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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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인정한다. 나는 #엘리 가 출판한 #발터벤야민 의 #고독의이야기들 을 읽기 전까지 발터 벤야민을 몰랐다.

무식이 용감이라. 어릴 때 부터 부모님의 입에서 나온말이 내 입에서 다시 반복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인류사에 길이 남을 비평가로 그의 아카데믹한 저서들이 ‘테제’로 남아 많은 후배들이 읽고있다는 것 또한 <고독의 이야기들>을 받아보고 알아보기 전에는 몰랐다.

그래서 그렇게 ‘아우라’라는, 그가 그의 논문에 차용한 아는단어를 반겼을 것이다.

이런 사전지식(이라기에도 말하기 부끄럽지만, 사전조사 라고하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을 한장한장 넘기는데에 많은 심력이 소모되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고독한 이야기들>의 첫 작품인 ‘실러와 괴테’부터 혼란스러웠다. 수많은 독일의 철학가 비평가 문학가들의 이름이 주인공의 시점의 이동과 함께 계속 병렬식으로 등장하고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의 악마 매피스토펠레스가 기이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들을 이끈다.
무슨 내용이지? 왜지? 라는 생각에 빠지는 순간 페이지는 나가지 못한다. 당연하다 잘 모르는 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 세계에서 실러를 괴테가 이끌었고(발굴했고) 그래서 동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예술가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괴테의 <파우스트>까지 나아가는 그 둘의 실제 여정을 한편의 노벨레(괴테가 주안한 단편소설형식)으로 만들어낸 것이구나 라고 혼자 정의 내렸다.

그리고는 그냥 주석을 읽으며 죽죽나아갔다.
세세한 내용은 책을 열기전에 벤야민을 몰랐던 나로써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는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꿈, 여행을 적은 글들은 굉장히 유쾌하게 읽혔다. 이게 소위 지식인들만의 재미없는 유머인가 라며 (재미없는 이라 적어놓고는 분명 피식거렸)읽었고 수록되어있는 모든 글들을 관통하는 시선을 따라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여행지의 모습이나 꿈속 장면을 눈에 그리듯 생생하게 읽었다.

누군가의 꿈내용만큼 그 사람에게 은밀한 것이 또 있을까.
그 꿈이야기까지 나눌 사이라면 분명 가까운 사이이리라.
그렇게 벤야민과 나는 (내맘대로)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맞는지도 모르지만)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가장 의외였던 점은 3부. 놀이와 교육론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지식인의 모습은 항상 자기의 연구주제에 몰두되어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아이들을 싫어할 것이라고 믿었다(벤야민도)

하지만 아이들이 공상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놀이와 수수께끼들을 끝없이 생각해내고 ‘실험’했다. 심지어 즐기기까지 하고있다는것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던져주는 단어들을 조합하여 만들어 내는 문장들은 유려했다. 이런 문장들이 그의 생전 저서에 가득했다면 비평가가 아닌 문학가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마지막 뒤에 있는 편집자 해제를 읽으면서야 비로소
왜 내가 의아했던 모습이 담겨있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공상과 유희는 그의 교육론에서 빠지지 않았다.
일하느라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기에는 각 잡고 배우고 익히고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음먹고 시작하더라도 연속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공상함으로 스스로 참여하게 하고 유희를 느끼하면서 꾸준히 반복되게 하길 바란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아이(어린이) 화.
그가 꿈꾸는 유쾌한 교육이었던 것이다.

이런 천진난만함도, 돈이 별로 없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여행을 떠난 것, 기차안에서 하는 독서의 재미를 말할 때 평소와 다른 열정이 느껴지던 것. <고독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내가 느낀 발터 벤야민 이라는 사람의 인상이다.

하지만 꿈 이야기에서 ‘나치’를 ‘폭도‘로 고치는 등의 병적인 사후수정(유년시절에 꾼 꿈에 대한 기록을 후에 수정하고 다듬어 낸 글들이다)을 보면서, 검열에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한 벤야민의 삶아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고향을 떠나 파리로, 파리에서 또 다시 떠나는 과정에 실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의 사정을 알고나서 그의 글에 적혀있는 파리만 보면 마음이 아팠다.

위대한 비평가 라는 발터 벤야민도 여러의미로 꿈 꾸고, 또 꿈꾸는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하나의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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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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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인류학자 나스타샤 마르탱은 2015년 러시아 극동의 캄차카반도로 떠난다. 그곳의 선주민 에벤인들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이다.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가는 에벤인들과 함께 살아가며 그녀는 암곰이라는 뜻의 마추카로 불린다.

