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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사랑이다 2
피에르 뒤셴 지음, 송순 옮김 / 씽크뱅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상식을 벗어나는 일을 맞이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법이 있고 상식이 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들이 있지만 사람사는 세상에는 예외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일들이 사람이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데서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남녀 평등사회라고 부르짖는 사회지만 아직까지는 남자들이 더 우위에 서서 권력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체제를 용납하는 사회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가 행한일은 그냥 덮어주고 넘어가는 사례들이 있지만
여자들이 행하는 일에서는 관대하거나 너그럽지 못한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사회에 반기를 들고 사랑을 쟁취하려는 한 여교사의 아픈 사랑이야기가 1권과 2권에 실려 있다.
프랑스의 대통령도 이 내용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글이 실려 있는데 오히려 실화라서 더 마음이 아프게
다가온다.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담당한 여교사 다니엘과 그의 제자인 고등학교 3학년인 제라르, 이들을
둘러싸고 제라르의 아버지의 심한 반대에 부딪치며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하고 감옥에 수감되면서 형을
살면서까지 이 둘은 서로의 사이에서 진실되고 거짓이 없는 더욱 절박하기만 한 서로의 사랑만 확인할 뿐이다.
만약 이 이야기가 통속적인 소설이었다면 그리 큰 감흥은 없었을 것이지만 실화라서 이들의 아픔이 더
세세하게 가슴을 짓눌러 온다. <아프니까 사랑이다>는 책의 제목처럼 아프니까 사랑이고 사랑을 하니까
아픔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겠지만 결말이 여교사의 자살로 마감되는 마지막 엔딩은 더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최후의 선택이 그것 밖에 없었을까 생각을 하다가도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자신의 순수한 사랑을 증명하고 싶었을까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도 프랑스 신문의 일간지에
이들의 이야기가 오르 내리면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만한 일이었을까를 되물어 보게 된다.
진실한 사랑이었음에도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으며 여주인공을 매도하기에 이른다.
그 여교사에게 죄가 있다면 교사의 몸으로 사랑한 죄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 사랑이
남자교사의 사랑이었다면 저토록 사회의 지탄을 받는 재판 대상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라르는 말한다. "학교를 나오면 언젠가는 다니엘의 진실을 책으로 쓰고 싶습니다. 부정,위선, 이른바
도덕심이 어떻게 사람을 파괴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 이를 통해서 나는 우리들의 진실햇던 사랑과
다니엘의 무죄를 증언하고 싶습니다."
이런 다니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자신이 사랑했던 대상을 조금만 어려운 상황이 닦쳐와도 떠나거나
버리기 쉬운데 끝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켰다는 사실이다. 사실 여교사만 고통을 받은 것이 아니고
제라르도 아버지로 부터 말할 수 없는 고초를 받았지만 그 고통을 몸소 다 겪으며 다니엘이 겪었던 상황과
마찬가지로 정신요양소에 갇히고 외딴 곳에서 감시를 받으며 생활을 하고 학교도 그만두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목숨처럼 지켜 내었다. 어린나이지만 참 성숙하고 사람됨됨이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건과 배경에 따라서 사랑의 모습과 유형이 변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 요즈음 제라르처럼 어리지만
자신이 지켜내야 할 여자를 지켜내고 위해주면서 그의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진실된 사랑을 증명해
보이려는 한 남자의 꿋꿋한 절개를 보게 된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미우라 아야꼬' 옆에도 이런 진실한 한
남자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을 읽고 난 후에 그의 책을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감싸주고 그 아픔에 자신이 동화되는 진실된 사랑을 읽을 수 있었고 이런 사람이 좋은 사람이란걸 알게 되었다.
만약 다니엘도 상황이 이 반대의 경우였다면 아마 둘은 아름다운 결말을 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의 편견과 상식을 깨뜨리는 것이 이처럼 어렵다는 것을 책은 말해주고 있다. 아마도 남녀 평등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뤄지지 못하는 사랑만이 세상에 남아서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상식과 편견 이전에 한 인간의 존엄성이 먼저 부각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편견과 상식을 뛰어넘는 한 여자,
한 인간으로서 다니엘을 바라볼 수는 없었을까? 사랑엔 어떤 잣대로도 설멸할 수 없는 무언의 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비록 세상의 손가락질이 무섭고 두렵고 떨리긴 하겠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는 것이 바로 숭고한
사랑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녀가 가졌던 신념과 확고한 요지부동의 사랑은 우리에게 어떤것을 시사하고 있는지?
이러한 사랑을 과감없이 실천한 용감한 다니엘에게 사람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아프니까 사랑>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사랑을 이어갈 것이다. 그 사랑이 아픈
사랑이지만 내게서만은 아프지 않은 사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가슴이 시리고 아린 먹먹한 사랑이야기를 읽으며 하나님의 사랑과 견주어 가며 읽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