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시간에 박차를 가하는 감정이 있고, 한편으로 그것을 더디게 하는 감정이 있다. 


실제 사건들에 대해 더 큰 확신을 가질 순 없어도, 최소한 그런 일들이 남긴 인상에 대해서만은 정직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무지가 갖는 독창성


우리 부모는 우리가 서로서로 나쁜 것만 배우다가... 아무튼 당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온갖 것이 돼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그들의 노심초사는 우리의 경험을 얼마나 까마득하게 앞서 있었던가.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 파트리크 라그랑주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경청하게 하려면 언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낮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래야 진짜로 이목을 끌 수 있게 된다.


"걘 너무 똑똑했어. 사람이 그 정도로 똑똑하면 세상 모든 걸 다 따지고 들 만하거든. 상식 같은 건 뒷전에 버리고 말이야."


감상에 젖은 마거릿이 다시 합쳐볼 수도 있지 않겠냐고 운을 뗀 적이 있었다. 더한 일도 겪어봤잖아. 그녀가 말하기론 그랬다. 과연 그랬지만 난 이제 내 식대로 사는 데 익숙해졌고, 고독을 즐기게 되었다. 


혼자 살다보면 자기 연민과 망상에 시달릴 때가 있다.


마거릿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살짝 이상한 짓을 했다. 내 인생사에서 베로니카를 빼버린 것이다. ... 선을 긋고 다시 시작했다. ... 나는 베로니카와 사귄 것을 .. 기록에서 삭제해버렸다. 편지도 보관하지 않았고.. 


나는 얼굴을 붉혔다. 예순 살의 대머리 남자가 얼굴을 붉히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이런, 그들도 얼굴을 붉힌다. 더벅머리에 여드름 가득한 열다섯 살 소년과 똑같이. 


그러나 시간이란 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 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우리의 결정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연의 연속 안에서 인간이 실제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자주,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이 한 인간과 그 주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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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못할 수도 - 제인 케니언


건강한 다리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개를 데리고 언덕 위 자작나무 숲으로 산책을 갔다.

오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누웠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은촛대가 놓인 식탁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벽에 그림이 걸린 방에서 잠을 자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느 날인가는

그렇게 못하게 되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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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라벨링이란, 말 그대로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입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고, '이 감정은 이런 감정'이라고 규정짓는 것이지요. '나는 지금 분노를 느껴','내가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야'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같은 여성이지만 며느리와 딸은 조금 다릅니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며느리는 전문 간병인처럼 심리적으로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딸은 엄마의 간병에 심정적으로 깊이 관여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와다 히데키


딸 쪽에서 엄마와의 관계를 어떻게도 할 수 없을 때는 정면으로 맞서거나 엄마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는 대신, 엄마의 영향력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 딸에게 남은 시간도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을.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다>는 2013년에 일본에서 출판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면서 나는 지금부터 집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필요없는 물건은 모조리 버리기로 결심했다. 내가 죽고 난 후, 내 아이가 이런 일을 하게 둘 수는 없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는 의외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없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만족하면, 앞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겠다는 용기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자아상태 요법: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결핍을 메우기 위한 강력한 수단은 바로 이미지다. 인간의 뇌는 이미지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사랑이라도 그 치유의 효과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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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 잘랄루딘 루미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그 작은 심장 안에

이토록 큰 슬픔을 넣을 수 있습니까?'


신이 대답햇다.

'보라, 너의 눈은 더 작은데도

세상을 볼 수 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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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많은 의사들이 지독히도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의 자살률이 다른 분야 의사들보다 높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그래서 "당신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의사 아닌가? 그러니 남들보다 행복한 게 당연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자존감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다. 곧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지 또는 낮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레벨을 의미한다. ... 흔히 자존감을 '자신을 사랑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맞는 표현이다. 스스로 쓸모없다고 느끼거나, 자기 조절을 못하거나, 마음 상태가 안전하지 않은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 자신을 사랑하기 어렵고 남을 사랑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는 자존감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흔히 '부모님의 사랑을 덜 받아서 자존감이 낮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집착했다간 자존감 회복은커녕 가족 사이에 불화만 커진다. 뒤늦게 부모가 사과를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자존감은 셀프로도 회복할 수 있다.


