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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저녁이 저물 때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길사 / 2018년 7월
평점 :
번역자의 글을, 하루의 시작을 미루는 긴박하고 지루한 오전 10시에, 읽었다.
작품을 망치고 마는 번역자의 글도 있다. 천천히 내려와 닫히는 커튼을 벌컥 젖히고 번역자의 얼굴을 들이미는 것 같은 글 말이다.
배수아 글의 경우, 천천히 내려오는 커튼이 모두 내려오고 막이 완전히 내리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 커튼 위로 어른거리고 일렁이는 작품의 그림자를 가리킨다. 나는 이 책 말미에 붙어있는 번역자의 글과 함께 아직 움직이는 작품의 그림자를 감상할 수 있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 문학가로서 번역가, 번역가로서 문학가인 배수아는 예니 에르펜베크의 이야기에 익사하지 않고 살아남아 이 이야기의 증인이 되었다.
“나는 헤니에게, 번역가는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있어야 하고 내가 번역작업에서 중시하는 점 가운데 하나는 원본 텍스트에 내재한 음악과 리듬이라고 말했다.”
P.S. <<모든 저녁이 저물 때>>에 대해서
커다란 바위가 떨어지고, 그것보다 작은 돌, 그것 보다 작은 자갈, 그것보다 작은 모래가 떨어진다. 마지막 5권에서 그것보다 작은 먼지가 흩날리며 한 여자의 이름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