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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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
세상에 수많은 기쁨이 있지만 부족할 수 없는, 이루기 위해 포기한 모든 것들이 아깝지 않은 큰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행복이라도 부모로부터, 세상으로부터 강요받는다면 그것은 더이상 행복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이상 행복이 아니게 된 그것과 연계된 모든 행위들, 예를들어 이성과의 사랑도 기쁨을 주지못하는 것으로 빛바랠 수 있다.
그렇게 되어버린 사람에게 그것들은 커다란 짐일 뿐이다.

#코끼리를목욕시키는여자 (#화바이룽 씀 #서사원 출판)에서 ‘코끼리’가 바로 그러한 부담을 의미하는 비유로 사용되었다. 아내와 두 아이의 가장이었던 한 아버지가 자신은 이런 가정을 영위하는 삶이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애쓰는 것도 지쳤다고 고백하며 코끼리라는 말을 사용한다.
세상 어느곳보다 더 편안해야할 집이 코끼리로 비좁아지고 그 코끼리가 점점자라 네 다리가 집의 벽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족도 집도 모두 그에겐 부담이었다.

이러한 남편의 아내 정팡은 적잖은 충격을 받지만 결국 이혼에 동의한다. 계속해서 자신들만의 사정을 읍소하는 시부모와 초등학교 저학년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덤덤하게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는 현실이 괴롭지만 지켜낼 방도가 없다. 그렇게 1/2 아내, 1/2 엄마와 같은 반쪽짜리 정체성을 갖게된 정팡은 그럼에도 자신의 본분을 다 한다. 과연 정팡의 ‘본분’은 어디까지인가 싶지만.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의 이혼을 담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편이 하는 일도, 일을 하는 작업실도, 모든 것이 비밀이었던 남편이라는 존재를 밝혀내는 스릴러적인 요소도 담겨있다.
남편이 무엇을 했길래 그의 비밀을 캐는 것이 스릴러가 되는지는 책을 읽는 재미로 남겨두고, 나는 책의 제목인 ‘코끼리를 목욕시키는’행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코끼리가 내가 견뎌낼 수 있는 그 이상의 부담, 짐을 의미한다면, 그것을 목욕시킨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노력과 성숙함이 담겨있을 것이다.
솔직한 심정이 어땠는지 상관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낸 정팡을 보면서 가족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기쁨들에는 그것이 좋은만큼의 책임과 의무가 생긴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전업주부로 경력이 단절되고, 집안일과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다보니 자기관리에 소홀했던. 그러나 집안의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했던 원더우먼이 반쪽짜리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상황이 안타까움을 넘어 못마땅했다.

물론 개선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그것은 남편도 물론이니까. 남편은 도망치기만 했으니까. 관계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아끼고 응원해주어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니까.

가족이란 원래 이토록 복잡하고 불완전한 관계이다.
그러한 관계에서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깨달아야 비로소 외면해왔을, 익숙함에 가려져있었던 진실을 볼 수 있고, 그래야 올바르게 고칠 수 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게 하는 책이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얼굴들을 보며 나는, 당신은 어떤 마음이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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