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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시절을 지나는 중입니다 -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이애경 지음 / 섬타임즈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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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만남, 기쁨, 슬픔.
매일, 아니 매순간 내 안으로 들이치는 감정과 사건들 하나하나에 마치 처음인 것처럼 반응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색으로 표현하자면 그때는 총천연색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바래지않고 쨍한 햇빛이 본연의 색을 더 뚜렷하게 만들어주는. 이런 쨍함은 어두운 것도 더 짙게 만든다. 그래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고요해보이는 ‘어른’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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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썸띵. 꿈꾸던 어른의 모습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지만 흔들리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큰 지진 후에 여진이 계속되는 것처럼. 하지만 달라진 것도 있다. 세상은 더이상 총천연색이 아니고 흐리멍텅하며, 외부의 것들에 쉽게 감정상태가 변하지 않는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감정변화의 역치에 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진 속에서도 그런가보다하고 무표정하게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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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시절을지나는중입니다 (#이애경 씀 #섬타임즈 출판)은 서른섬띵을 겪으면서 든 생각들을 갈무리 해놓은 책이다. 시 같기도, 산문 같기도, 메모 같기도 한 인생의 순간순간들이 모여있는데, 그 글들 속에는 사랑은 물론 이별, 추억, 우정, 눈물, 고독, 감정들이 각자의 빛을 잃지 않고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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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변해가는 스스로와 주변사람들을 담아놓은 책을 읽으면서 같은 나이대에 있는 입장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낯간지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나와 다른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작가의 세상은 빛이 바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슬픔도, 사랑도 마음껏 끌어안아 눈물흘리고 웃고있었다. 괜히 마음 상해 한동안 연락하지 않던 지인과도 오랜만에 연락해 그때 그랬었다라며 솔직히 이야기하고 바로 어제 만난 것 처럼 킬킬거리며 통화하기도 하고, 주변은 모두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간다.(물론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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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었으면 이렇게 둥글어지는 것이 빛이 바래져 가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빛나는 시절을 지나는 중입니다>를 읽고나니 바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색깔을 찾고, 그 색이 더 짙어져가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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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rsweet. 달콤쌉싸름함.
어렸을 적에는 달콤이면 달콤, 쌉싸름하면 쌉싸름이지 달콤쌉쌀은 뭐냐고, 애매한 것은 딱 질색이다라며 공감하지 못했던 단어였지만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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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달면 금방 질리고 마냥 쌉싸름하면 아무리 건강에 좋대도 입에 넣기 쉽지 않다.
쌉싸름함이 달콤함을 질리지 않게 하고, 달콤함이 쌉싸름함을 견딜 이유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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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마냥 좋기만 하면 좋은 줄 모르고 마냥 울적하기만하면 살아가는 이유를 고민하게 된다.
적절한 밸런스. 서로를 보완하며 지치지 않고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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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쌉싸름했던 인생의 순간들을 자기만의 감미료로 달콤하게 감싸는 법을 깨닫는다면 매순간은 마냥 달콤한 것보다 더 맛좋은 달콤쌉싸름한 맛이 날 것이다.
그것을 이 책은 ’빛나는 시절‘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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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없이 맑은, 마냥 달콤한 순간들만 빛나는 것이 아님을, 어둡고 쌉싸름한 순간들도 달콤하게 견뎌내 달콤쌉싸름한 맛을 완성하는 것. 그 버텨내고 애쓴 시간들이야 말로 깊고 단단한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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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견뎌내고 체화시키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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