잘못된 칭찬은 공허함만 키운다. 칭찬에 대한 환상과 갈망 또한 자괴감을 자극한다.


자존감이 회복되면 좀 더 담대해진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평일에 파김치가 되어 들어와도 주말까지 망쳐버리지는 않을 수 있다. 월요일 아침은 피하고 싶을지언정 그게 걱정되어서 일요일 저녁까지 날려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자존감은 자신을 어떤 높이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느낌이다. 이 느낌은 생각이며 판단이지만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유동적이고 시시때때로 변한다. 게다가 자존감 정도가 변할 때마다 그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올라갈 때는 흥분되지만 내려갈 때는 그만큼 공포감도 커진다. 자존감을 회복한 사람은 이 속도감을 비교적 잘 견뎌낸다. ... 자존감을 회복하면 인간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위에서 비난을 들어도 그 충격이 오래가지 않는다. 잠깐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해서 죽기 살기로 예민하게 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정신 건강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역사적으로도 반복되는 사실이다. 17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정신과 환자는 대폭 늘었다. 특히 알코올 중독 환자들은 급격히 많아져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성장은 자존감을 획득하는 과정이고, 자존감을 갖추면 사랑부터 찾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존감이 무너지면 사랑에 대한 능력부터 의심하게 되어 있다.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는 일은 '신뢰'라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내가 정말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려면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해보면 된다. ... 방법은 쉽다. 종이 한 장을 꺼내 자신의 장단점을 적어보면 된다. 특히 대체 자신의 어떤 점이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는지, 어떤 점을 믿지 못하는지 마음속에서 꺼내 바라보자.


세상의 모든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집이 어딘지, 무엇을 했는지 등 사소한 관심이 번져 존경과 사랑이 싹튼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똑같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면 인생이 심플해진다. 혼자 길을 걸어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하는 느낌이 든다. 외로움이 느껴져도 많이 괴롭지  않고, 방황할 때도 사랑하는 '나'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다. 이 자신감이 타인과 있을 때 생기는 불안감을 없애준다.


집착은 병이다. 긴 병에 효자 없듯 집착은 굳건한 사랑도 떠나게 한다.


살면서 한 번도 싸우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주 싸우는 게 당연하다고, 사랑하니까 싸운다고 합리화해서는 곤란하다. ... 격렬하게 싸우고 뒤끝 없이 마무리를 한다 해도 우리의 뇌와 피부는 그 횟수만큼 시들어간다.


내가 상담을 하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슬픔과 사랑을 혼동한다는 사실이다. 화가 나서 눈물이 나고, 불안해서 우울해지고, 슬픔에 가슴이 미어지는 경험을 사랑으로 인한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아픈 거다. 노래 가사처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이별이 행복의 지름길일 때도 많다.


나는 이별한 사람들에게 여행을 하라고 권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다소 쓸쓸해 보이지만 막상 떠나보면 다들 만족한다. 자신이 떠나고 싶은 시간에, 원하는 교통수단을 타고, 일정 역시 누구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도착한 여행지가 별로여도 상관없다. 그 자유를 한번 느끼고 나면 "혼자 지내는 것도 썩 괜찮은데요?"라며 자유의 가치를 고백해온다.


영어로 중독자를 뜻하는 'addict'는 로마 시대에 노예를 뜻했던 'ict'에서 파생된 단어다. 그만큼 나쁜 습관은 우리를 종속시킨다. 당연히 거기서 벗어날 때 자유가 주어진다. 지금 어떤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은지 적어보자. 그리고 그것과 이별하면 어떤 점이 좋아질지도 적어보자.