그곳의 일상에서도 적응하며 연구의 진척이 없자 동료들과 험난한 산을 올랐고 그 험난함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오롯이 혼자있길 바래 잠시 동료들과 떨어져있던 사이 곰을 만난다. 곰이 그녀에게 이빨을 드러냈고 그녀도 몸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나스타샤 마르탱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한, 몸에 곰과 공유하는 채널(곰이 물어뜯은 턱)이 생기고 ‘곰을 만나고 살아 돌아온 자’ 미에드카 가 되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비밀시설과 고국 프랑스의 외과병원에서 그 채널을 인위적인 인공턱뼈로 막는 수술을 여러번 하며 그녀의 몸은 곰과 자신을 연결하는 채널이 아닌 동서간의 보이지않는 전쟁이 벌어지는 영토가 되었다.

전쟁이 나면 영토는 초토화 되는법. 오염된 인공 턱뼈로 인해 세균감염되어 재수술을 하는 등 또 한번의 고초를 겪는다. 친구들조차 이전의 자기로 보아주지 않는, 자기의 세계가 무너진 나스타샤는 다시한번 캄차카 반도로 떠난다.
몸과 마주쳤던 그곳으로.
문명의 이기가득한 시선을 떠나 자연스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한 나스타샤는 곰에 물리고 프랑스에서 보냈던 가을과 겨울보다 훨씬 더 안정된 상태였던 듯 하다.

가을 겨울 봄 여름 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 글이
‘봄’이 되자 이해하기 쉽게 정돈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미에드카 라는 존재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곰과 연결에서 그들을 끌어들이는 존재.
마치 볼드모트의 저주마법에 살아남은 반동으로 그와 생각과 시선을 공유했던 해리포터를 의심했던 것처럼.

같이 해리포터가 튀어나와 기시감이 들었겠지만
#나스타샤마르탱 의 #야수를믿다 (#비채 출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식의 기시감으로 가득차 있는 에세이이다.

이 책의 장르가 시/에세이 라고 되어있어서 의아했는데 몰아치는 생각들이 정리된 듯 정리되지 않은 듯 몰아치는 듯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는듯 묘한 리듬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시 라는 장르도 포함되어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일을 겪으면서 여전히 세상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자체를 받아들인양 나스타샤는 2015년까지의 기록을 펼쳐 책을 쓰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아마 그 책이 <야수를 믿다>일 것이다.

사실 나스타샤는 십대에 아버지와 사별하고 어머니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자연스래 사유의 시간이 많아지고 불안감과 우울함을 유도하는 문명사회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깊은 곳 에 들어가 선주민들의 문화와 함께하는 인류학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다보면 인간이 과연 지구에 그렇게나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들이 있었다.

긴 세월 녹지않고 있던 빙하가 녹아내리고, 전쟁을 하고 숲을 태우고, 기술의 발전이라며 만물의 영장이라며 눈가리고 아웅하듯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을, 지구를 파괴하고있다. 오만한 점도 있는데 자기가 겪은 일은 자기만이 이해할 수 있고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당한 것이라 믿더라는 것이다.

나스타샤 처럼 곰에서 살아 돌아온 것도 처음이 아니다.
이미 곰에게서 살아온자 라는 뜻의 미에드카 라는 단어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지않은가.

자기들만이 유일하고 자기들이 아는것이 진리인양 너무나 쉽게 낯 두껍게 믿고 살아간다.

이런 성향의 유일한 종, 인류를 연구하는 인류학이 참 재미있는 학문이겠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할 정도였다.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무슨 다른 것을 간구하고, 우리가 진리가 믿어왔던 것을 과감히 버리고 이상하다고, 병든 것이라고, 미개한 것들이라고 외면해 왔던 것에서부터도 무언가를 깨닫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할 때이다.

대체 무슨 이야기야? 라는 주제에서
남들이 뭐라하든 문뜩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시하지않고
기꺼이 붙잡아 사유하고 기록하고 남기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야수를 믿다>를 추천한다.

🏷️ 슬퍼요? 내가 묻고, 그녀가 답한다. 아니, 왜인지 너도 알지, 여기서 사는 것은 귀환을 기다리는 거야, 꽃들, 철을 따라 이동하는 동물들, 중요한 존재들, 너는 그중 하나야, 기다리고 있을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감동받는다. 이것이 나의 해방이다. 삶이 주는 한 가지 약속. 물확실성.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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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코드 - 매혹적인 이야기의 8가지 스토리텔링 비밀
길종철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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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영화를 좋아한다.
할리우드와 같은 거대한 영화산업계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시장으로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프로모션을 위해 몇번이나 방문하는 나라이다.
5000만이라는 세계적으로 보면 많다고도 할 수 없는 인구 수로 이뤄낸 성과이다.

