애쓰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예술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예술은 ‘애쓰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이었다. 나들이처럼, 여름날 무더위를 피하기위해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마트나 편의점에 들어가는 것처럼 부담없이 즐겨야 한다고 배웠고 딱 한점의 작품을 제대로 기억하겠다며 부담없이 슥슥 보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예술은 ‘애써야하는 것’이었다.
#아름다움에밑줄치지말것 (#오후 지음 #서스테인 출판)에서 말하는 애써야 할 것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 째, 주제를 찾지 않으려 애쓰라는 것.
우리가 현대 미술을 어려워하는 이유이다.
미술에서 사조가 시대에 따라 바뀌면서 도달한 현대 미술은 다정하지 않다. 작품도 세상을 담는다기 보다는 그 세상 속에사 부유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경우가 많고, 표현 방법도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
그리고 해설도 친절하지 않다. 완성인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작품을 그냥 무심히 툭 던져놓는다. 요즘 말하는 소위 힙함이 이런 것일까.

하지만 비싼 관람료(작품 가격에 비하면 혜자이긴 하다)를 내면서 보는 비싼 그림들은 작가와 그림에 대한 스토리와 그와 얽힌 주제가 분명하다. 자칭 미술 애호가들 대부분이 이런 비싼 그림만을 보아왔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주제를 찾는다. 그냥 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냥 보고 느끼라고, 대부분 예술들은 떠오르는 것들을 만들다가 의미를 부여한다며 주제를 모르는 것이 오히려 더 올바른 관람태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예술을 시작했기에 주제를 찾으려 애쓰는 것보다 주제를 찾지않으려는데 더 많은 애를 써야할 것이다.

뭔지 몰라도 좋아보이는 작품들.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이 있지 않는가?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일 확률이 높다. 심지어 그런 작가들의 전시는 대부분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하다.

애써야 할 두번째는 최대한 많은 작품을 보려고 애쓰라는 것이었다.
예술은 인간과 역사를 함께 했으나 속된 말로 배가 부를 때, 경제 상황이 흥할 때 더 발전하는 성향이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이고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예술이 지금이 가장 흥한 때일수도 있다고 그러니 부지런히 많이 봐두라고 말한다.

또 많이 보라는 것은 취향을 찾기 위해서이다.
무엇이 좋은지, 모두가 좋다는 작품이 왜 좋은지 모르겠다면 그것은 취향이 없기 때문이다.
취향은 수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발견할 수 있다.
많이 봐야 내 눈에 좋은 것들이 생기고, 그것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래야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을 나는 그냥 그랬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그래야 미술관이, 예술이 어렵지않고 진정한 의미로 자신의 삶에 녹아들어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다.

최근에 좋은 기회로 예술서를 제법 읽었는데 바로 직전에 읽은 책에서는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에 너무 힘을 주지말고 동네 마실 가듯 편안하게 가라는 조언을 들었다.

<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에서는 애쓰지 말 것과 애써야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배울 수 있었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반대로 애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기에 우리는 예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는 방법, 오랫동안 나란히 함께 발 맞춰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비로소 예술과 함께할 수 있는 시작점에 선 것 같다.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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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사랑 - 나도 모르게 나를 망치고 성장시키는
김지용 지음 / 디플롯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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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 그것은 우리 인류에게 도전하는 것을 꺼리게 했다. 일정 수준의 편안함을 충족시키면 무엇이든 하고픈 것에 집중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편안함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원터치로 가능해진 세상, 안락한 세상에서 우리는 도전을 하지 않는다. 상처입는 것에 너무 연약해졌기 때문이다.
원터치로 세상이 간편해졌지만 그것들을 쟁취하는 과정은 쉽지않다. 어떤 시대도 겪지못했던 경기불황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 한사람의 몫을 해내는데에 도달하기까지 평생의 인내심을 다 사용해버렸다. 사회에서 치이고 돈에 치이고 사랑이라는 또다른 도전은 잠시 접어두고 싶어지는 것이다.