상담을 해보면 부부 생활에서 만족도가 떨어지는 남편들은 대부분 자존감이 저하되어 있다. 부인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쓸모 있는 존재, 유용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데 번번이 그 욕구가 좌절되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남자는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덤빈다. 직장 문제나 고부 갈등으로 고민하는 아내에게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해결을 해주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시큰둥하고 남편은 그때마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내가 그랬듯 전문직 종사자나 성공한 사람들 중에도 자신의 능력이나 성취를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 이들은 대개 강박증에 시달린다. 


직장과 직업은 다르다. 직장은 맘에 들지 않아도 직업은 좋아할 수 있다. 또 직업과 꿈도 다르다. 나는 직업이 의사지만 작가가 되는 꿈을 버린 적은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가 의심스러울 땐 직업, 직장, 꿈을 분리해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이 세 가지 모두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직장은 낭만적인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직장은 힘든 곳이다. 그래서 월급을 준다. ... 그러니 부디 직장에서 자존감을 시험하지 말 일이다.


가족이나 배우자에게 필요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면 자존감이 흔들린다. ... 오피스 와이프나 오피스 허즈번드를 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배우자는 인정해주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그들이 알아준다고. 배우자가 '일 중독자'라는 독설을 쏟아낼 때 그들은 반대편에서 위태로운 자아를 일으켜 세워준다. 실제로 외도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 보면 상당수가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그들이 죄다 넘치는 바람기를 주체할 수 없어서, 성욕이 남아나서 일탈을 하는 게 아니란 뜻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본능이 그들도 모르는 사이 일탈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면이 있다. 가족이 인정해주지 못한 자신의 가치를 밖에서 찾는 것이다.


이 학생은 연세대 의대를 갈 것인가, 서울대 의대에 갈 것인가 밤새도록 고민한다. 하지만 지금 이 학생은 그걸 결정할 때가 아니다. 오늘 공부를 할지, 어디까지 공부할지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결정에 대한 고민은 현재 자신의 범위에서만 고민해야 한다.


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알고 있다. 어떤 문제를 아무리 고민해봐야 정답은 없으며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정한 후에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결정하기까지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지 않는다.


변연계는 인간이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날개 중 하나다. 전두엽이 발달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정을 돌아보고 공감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도 생긴다. 


당연한 말이지만 불행했던 기억에 사로잡혀 있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 그런데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기억 중 부정적인 사건만 떠오른다. 분명 중간에 좋았던 일도 있었건만 그것들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잊고 싶고, 떠나보내고 싶어 온갖 짓을 다 해도 버젓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억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이런 현상을 재경험이라고 부른다. 상처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자꾸 현재에 폭탄을 터트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때는 과거를 떠나보내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 만일 내가 불행한 과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고 메모한다. ... 그동안 너무 과거에 집중했던 사람들은 내가 바뀌지 못할 이유에 대해 생각하느라 현재나 미래를 생각하지 못한다. 이제는 목표를 정해야 한다. 시제는 미래여야 하고 긍정형이어야 하며 감정보다는 행동과 관련된 수칙이 좋다. ... '시어머니의 참견에도 신경질 내지 않기'(감정형, 부정형)가 아니라 '시어머니가 스트레스 준 날 30분간 운동하기'(행동형, 긍정형)로 바꿔야 한다. 목표는 미래형, 긍정형, 행동 위주가 되어야 한다.


친절은 미덕이다. 친절한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자신을 돌보면서 친절한지, 남의 눈치를 보느라 일부러 친절한 건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래야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고, 진심으로 타인을 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할 때는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키는 문장으로 적어야 한다. 첫째, 부정형이 아닌 긍정형으로 둘째, 타인이 주어가 아닌 '나'가 주어인 주체형으로 셋째, 과거 시점이 아닌, 미래 시점으로 적어야 한다.