인구의 1/5이 봐야하는 천만영화도 33편이나 만들어냈다.

33편 중 24편이 한국영화이다.
이것은 할리우드가 범지구인들을 타겟으로 하는 영화를 만드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한국인들만의 특별한 정서를 타깃으로 삼아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관객들도 해외영화보다 한국영화에 기준이 더 높다
깐깐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인데 어떻게 천만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온 것일까.

그것에 대한 답으로 #천만코드 (#프런트페이지 출판) 의 저자 #길종철 교수 는 홍보, 배우의 유명세와 같은 외적 요인을 빼고 ‘스토리텔링’에 그 비밀이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유명배우를 주인공으로 삼아도, 수백억 수천억의 비용을 쏟아부어도 스토리텔링에 실패하면, 흥행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스토리텔링이 통하려면 어찌 해야할까?
쉽게 말하자면 ‘공감’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대다수 관객들의 최대공약수, 최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과 작가의 30년 현장 노하우가 담겨있는 한권의 개론이다

올바른 예시로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명량><국제시장><변호인><7번방의 선물><서울의 봄><범죄도시 시리즈>를 들고있고, 스토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의 특성 상 스포일러가 있으니, 미리 한번 영화를 보고 [천만코드]를 읽고 다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 될 것 같다.

다행히도 미리 다 봤던 영화들이라
다시한번 [천만코드]를 따라 감상해보려 한다.

-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가?(주인공이 누구인가)
-그(그녀)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을 성취하려 애쓰는 과정의 장애물은 무엇인가?
-그것이 그(녀)에게 정말 절실한 일인가?

이 4가지의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잘 짜여진 스토리라 작가는 말한다.
스토리의 DNA라 칭하는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로,
자동차로 치자면 엔진같은 것이다.
여기에 갈등, 딜레마, 아이러니 라는 연료를 넣어 감정이입, 진정성, 카타르시스라는 출력값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스토리’라는 자동차의 드라이버인 ’작가‘가 ’흥행‘이라는 성과를 내기위해 갈고 닦아야할 ‘스토리텔링’이라는 퍼포먼스 이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한 때 매주 영화관을 가던 시기도 있었으니 싫어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진짜 재밌다” “감동” “연기 예술이네” “이 장면 너무 좋지(웃기지)않았어?”같은 것이었다.

왜 재밌었는지 어떤 부분이 왜 좋았는지, 왜 인생영화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하려면 할 수 없었다.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같은, 두시간 여의 작품하나를 관통하는 한문장을 나도 쓰고 싶어했다.

[천만코드]에 적혀있는 내용들을 모두 외우고 이해했다 하더라도 바로 천만영화의 작가가 될 수 없는 것 처럼, 나도 바로 이동진 평론가 처럼 영화를 멋지게 분석하고 이해할 수는 없을 테지만, 컨텐츠 창작자로서, 컨텐츠 소비자로서 더 컨텐츠를 잘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계속 [천만코드]식 사고로 이해하고 적으려 노력하면
점차 나아질 것은 분명하다.

노력여하에 달려있긴 하지만(인생사 다 마찬가지지)

대학에 처음 입학해 설레는 마음으로 유명 인기 교양강의를 신청해서 듣던 그때가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 캐릭터를 대개 영화 초반에 소개하는 인물의 묘사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영화 전체에 걸친 인물의 행적이 진짜 캐릭터다.(p.82)

🏷️ 작가는 스토리 세상 속에서 벌어진 일을 관객이 진짜라고 믿게 만들어주어 반드시 그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서사적 진실이고 흥행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비결이다.(p.104)

🏷️ 스토리텔링은 소통과 설득의 의도를 가진 작가로부터 시작해 공감과 감동을 느끼는 관객에게서 완성한다.(p.167)

🏷️ 아이러니는 우리가 사는 헌실의 복잡성을 반영한다. 우리는 아이러니를 통해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아이러니를 통해 진실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게 스토리텔링의 목적이다.(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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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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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마이크 xxx 레이 xxx 티베리우스 xxx

#샐리페이지 의 #이야기를지키는여자 (#다산북스 출판)를 읽는 내내 마음을 어지럽힌 세 사람이다.
스스로를 이야기가 없다고 여기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재니스의 평생에서 재니스를 괴롭히는 세 명이지만 그 중 제일 나쁜 놈은 남편 마이크이다.
자기 아내에게 ‘한낱 청소도우미일 뿐’이라는 말을 내뱉어(자기는 결혼생활동안 수십번 직장을 바꾸면서 아내가 힘들게 번 돈을 흥청망청 쓰기만 한 주제에)재니스 스스로를 이야기가 없어 수집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한 주범이다.