사랑이 언제부터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하고, 그 자체로 포기해야만하는 대상이 되었을까. 전쟁 중에도 사랑을 꽃피는 법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사랑을 꾸준히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마음을 내비치면 관심이 식고, 똥차 보내고 명차만나기를 기대했건만 똑같은 문제점을 가진 똥차를 만나다 보니 사랑이 두려워진다. 시작도, 과정도, 심지어 끝맺음도 사랑은 어느것하나 쉬운 것이 없다.

#문제적사랑 (#김지용 씀 #디플롯 출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차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으로 치유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수많은 상담자와의 대화를 통해 나름대로 사랑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따스한 조언들을 건낸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고, 실망하게 될까봐 두려움도 커진다. 그럴바에는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랑을 추천한다. 자신을 점점 더 굳게 믿게 될수록 흔들리지 않고 용기를 내어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다.

이상하게 똥차가 지나간 뒤에 또 똑같은 똥차를 만나는 경우는 자기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반전 진단도 강렬하다. 프로이트의 (이 책에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많이 등장한다. 사랑꾼이었던 것일까) ‘반복 강박’은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과거 의 상황을 반복하고자 하는 강박적인 충동을 뜻한다. 충동이라는 단어가 충격적이지만 똑같은 상황을 다시 반복하면서 이번에는 다른 엔딩을 갈망하는 증상이다.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진심으로 나에게 무릎꿇고 울면서 사과할 날을 기다리는 경우,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는 것을 언론 매체를 통해 제법 듣지않나. 사서 고생 할 필요 없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 이미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으니.

마지막은 이별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처방이다. 여기에선 이별로 인해 잃는 것에 따라 다르다. 보통 헤어지면 사랑하던 사람을 잃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랑스러운 연인을 옆에 두고 다니던 모두가 부러워하는 멋진 자신을 잃는다. 전자는 그 사랑에서 무언가를 배운다. 슬프지만 털고 일어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 더 나은 사랑을 할 준비가 된다. 하지만 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자기연민에 빠지게 된다. 이런 사람은 연애 중에도 상대방보다 자신을 더 사랑한다. 사랑은 나 스스로와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 하는 것임을,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위해 진심을 다한다면 그도 그 사랑에서 반성할 무언가를 찾고 자기연민을 그만 둘 것이다.

사랑의 성공과 실패는 무엇일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그 다음 단계는 ‘결혼’인가? 사랑을 조각조각 내서 심혈을 기울여야하는 스텝들이 존재하는 무언가로 여긴다면 진심이 담길 순간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사랑의 완성은 사랑 그 자체이다.
끝내주는 사랑. 끝내주는 사랑은 무엇일까 싶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다보면 스스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아 이게 진짜 끝내주는 사랑이구나라고.

지래 겁먹지말고, 무조건 해피엔딩을 바라며 시작하지 말자. 끝이 두려워서 시작을 못한다면 이 세상은 너무나 암울할 것이다. 이제는 안다. 이 세상에서 사랑이 제일이라는 것을. 다정, 의지, 위안. 다른 모든 것들도 다 사랑에 담겨있다. 선덕선덕거리게 하는 사랑이야기가 아님에도 제대로 사랑하고 싶다고 마음먹게 하는 책이다.

불안과 외로움에 떨지말고 스스로에게 사랑을 권하자. 그게 행복이다. 사랑과 행복은 적어도 유의어이다. 그것도 아주 밀접한.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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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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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글과 내 눈 사이가 뿌옇다.
내 안으로 들어오는 책 속 정보와 나의 인식사이도 마찬가지로 뿌옇다. 새로운 것들을 마냥 새롭게, 뚜렷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글 속에서, 내 안에서 표류한다.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슬픔의물리학 (#게오르기거스포디노프 지음 #문학동네 출판)에서 만난 오래된 신화 속에서 부터 주욱 미궁에 갖혀져있는 미노타우르스가 낯설지 않다. 오히려 동질감을 느꼈다. 그는 괴물이 아니다. 자신이 행한 죄는 아무것도 없으나 자신이 지은 죄로 한창 엄마가 필요한 나이에 갖혀진 가엾은 인간 아이일 뿐이다.

