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만큼 내가 된다 - 매일의 순간이 모여 내일의 내가 되는 일에 대하여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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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 우리는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가.
하나의 선택, 하나의 결과에도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수많은 복잡한 사정들이 얽혀있다.
하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것은 누구와도 다르지 않거나, 혹은 혼자 도태되어 가고있는, 생각보다 명확한 문제점을 가진 ‘나’다. 이 무슨 모순인가.

명확해진다는 것은 좋은 것일 수도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인식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우리는 복잡한 생물이다. 단순해보이는 것은 여러가지가 켜켜이 쌓여있는 곳 중 눈에 보이는 하나의 단면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차곡차곡 깔려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발굴해내야 하는 것이다.

시간에 의해 땅에 묻혀있는 유적을 발견해내는 사람이 고고학자라면 켜켜이 쌓여있는 나를 발견해내는 사람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 나를 발굴해낼 수 있을까?

#쓰는만큼내가된다 (#리니 씀 #더퀘스트 출판)은 그 방법으로 기록을 이야기 한다. <기록이라는 세계>로 다양한 기록들로 자신을 찾게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 리니는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매순간 습관처럼 찍어두었지만 다시 보지않고 정리도 하지않아서 쌓아두기만 한 사람, 육아로 인해 자신혼자 나아가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 같다는 사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 남들의 하루는 특별하고 빛나보이는데 나의 하루는 왜 매일매일 똑같고 칙칙한지 모르겠다는 사람. 다양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남일 같지 않다. 나 스스로, 내 주변에서 고민했던 익숙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리니는 이런 고민에 어울리는 기록방법과 기록도구를 칵테일바의 바텐더처럼 오마카세로 말아준다.

주간 포토 덤프, 불호 채집, 북 위시리스트, OO시의 나 와같은 레시피를 척척 말아주면서 기록의 세계로 인도한다. 기록의 종류보다 노트와 펜이 좋아보이는 부작용도 있지만 뭐 어떠한가. 마음에 드는 도구를 구한다면 기록해보고 싶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오히려 좋아?)

우리는 일상에서 생각보다 많은 글들을 쓴다.
메신저주터 시작해서 업무적으로 써야하는 메일, 결재서류, 기획서 등등.
하지만 정작 나 스스로를 바라보고, 담는 기록은 거의 없다. 나 스스로를 잘 모르겠다. 이것은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없었다는 뜻은 아닐까?
흠칫놀라며 시간이 없어서 그랬다라고 변명을 하겠지만 정말 시간이 없었을까? 내 삶에서 나의 우선순위가 그정도 밖에 되지않는 것이 문제는 아닐까?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우리는 외부에서 다양한 자극들을 받아들인다. 그것들은 소화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내 안 여기저기에 산재되어있다. 땀을 흘리면 샤워를 해서 깨끗하게 씻어내는 것처럼, 하루동안 나에게 들러붙은 것들도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덕지덕지 붙어있던 것을 비워내야 비로소 온전한 내가 보이는 것이다. 할말이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잘 쓰려고 하기때문이다. 그냥 있었던 일을 주욱 써보자. 분하고 억울한 일들을 다른 사람들이 어찌 생각할지 몰라서 꺼내지 못했던 것들을 솔직하게 거칠게 뱉어내보자.

<쓰는만큼 내가 된다>이 좋았던 것은 쓰는 행위가 무언가로 나를 또 채운다기 보다는 나를 비워내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솔직한 심정을 어디에도 꺼낼 수 없다면, 물이 턱끝까지 차오른 것과 같다. 조금만 더 움직여도 머리까지 잠길 것 같은 두려움, 긴장감을 가지고 어떻게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누가 볼까 두렵다면, 리니 작가처럼 적은 뒤 모닥불에 던져도 좋고, 잘게잘게 찢어도 좋고, 기화펜으로 쓰는 것도 좋다. 써서 드러내서 내가 꼭꼭 씹어먹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비우고 소화해내는 과정은 내가 미쳐 몰랐던 저 안 깊숙한 곳에 묻혀져있는 진짜 나를 발견하게 해줄 것이다.

그렇게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하루에 한글자라도 있다면 그 하루는 특별하고 의미있는 날이다. 그 하루들이 모여 특별한 삶이 된다.
특별하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84억명과 다른 오롯한 나로 존재한다는 것.

그런 나 자신을 발굴해내는 ‘자신학자’가 되어보는 것을 시작해보자.
쓰는 만큼 나를 더 잘 아는, 특별한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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