책을 펴기 전 자신만의 이야기가 없을리가 없다며 이상하게 여겼을때부터 아기자기한 표지디자인으로 독자들을 안심시키는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를 경계했어야했다.

내 마음을 이렇게 까지 불편하고 아프게 만드는 소설을 이 책을 포함해서 두 권이다.
다른 사람들은 재니스와 B부인의 대화에서 등장하는 책을 생각하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나 <안녕하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떠올렸겠지만(나도 마찬가지)제일 먼저 떠올린 책은 <나의 작은 무법자>였다. (앞에서 말한 두 권 중 한권이다)

하지만 책을 덮은 순간을 비교하자면 완전히 다른 책이었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덮는 순간, 마음에 복잡함이 사악 가시고 온기가 차올랐다.
두 책의 주인공 재니스와 더치스는 비슷한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그 주인공의 운명을 가른 것은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였는가이다.

물론 처음부터 기꺼이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자기의 (남에게 들려줄)이야기는 없다던 재니스는 스스로가 청소도우미와 고용인들 사이에 엄격하게 보이지 않는 선을 그었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B부인을 만나 없다고 스스로 속여왔던 이야기를 컬어놓기 시작하면서 그어놓았던 선을 지워버린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도움을 주기도하면서 자기도 ‘이야기 수집가’ 아닌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물론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진작에 알고있다.
이 책 전체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이니까.

재니스 그녀의 이야기에는 눈물나는 배려, 이타심이 가득하다. 그 이타심으로 인해 자기자신은 억제되어 있었던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는 비범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더니 멀리도 돌고돌아 드디어 재니스는 자기 자신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제 곧 50의 나이에.

무언가를 깨닫고 자신을 용서하고나아갈 ‘용기’를 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문장의 객체를 ‘자신’에서 ‘누군가’로 바꾸면 조금 수월할 것이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재니스는 해냈다.
스스로도, 주변인도,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은 우리 들도 모두 마음이 따뜻해질 정도로 멋진 완성도로.

이 책에 아흔정도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제법 등장하는데 독자들로 하여금 막연히 재니스가 앞으로 40년은 행복하겠네 라고 생각하게 함과 동시에50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않다고(너무 늦었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늦었다라는 것은 없으니 지금 당장 ‘용기’를 내야겠다고 다짐하게 해준다.

누군가의 자녀로, 형제(자매)로, 부모로 스스로를 양보하며 그렇게 나를 잃어버린, 외면해온 나를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를 적극 추천한다.

영국에서는 한해에만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울고 웃고 용기를 얻었단다.
영국에서 ‘국민소설’이라 불릴만 하다. 인정👍🏻

🏷️ 이야기는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만 우리 삶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보통의 평범한 사람에게도 비범한 힘과 선의가 있으며 그로 인해 늘 희망이 있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p.94)

🏷️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갖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순간을 찾는 것일지 모른다.(p.128)

🏷️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이야기를 갖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훗날 되돌아보며 자랑스럽게 여길 일을 한 가지 해내는 것일지 모른다.(p.205)

🏷️ 만약 마음이 상처받을 수 있다면 그 상처가 아물 수도 있지 않을까? 예전과 같을 수 없겠지만 더는 산산히 부서진 잔해는 아니지 않을까?(p.312)

🏷️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살면서 좋았던 일을 공유할 뿐 아니라 화자의 나쁜 기억을 내보내는 기능, 바람에 먼지가 흩날리듯 나쁜 기억을 흩어지게 하는 기능도 있는걸까?(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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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
김아영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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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모든 경험들은 ‘자극’이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찌릿찌릿 뇌의 신경계에 전기신호를 보내 도파민을 내보내어 열광(또는 열불)하게(나게)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극인 이 세상에 내던져서 살아가다보면 아무 자극도 없는, 입에 들어와서 씹히고는 있으나 간이 하나도 없는 절밥같은 그럼 무자극이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김아영 작가의 #모든걸음에는이유가있다 (#북플레저 출판)를 읽는 동안 나는 고요한 나만의 공간에 몸과 마음이 위치해 그 어떤 자극에서도 자유로웠다.
‘무자극’이었다.