책 속의 소년 ‘게오르기’도 미궁 속 길을 잃은 인간 아이이다. 그의 미궁은 타인의 기억이다. 타인에게 자신이 삽입되어 그 사람이 숨겨놓은, 심지어 그 사람조차 이제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들을 고스란히 경험하고 공감한다. 공감의 방식은 슬픔에 감화되는 것이다.
자신의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나를 버리고 슬픔이라는 통로로 다른 사람에게 삽입되는 과정을 할아버지에게도, 민달팽이에게도, 개미에게도 겪으면서 종착지를 알 수 없는 여행을 떠나고 있는 소년은 어디까지가 자신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소년은 확장되고 있을까 미궁 속에 갖혀있는 미노타우르스인가.

소년의 끝없는 확산은 공기 중에 기체가 확산되는 것처럼 은은하게 퍼져나가 전체를 공감한 슬픔으로 가득 채운다.
그렇게 결국 소년도, 독자도 하나의 깨달음에 도달한다.
이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모든 것이 ‘나’이면서 그와 동시에 세상 그 자체라고.

신화 속 마노타우르스는 괴물도 아니고 지성이 없는 동물도 아니었다. 소를 닮은 얼굴 아래에는 여린 살이, 심장이 펄떡이고 있는 어린 인간이었다.
엄마를 잃고 인생을 잃고, 미궁 속에서 길을 잃고, 살아갈 이유를 잃고, 오로지 손에 잡힐듯 그의 안을 그의 주변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슬픔만이 지금 이것이 현실이라는 따끔거리는 자극만이 유일한 동행자로 남은 채.

소년 ‘게오르기’가 신화 속 미노타우르스에 병적으로 공감하듯이 이 책을 읽는 우리도 이 안의 모든 생명체의 슬픔을 공감한다. 아마 어떤 종 일지라도 슬픔이 기압을 가진 공기처럼 나를 짓누르는 것은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들숨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산소가 그러하듯 슬픔도 우리를 움직이고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슬픔이 우리에게 필요없고 제거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해 끌어안고 가야하는 것이라면, 나뿐만이 아니라 내 곁의 소중한 이들의 슬픔도 함께 감당하는 것이 응당 당연한 것일테다. 슬픔이 아무리 우리를 살아가게 하더라도 아프다는 것만큼 여전하니까, 나눠 부담한다면 슬픔이 우리를 억누르는 물리력이 조금은 약해질 것이고, 좀 더 견딜만해지겠지.

그렇게 슬픔이 만연한 이 세상에서 함께 나누는 이가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쁨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뚜렷한 증거가 될 것이다.
눈에는 눈물이 맺히지만 입꼬리와 화학작용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충만함이 내 안을 채우는 경험. 글 속 주인공이 슬픔을 공감하듯 우리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다.

슬픔이 세상 한 쪽에 놓여있다면 같은 선상에 기쁨도 분명히 놓여있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슬픔의 물리학은 기쁨의 물리학도 될 수 있다.

슬픔이 도처에 있듯이, 기쁨도 도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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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네오픽션 ON시리즈 38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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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그것은 영원한 끝을 말하는 단어다.
하지만 #어두운숲속의서커스 (#강지영 지음 #자음과모음 출판)속 아포칼립스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3년 후 중국과 한국에서만 발발한, 치료제없고, 사망자도 없는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한다.
죽지않고 계속 골골거리게 만드는 몹쓸 감기정도로 사람들이 안전불감증에 빠져들기 시작할때쯤 바이러스의 변이가 일어난다. 감염자들이 좀비가 되는 것.

정부가 선택한 해결책은 소각.
이 책의 주인공인 초과와 그녀의 엄마, 오빠, 여동생은 각자의 이유로 정부의 눈을 피해 서울로 향한다.

그들의 애틋함을 넘어 처절하기까지한 서울 상경기를 보고나면 아이러니 하게도 머리에 남는 것은 ‘덕후가 세상을 움직인다.’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정말 그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덕후들이 아포칼립스를 맞이한 세상에서 유일한 희망이자 경찰과 정부를 대신해 세상의 질서를 유지한다. 그것뿐인가 그 와중에 코스페스티벌까지 잊지않고 챙겨 다함께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낭만까지 지녔다.