인간관계가 힘든 사람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거리감이다.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거나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는 빨리 포기하는 게 낫다. 나랑 맞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고, 안 맞는 사람에게는 집중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정 일기를 쓸 때 중요한 것은 마무리다. 무조건 '나는 오늘 이러이러한 감정을 느꼈구나!'로 끝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왜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로 끝내면 다시 한 번 감정을 격화시켜 자기 비난이나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일부러라도 물음표를 지우고 무조건 감탄사로 끝내자.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고 그 감정의 특징이 무엇인지, 감정들 간의 공통점은 뭐고 어떤 면에서 차이가 나는지 알아야 한다. 


인지 행동 치료의 원칙에 따라 사건, 생각, 감정, 행동, 이 네가지를 정리하면 감정은 어느 정도 평온을 되찾는다. 나는 요즘 여기에 하나를 더해 '신체 반응'까지 분류한다.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고, 그것을 유발한 사건과 생각은 무엇이며, 어떤 신체 반응과 행동이 나왔는지를 파악해본다. 분류하기는 이성적 사고 영역이다. 이렇게 하면 감정에 몰려 있던 뇌 활성이 이성의 영역으로 분산되면서 감정에서 빠져나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사건: 아내가 임신했다.

생각: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감정: 불안함, 초조함

신체 반응: 불면, 가슴 두근거림

행동: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음

대책: 내일 아침부터 '좋은 아빠가 되는 법'을 검색해보자.

이처럼 사건과 생각, 행동을 감정과 구분하는 행위는 마음을 안정시킨다.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이유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뒤엉켜있어 답답하던 것이 풀려 눈앞에 드러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기도 좋다. 


우리가 창피함을 자주 느끼는 것은 몇 가지 인지적 착오 때문이다. 우선, 모두가 나를 보고 있을 거라는 착각이다. ... 하지만 내가 내 모습에만 신경을 쓰듯 남들도 자기 모습에만 신경을 쓴다.


감정은 날씨와 같다. ... 감정을 잘 조절하는 사람도 이와 같다. 생겨나는 감정을 없애거나 바꾸려 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파악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 뿐이다. ... 변하는 날씨는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 때때로 변하는 날씨에 맞춰 대처할 수 있을 뿐.


사랑은 다시 말해 뇌가 집중할 대상을 발견한 것이다. 호감은 사랑보다는 약간 약한 심리 반응인데 호감이 생기면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호감 즉 관심을 갖는 데서 사랑은 시작하고, 사랑이 식으면 관심부터 사라진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면 배신감이 드는 까닭은 나 말고 다른 존재에게 '집중'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아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애정이 생기는 대표적인 경우가 이른바 불륜이다. 글자 그대로 궤도를 벗어난 상태, 즉 순리에 어긋난 상태다. 이때는 좋아하는 감정을 철수하는게 상책이다. 하지만 감정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때는 관심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대한 먼 곳에 두고, 만나지 말아야 한다. 뇌의 집중력이 멀어지게 해야 감정도 날려버릴 수 있다. 반대로 사랑해야 하는 관계인데 자꾸 미운 마음이 올라오는 것도 곤란한 일이다. 가족, 특히 배우자를 사랑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다. ... 이때도 관심이나 집중으로 감정을 다뤄야 한다. 배우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늘 샘솟지 않는다 해도 이런저런 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밥은 먹었어? 지금은 뭐해?" 등 내 관심의 일부를 배우자에게 내줘야 한다.


대부분의 좌절은 그렇게 온다. 지금 상황이 문제라기보다는 그 일이 진행되고 진행되서 파국으로 이어질까 봐 미리 걱정하는 게 문제다. 막상 자신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게 되면 문제는 대개 해결된다. 막연하고 모호한 불안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불안으로 변환하는 방법이다. 해결 가능한 불안이면 해결책을 세우면 되고, 불가능하다면 포기하면 된다.


우울증이나 중독의 금단 증상으로 발생할 수도 있고, 호르몬 기능이 저하되어 의욕 저하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니 2주 이상 무기력이 지속된다면 일단 내과에 가서 검진부터 받아봐야 한다. 무기력은 마냥 견뎌서도 안 되고 함부로 비난해서도 안 된다. 신체 질환일 수도 있다.


