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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피델리티
닉 혼비 지음, 오득주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는 자기와 함께 살던 여자친구 로라가 떠나는것부터 시작한다.
로라가 떠나는 것이 슬프면서도 로라가 떠난 것보다 자신을 추스리기 위해지금까지 자신에게 상처를 심하게 주었던 여자친구 5명을 꼽아본다
열두살 남짓했을 때 사흘간 사겼던 여자친구 앨리슨 애시워스, 자신과는 자기를 거부하고 다른
남자와 쉽게 잤던 여자친구 페니 하드윅, 친구의 여자친구였던 자신의 여자친구 재키앨런, 너무나
자신에겐 눈부시고 멋졌던 여자친구 찰리 니콜슨, 차인 남자와 차인 여자가 모여서 친구처럼 연인처럼 만났던 사라 켄드류가 그 리스트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이 소설의 주인공 로브는 리스트를 잘 만든다는 것이다.
로라에게 못된 짓을 한것도 리스트로 만들었고, 음악에 관련해서는 언제나 리스트를 만든다.
심지어 장례식에 어울릴 곡 리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리스트 작성을 통해 로브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이해하며 정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좀더 명확해지는 기분이랄까.. 사실 로브는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 것인지 명확하게 깨닫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리스트 작성이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이는 35살이지만 사실 로브는 아직도 아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과는 친해지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여자친구에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한다. 음악이 그의 인생의 모든 것이지만
지금 자신의 상태에는 언제나 불행을 느낀다. 찰리에게 차인 후 그 슬픔에 정신이 나가 있는 동안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레코드 사에게 일하면서 돈을 모아 '챔피언쉽비닐'이라는 이름의 작은 레코드 가게를 낸다
이 가게에서도 자신의 취향인 레코드만 잔뜩 들여놓고 자기와 마찬가지로 한 음악에만 편중적인
사랑을 가지고 있는 두 아르바이트생 딕과 배리와 함께 레코드 가게를 꾸려나간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직업에,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언제나 자신을 별볼일 없는 남자로 계속 생각한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 로라가 떠나게 되고 그는 자신을 찬 여인들과의 관계를 뒤돌아보며
무엇이 잘못되어 그런 결과들이 생겨나는지를 알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여자친구 로라가 위층 남자와 눈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말 유치하고 치졸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스토킹과 여자친구에 전화해서 화내기 등등.. 게다가 그 섹스의 유무와 좋았냐 아니냐에 대한
끈질긴 질문은 "솔직히 뭐 이런 남자가 있어?" 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이 소설은
어떠한 환상이나 꾸밈 없이 있는 그대로의 한 남자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브와 같은 행동을 남자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여자도 그렇지 않을까?
이 책은 남자판 '브리짓 존슨의 일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라고 할 분들도 많겠지만 어쨌든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사실 나는 아직도 사랑에 환상을 가지고 있고, 이러저러한 상상(심하면 망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로브처럼)을 하면서 사랑을 꿈꾸고 미래를 꿈꾼다.
아마도 로브는 그런 면에서 나를 닮은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어리석은 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읽으면서 더 짜증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로브는 자신의 생활, 직업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다른 소위 '앨리트'들처럼 어깨에 힘을 주고 자신의 삶에 만족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만 그것을 위해 행동을 하던지,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앉아서 상상을 하고 생각을 할 뿐이다. 그렇기에 그의 그런 상태는 계속 된다. 전혀 성장도 하지
않고 변화도 하지 않은채로, 정신적인 시간은 멈춰버린 것이다. 자신의 여자친구 로라가
떠나지 않았다면 영원히 겉만 큰 아이처럼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알수 없는 행동에 대한 이해는 로라의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때야 비로서 그는 자신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로 인해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누군가가 죽음으로서 이별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 차라리 살아있을때의 이별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죽음으로 인해 로브와 로라는 다시 만나게 되고 로브는 로라를 통해 다른 새로운 사람들
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DJ) 로라에 의해 다시 한번 하게 되면서
비로서 자신이 원하는 음악으로 만든 공간에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다른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정신적인 성장, 즉 '어른'이 되어가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완전히 '어른'이 된 것은 아니지만 '어른'이 될 수 있는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이 책은
끝이 난다. 이책에는 영국적인 색체가 아주 진하게 드러난다. 언급되는 TV 드라마, 쇼프로, 음악가 등등.. 그야말로 영국문화의 한부분이 잘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미국여성에 대한 편견까지.. 말로 듣기는 했지만 그러한 것이 책으로 드러났을때에는
또 묘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책 전반에 흐르는 음악 이야기, 가수들과 그들의 노래를
아쉽게도 거의 알지못했기에 이책의 진정한 묘미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아쉽다.
이책을 통해 나의 음악적 무지가 철저하게 드러나 원망(?)스럽기도 하다.
이제부터 좀더 음악에 대해 들어보고 이책에 언급된 음악은 조금씩 듣기로 결심했다.
모든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을 떠올릴수 있을때 다시 한번 이책을 읽어볼 것이다.
이 책은 음악을 통해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했기에 음악을 모르고는 제대로 주인공을 이해하고
알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정도는 가능하다. 그러나 '어느정도'일뿐이다. 그러한 사실때문에
내가 쓴 서평이 '제대로' 되었다고 볼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현재 내가 책을 보고 느낀
감상은 솔직하게 적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본다면 그때에는 또다른 서평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다음번엔 이 책에 녹아 있는 음악성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