어느정도의 나이를 먹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그룹에 포함되기 시작하는 나이부터 이런 자녀들을 둔 은퇴한 시점의 나이까이 모두가 읽으면서 ‘나도 그랬지’라며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모두가 번듯한 직장이라 부르는 승무원, 방송국기자를 그만두고 여행작가가 된 김아영 작가(유튜브 아융그로 먼저 본 적이 있어서 이 책이 더 반가웠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두가 각자의 직장에서 겪고 느꼈을 이야기 이지만
결과는 달랐다.
대만, 일본, 베트남으로 좋아하는 커피와 차 맛집을 체험하러 여행을 떠났고 일상에서 멀어져 ‘진정한 일상’의 모습을 사유했고, 사유한 것을 글로 적어냈다.

<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에는 모두가 NO라고 항때 혼자 YES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들어있었다.

<대만편>에서는 주로 기자생활에서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일본> <베트남>편에서는 수험생활부터 승무원 준비기간, 기자준비기간, 기자생활의 시기가 골고루 담겨있었다.

3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하고 대학가서 실컷놀아라 수험생활을 거친 사람이라면 토시하나 틀리지않고 들어왔던 말일 것이다.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같은 대학생활(아 세월이여)을 꿈꾸며 아등바등 버티고 대학에 왔지만 대학생활에 낭만따위는 없음을 우리는 알고있다(야 너두?)
입학 초에 술에 찌들어살다가 학점관리에 뛰어들고
그렇게 졸업반이되면 학점에다가 스펙까지 갖추기 위해 더 열심히 달린다. 운좋게 졸업전에 취업하지 못하면 취준생 생활을 또 해야하고 취업했더라고 살아남기 위해 취준생까지의 노력과 힘듦이 귀여웠노라고 말할만큼의 험난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온다던 ‘좋은날’은 영영 오지않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을 때려쳐라?
그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직서는 품고있는 것이지 상관의 얼굴에 던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너무(너무너무너무)잘 알고있다.

제목에도 나와있지만 ‘모든 걸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김아영 작가는 말하고있다.

“내가 아는데~”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뱉어내는 정석이라고 칭해지는 길들이 있다.
‘전도유망한 과로 넘어가서 앵커가 되어서 정계에 진출해서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이 되는것’이라고 책에서 표현되어 있는 그런 ‘정석’ 그 길을 따르는 것만이 잘 걷고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런 길을 걷는게 잘맞고 행복할 수도있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을만큼만 일을 하고, 그 반대로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일을 훨씬 더 많이 하는 길을 택한 사람도 직장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직장을 계속 다니면 된다.
애초에 이런 사람들은 아융그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하는 고민을 하지않고 자기 인생의 행복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몫인 것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가는 어떻게 아는 것일까?
나도 책에서 극히 공감한 부분인데 스스로에게 ‘불행한가?’묻는 것이다.
딱히 불행하지 않아 라고 답한다면 그게 ‘행복’이다.
아무일도 일어나지않고 평온한 상태, 행복.
그게 아니라 불행하다 라고 답이 떠오르는 사람들은 기꺼이 다른 길로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김아영 작가는 김아영 기자일때 일에서 가지는 보람이나 만족감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때그때 나의 마음도 다른 것이다.
김아영 작가는 그 당시 자기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고 용기있게 다른 길로 들어선 것이다.

우리네 인생에는 두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나의 마음은 지금 어떠한지 귀를 기울이는 것.
둘째, ‘불행하다’면 용기있게 행복을 쫓을 수 있는 용기

그럼 이 두가지는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
솔직히 우리 모두 이 두가지를 이미 가지고있다.
깨닫지 못했을뿐.

여유를 가져라.
내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출퇴근 시간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하늘의 색과 달의 변화를 만끽하며, 주위사람들을 넉넉한 미소로 대할 수 있게, 나를 찾는 여행을 미루지않고 기꺼이 떠나며 직장에서 일하는 것 만큼(보다 더)열정을 쏟을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그렇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충전하며 살아가다보면 자연스레 변화할 것이다. “모든것이”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잘못된 길이라 믿는 이들에게
<모든 걸음에는 이유가 있다>가 그 길도 맞다고, 의심하지마라며 젖은 땀을 적셔주는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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