한 번 실패로 곧장 무기력에 빠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기'나 '끈기'란 말이 괜히 있겠는가. 그런데 마치 한계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반복해서 실패를 맛보거나, 깊은 상처를 주는 반응에 노출되면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실패에 익숙해지는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부른다.


흔한 말로 '방전'이 되어버려 의욕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소진증후군(burnout syndrome)이다. ... 이 경우는 주로 체력 문제다. ... 이때는 잠시 쉬다 보면 대개 해결이 된다. 여유가 된다면 안식년을 갖는 것이 좋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휴가라도 내야 한다. 그마저도 힘들면 주말에라도 푹 쉬어야 한다. 몸에 필요한 영양제라도 맞으면서 쉬고, 잘 자고 잘 먹는 것 위주로 생활을 조절해야 빠져나올 수 있다.


평소 불안이 높은 사람은 에너지가 금방 소진된다. 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 보니, 정신 에너지가 줄줄 샌다. 


의욕이 있건 없건 움직이고 실행할 수 있다. 의욕은 행동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또 움직이다 보면 의욕이 생기기도 한다. ... 어떤 복싱 체육관에는 'No crying, No complaint, Just work'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려면 일단 움직여야 한다. 원치 않아도, 재미없어도, 의미 없어도 된다. 밖에 나가 조금이라도 걸어야 하고, 그것도 안되면 몸부림이라도 쳐야 한다.


우리가 심박 수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호흡 수는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하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내쉴 때 길게 내뱉으면 안정을 찾는다. 열등감은 떨쳐낸 사람들과 가장 비슷한 신체를 경험한다. 


설령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원인 분석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 그런 고통의 원인에 관한 공통된 답변은 '과거'라는 점이다. 과거의 특징은 바뀔 수 없다는 데 있다.


비난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친구들을 불러놓고 불평을 얘기하면 일시적으로 카타르시스 정도는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이 배설되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다친 마음을 치료하고 나쁜 습관을 버리고 싶다면 변해야 한다. 자존감을 찾고 싶다면 '분석'이 아니라 '변화'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변화를 피하고 미루는 습관'을 떨쳐내고 새로운 목표를 잡아야 한다. 


자존감 강한 사람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인생에서 발생한 나쁜 사건이 자존감까지 약해지도록 하지 않는다. 힘든 일이 생긴 건 안타깝지만, 그걸로 삶이 휘어지진 않는단 얘기다. 말하자면 나쁜 일과 자신 사이에 단단한 벽이 있어서, 바이러스를 항체가 방어하듯 자신과 연결 짓지 않는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많은 걸 자신과 연결한다. 살면서 마주하게 된 나쁜 일들을 자기 일로 관련짓는 논리 회로가 있다. ... 주변 사람들의 나쁜 일이 자기 때문에 생겼다고 스스로 비난한다. ... 나의 문제를 남에게 연결할 때 분노가 된다. 자기 문제로 지나치게 연결하는 습관은 예민함의 씨앗이 되며 자존감에도 치명적이다.


우리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들은 단단한 고리를 형성한다. 그래서 한번 형성된 회로는 그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 부정적인 생각의 회로가 강화된 채 우리를 괴롭힌다. 마치 생각의 회로에 벽이 쌓인 것과 같다. 이를 허물기 위해서는 뇌의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자극해야 한다.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움직이게 하는 '양측성 자극'을 주면 뇌 회로가 말랑말랑해진다. 대표적 양측성 자극은 '걷기'다. 걸을 때마다 왼쪽 뇌와 오른쪽 뇌가 번갈아가면서 활동한다. ...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는 양측성 운동으로는 안구 운동이 있다. 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이 밖에 몸의 양쪽을 한 번 씩 터치하는 방식, 귀 양쪽에 번갈아가면서 소리를 들려주는 방식도 양측성 자극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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