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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 - 말보다 따뜻한 몸의 언어, 터치
이달희 지음 / 예담 / 2012년 11월
평점 :
등을 토닥거려주는 친구의 손,
내 어깨 위에 걸친 친구의 손,
나의 눈물을 닦아주는 친구의 손,
내 이마에 다가온 친구의 입술,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는 참으로 많은 위안을 준다.
-헨리 나우웬의 <영혼의 양식>중에서 (p. 58)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사람에게는 사람들 간의 부대낌, 접촉이 필수적이다.
신체적인 접촉 없이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접촉은 인간이 갈망하는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내가 나 스스로를 나타내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나의 인성을 형성하고 다듬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p. 35)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인간 스스로가 날 때부터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아기때부터 보살핌을 필요로 해 왔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랑의 손길을 쫓고 있다.
‘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주 작은 한 개체입니다. 개별적인 존재인 모든 ‘나’가 저마다 사랑과 친밀감을 느끼도록 접촉하고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사랑과 친밀함을 나누는 것이 나와 너, 그리고 우리 공동체 모두의 균형 잡힌 조화로운 성장과 건강함을 향한 치유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치유의 응답은,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을 나눌 때 사랑을 주는 이와 사랑을 받는 이 모두의 내면으로부터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슬비처럼 조용하게 내 몸과 마음을 적시듯 깃들다가 때로는 천둥번개처럼 큰 울림으로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p. 198)
돌아보면, 어린 시절 우리의 생활과 놀이들은 대부분 ‘접촉’의 형태였습니다. 어부바 하면 엄마 등 뒤에 올라가 포대기로 감싸인 채 세상구경을 다녔고, 엄마의 무릎을 베고 귀청소를 할 때의 그 간지럽지만 시원함이 좋았습니다. 엄마도 흰머리 뽑아라 하시면서 누우셨습니다. ‘엄마손은 약손’하면서 만져주시면 아팠다가도 한참 푹 자고나면 가뿐해지곤 했습니다. (p. 240)
모두가 알고 있는 버젓한 사실을 이렇게 책까지 낼 필요가 있었을까? 저자의 답은 '있다'이다. 현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 중 다수의 원인은 바로 이 '접촉'이다. 심지어 7살짜리 어린 아이도 '외롭다' '쓸쓸하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을 보면 마음이 시리다. 사람 사이의 결속력이 약해지면서 어릴 적부터 제때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소외받고 외면받아 애정이 결핍된 사람. 비단 그들의 문제일 수는 없다. 물론 사회에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소하는 그들은 문제도 있지만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근원임이 분명하듯 이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일 수 있다.
“매일같이 나는 신에게 감사한다. 네가 내게로 온 것을,
운명이 두 영혼을 맺어준 것을,
내가 태어난 것은 오직 너를 만나기 위함이었고
내가 어른이 된 건, 너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함이었다.”
충족되지 않았던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갈증은, 예술가로서 자신을 공감해주고 지지해준 예술적 동지이자 ‘영혼은 어머니’였던, 여섯살 연상의 일본계 전위예술가 오노 요코를 만나면서 채워지게 됩니다. 존 레논은 오노 요코에게서 불안정하고 지쳐 있는 자신의 영혼을 맡길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비난의 소리들을 뒤로 하면서 존 레논은 오노 요코와 재혼합니다. (p. 99)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의 저자 이달희는 신체심리치료센터의 센터장이자 신체심리치료 전문가다. 흔히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찾기 위해 정신상담을 받는다고 하는데, 신체심리치료는 단지 듣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접촉으로서 몸과 마음이 필요로 하는 안정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간 내담자의 사례와 세계적인 접촉의 사례를 적절히 엮어 보다 구체적으로 주제를 전달하고자 했다. 특히 이전에 다른 방식으로 접해본 이야기였지만 '꼭꼭꼭, 꼭꼭'이야기와 '캥거루 케어'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다시 또 금세 눈가가 촉촉해졌다. 읽을때마다 가슴 찡한 아름다운 내용이다. '접촉하라' '접속하지 말고 접촉하라' 스마트기계의 보급으로 인간관계의 접속은 간편하게 늘어났으나 접촉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고통을 견디려면 하루 세 번 포옹하고, 아픔을 치유하려면 하루 다섯 번, 마음이 성숙해지려면 하루 여덟 번 포옹하라.”는 말이 있다. 사람과 손을 잡거나 안아주면서 신체적 접촉의 치유 효과를 느껴본다.
