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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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별장: <<닥터 홀의 조선 회상>>에 나오는 원산과 화진포, 소래포구의 여름별장들을 떠올렸다. 올해는 휴가를 가지 못했는데 올 여름에 읽은 두 권의 책에 모두 여름별장이 펼쳐졌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기본 설정은 징그럽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펼쳐지는 여름별장의 건축사무소는 연필 깎는 시간까지 따로 정해 놓는 건축가들이, 심지어 숙식을 함께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징그럽다.(p.64: "아직 얘기 안 했던가. 연필은 아침과 오후에만 깎게 되어 있어. 저녁에는 깎지 않아. 그리고 자네 연필, 아직이름이 안 붙어 있네. 이런 식으로 확실하게 표시해두라고.") 젊은 건축가와 노건축가의 관계가 이야기 전체를 틀잡고 있고 "선생님"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는 세계여서 징그럽다. 유키코와 마리코 사이를 희미하게 부유하는 젊은 건축가 사카니시는 하루키적 일본 남성으로서 징그럽다.

#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등장하는 사물들의 부피와 둘러싼 공간이 감각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그 공간에서 낭만적인 이야기가 천천히 흘러간다. 어떤 낭만,낭만,낭만 그러나 아주 마음이 아프지는 않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나는 기억 속 공간들을 떠올리며 하는 독서라 즐거웠다. 지난 주에 고향에 가서 열한살의 여름에 걸스카우트 하이킹을 간 길을 찾아가 걸었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만든, 갓길 위로 흐르는 실천에 작은 우박들이 떠내려가던 걸 보았던 일, 어두운 정자에 앉아 긴 여름 소나기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선득한 바람을 맞았던 일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그 하이킹 길에서 과거의 감촉들을 다시 상상해보는 기분과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 비슷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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