그리고 또 하나 이런 세상에서도 멀쩡히 제역할을 해낸 것은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보다 신랄한 관계이지만 그 신랄함은 자신을 방패삼아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었음을 우리 모두는 안다. 그 방패역할을 대부분 억세게 늙는 엄마가 담당한다는 사실도.

모질게 뱉어내면서도 결국은 ‘누구보다 더’, ‘누구보다 잘’을 입 안쪽에 치아 자국이 남을 만큼 앙다물며 다짐하는 그런 것이 가족이다.
그렇기에 아포칼립스는 두렵지 않다. 끝이 아니라 지켜낸 것들이 응당 누렸던 찬란히 떠오르는 해를 소중히 다시 누리게 되는 회복의 계기이다.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를 보면서 우리가 중요하다며, 목표로 삼으며 달려온 것들(권력, 돈, 이기심)들이 결국 이 세상을 망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다양한 고통이 존재하는 세상을 그렇게도 힘들게 아둥바둥 살아가는가.
누가 뭐래해도 좋아하는 것을 맘껏 누리며, 가족을 위하고 중요한 순간에, 소중한 무언가에게 최후의 방패가 되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인간의 이기와 본능과 같은 애정.
그 둘의 명확한 대비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당신에겐 어디가 빛이고 어디가 어둠일까?
누가 가장 눈에 밟히고 누구를 가장 닮고 싶을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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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미술관 - 그림이 불러낸 삶의 고백,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임지영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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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을 돌이켜보았을 때 인상적으로 기억되고 있는 장면이 있는가? 그 인상적이라는 단어는 당연히 긍정적인 표현이다. 부정적인 것이 인상적으로 남기에는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것들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 인간의 뇌를 무언가를 자꾸 뇌 새김질하면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잊지 않으려 되새김을 하다보면 빛이 바래 왜곡된 모습으로 남아 우리를 괴롭게 하고, 이 악물고 나아가다 보면 우리를 버티게 해줄 것들은 서서히 잊혀 간다.

분명 순수하게 행복하고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이 많을텐데.
‘내 삶은 왜이렇게 불행할까.’ 이런 생각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이렇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고갈되었던 에너지가 충전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인생미술관 (#도마뱀 출판)은 그 무언가를 그림이라고 알려준다. 우리는 그 누가 와도 헛되다 부정할 수 없는 소중한 각자의 인생을 수십 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마냥 좋았고 행복했고,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순간들을 정작 잊고 살아가고 있으니, 그것들을 되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코치들이 모여 만든 이 책의 용도는 그런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줄 트리거다.

우리에게 유년, 청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그리고 지금부터 20년 후 어느 날. 이렇게 다섯 가지 시간과 시선을 떠올릴 수 있도록 작가 각자의 삶의 순간들을 예시로 든다.

그림 하나에 자신의 이야기 하나를 짝지어 보여주고 그다음 페이지는 비어있다. 그 페이지에 적혀있는 것은 하나의 질문뿐이다.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면서 그 질문의 답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고, 진솔하게 마주하지 못했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몰랐던 자신을 발견한다.
10명의 작가 5개의 이야기, 총 50개의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50개의 이야기, 수십 점의 그림들이 나만의 회랑에 하나둘 전시된다.
그 어떤 전시보다도 더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전시가 되어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만든다. 그렇게 위안을 얻기도 휴식을 취하기도, 용기를 내기도 한다.

섬네일. 유튜브에서 영상을 누르기 전, 영상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이미지를 뜻한다.
나의 인생을 하나의 영상이라고 생각했을 때, 섬네일로 삼을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생 미술관>을 읽고 나면 이제 다른 고민에 시달리게 된다. 수십 장의 장면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엄청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나를 알아가고, 나의 취향을 깨달으면서 50점의 그림을 구경하며 50개의 나만의 글을 쓴다.
이보다 알찬 시간이 또 있을까.
이 모든 것이 단 한 권의 책으로 가능하다.

그림과 글이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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