-김형경 <좋은 이별> (p. 155)
특히 우리 가정에서의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가 큰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성장하면서 꾸준히 생각하건대 우리나라 아버지의 역할은 틀렸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의 역할만이 강조되고 주를 이루어오면서 아버지는 단지 돈 벌어오는 기계에 불과했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느지막히 어른이 되고서야 가정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낯선 타인일 뿐이다. 그런데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게 그렇게 부당하고 서운할 수가 없는거다. 이런 순환적 고리가 우리 사회의 모순이다.
넘어질 것을 두려워 마라.
다른 세상도 주저하지 마라.
어른이 되는 것도 겁내지 마라.
잊지 마라. 너를 위한 따뜻한 손길이 곁에 있음을.
딸의 성장하는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주면서 장면마다 딸의 곁에서 잡아주고 보살펴주는 아버지의 손을 클로즈업합니다. 맨 마지막엔 결혼식장에서 아버지가 사랑의 손으로 딸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사랑은 책임이며, 그 사랑을 지켜가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깨닫게 하는 가슴 따뜻한 광고였습니다. 아버지의 손길은 믿음, 듬직함, 변치 않음, 강함, 진취적임, 그리고 그 바탕에 있는 온화함이란 메시지와 연결이 되는군요. (p. 61)
나의 아버지 역시 접촉에 항상 목말라 하시는 것 같다. 매일 어머니 뿐만 아니라 자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평소에 쑥쓰러워 하지 못하시던 말씀을 술 기운을 빌어 말씀하시며 손을 꼭 붙잡곤 했다. 그리고 친구분들께 이렇게 나이먹고 아빠 손 잡아주는 딸이 어딨냐며 자랑하셨고, 10개월 간의 미국 교환학생에서 돌아오던 길 공항에서의 포옹을 두고 두고 스무 번쯤 말씀하셨다. 미국식 인사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당시에는 어정쩡하게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웠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동생보다 더 자주 빈번하게 아빠와 접촉하려 한다. 가족 외출시 엄마와 동생이 저만치 가버리면 나는 느릿느릿한 아빠의 걸음에 발맞춰 팔짱을 끼거나 손을 붙잡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접촉하여 아빠의 마음이 따뜻해 졌으면 한다.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를 읽으며 또 생각하고 다짐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열심히 마음을 담아 접촉해야 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아름다운 시 <꽃> 중 앞 구절입니다. 지천에 피어 있는 수많은 꽃들, 그 가운데에서도 내 눈길이 닿고 내 마음이 움직여 ‘너 참 아름답구나’하고 탄성을 울리게 하며, 마침내 손길을 내밀게 하는 어떤 꽃이 세상에는 존재합니다. 내가 내민 손길로 특별해지는 관계 말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접촉’이란 의식을 통해 누군가에게 ‘이름’을 붙이고 특별한 관계를 맺습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거리 한가운데 가만히 서 있다 보면 나는 마치 섬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바다의 파도처럼 흘러가는 사람들 가운데 내 삶에 의미를 주었던 어느 한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면 얼마나 반가운지요.
바라보고, 마음이 가고, 손길이 닿으면서, ‘당신’이라는 존재에게는 이름이 붙여집니다. 내게 ‘당신’은 어떠한 의미가 됩니다.
관계는, 그렇게 ‘접촉’으로 시작됩니다. 외로운 섬은, 그렇게 ‘접촉’으로 대지와 연결됩니다. (p. 136)
부디 이제는,
마음의 빗장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기를.
홀로 있음의 외로움이 진정한 슬픔의 뿌리였다 말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혼자가 아니라, 공감의 장에서 우리 함께할 수 있기를. (p. 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