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지혜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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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에 취업한지 일년만에 회사가 사라지고 (운좋다고 해야겠지)운좋게도 다른 계열사인 백화점으로 옮겨 뜻밖의 브랜딩을 해야하는 상황에 빠진 주인공 차윤슬의 이야기라는 것을 어느정도 파악하고는 #중고신입차윤슬이야기를시작합니다 (#김지혜 지음 #오팬하우스 출판)이 어떤 재미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일상에서도 겪고있는 회사원의 좁은 사무실에서 팀원들과 부대끼며 열심히 돈을 버는 모습을 굳이 책으로까지 봐야하나 싶었다. 브랜딩이라는 분야에 흥미가 나에게 있는지도 의심스러웠고.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오해였다.
직장인의 비애를 말하는 듯 하지만 한꺼풀 벗겨내면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주인공 윤슬은 백화점의 캐릭터를 만들어야하는 프러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캐릭터만 만들어내면 될 줄 알았지만 왜 이 캐릭터여야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납득시킬 세계관이 있어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미궁에 빠진다. 본부장에게 까이고 또 까이며 수많은 야근이 무색하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기길 수없이 반복한다. 그러한 난관을 헤쳐나갈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이와중에‘ 매주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강의이다.

막연히 가지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동경을 잡지사를 벗어나 백화점에 다니면서 바로소 시작한 것이 의아하긴 하지만 마침 야근을 유발하는 구름 프로젝트가 곰곰히 생각하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백지에 끄적인 단어하나로 시작하는 글쓰기와 무척 닮았던 것이다.

꼭 소설만이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윤슬은 글쓰기 수업과제로 자신을 표현하는 글을 쓰고, 자신을 나타내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을 받고 수행한다.
자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십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거의 인생 처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취업 자기 소개서. 쓸 말이 없어서 깜빡이는 커서만 한참 바라보고 있던 것이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비로소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게 하는 것. 그것이 글쓰기의 의미인 것이다.

잊고있던 어린시절의 기억과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에게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공간을 넘나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연결해주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구름 마법사 소피아’가 탄생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사무실에서 회사원들이 열심히 일을하는 것뿐인데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윤슬이 회사와 관계없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그녀를 가득 채우고 그 여운은 회사일까지 번져나간다. 공적인 글쓰기이지만 그 안에 알게모르게(아마 자기 스스로는 알겠지)자신만의 글쓰기도 담겨있다.

작가는 스스로의 일상에 글쓰기를 들였을 때, 일상이 얼마나 풍성해는지 그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글쓰기 뽐뿌’같은 글이랄까.

실제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가장 잘 모르는 사람 중 하나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있다.
힘듦을 기쁨을, 그리고 슬픔을 다른 사람에게 곧이곧대로 보이는 것을 삼가는 것을 미덕으로 사회화되었기 때문이다. 힘들다 말하는 것은 나약한 사람으로, 기쁘다 말하는 갓은 가벼운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게 한번 더 나라는 존재가 입을 타게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에 기민하게 반응하는지는 하나도 모른채 상사의 비위, 가족의 비위, 친구의 비위를 맞추기위해 세상의 눈치를 보며 산다. 그러니 삶의 기쁨이 있을 수 있을까. 세상이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져 우리의 눈을 멀게할 수 있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라고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상대방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 글쓰기이다. 내 안에 부유하고 있던 생각들이 형태가 생겨 명확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그렇게 나만의 색을 발견하고 그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과정을 거쳐 삶은 더 다채롭고 풍성해진다.
행복은 멀지않고 거창하지않고,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일상을 너무 뜨겁지 않은 따뜻한 행복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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