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읽는 시간 - 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 공부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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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지금 어떤지, 지금 어떤 기분이나 느낌이 드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삶에서 정말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까요? (P7)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나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감정들에 대한 책 속의 여러 질문들에 대해 내 자신에 대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많았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낯설어졌다. 이 책은 내가 나답게사는데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기분화, 애착, 정서분별, 정서조절, 마음챙김, 자기자비, 조망수용라는 마음도구 7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부제는 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 공부이다. 종종 인간 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나 답게 살고 싶지만, 세상은 나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끌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오는 피로감일 것이다. 작가는 상대방과의 사이에 건강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계란 나를 지키고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는 이라고 한다. 매우 공감 가는 내용이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건강한 경계일 것이다.

 

이 책은 2부 구성으로 되어 있다. 1부에서는 내 마음을 읽는 법,` 2부에서는 삶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1부에는 애착과 정서에 대한 내용이 특히 흥미로웠다. 정서란 선천적인 감정이 아닌, 경험과 기억에 의해 나의 뇌가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조절 역시 가능하다고 보는 작가의 관점에 동의되는 점이 많았다. 2부에서는 고독에 대한 내용을 단순히 심리적 증상으로 보기보다는 뇌가 사회적 고립을 싫어한다는 신경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도 막상 혼자 오래 있게 되면 타인과의 관계를 원하게 되는 것은,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혼자가 아닌 무리로 생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본능의 발달에서 온 뇌의 신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생활에 사례들을 들면서 이해하기 쉽게 마음과 감정에 대해 설명해 나가면서도, 심리학적으로만이 아니라, 많은 학자, 실험 결과, 사례들을 들어 과학적, 철학적으로 접근해서 다른 심리학 책들과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출생순서가 성격을 만든다는 외국 연구 결과가 무척 재미있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마음도구 중의 하나인 조망수용이라는 개념이 있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나는 내가 무척 독립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독립적이여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이 어딘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 나에게 내재되어 있는 조망수용의 능력을 좀 더 발달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좀 더 많이 이해하고 싶어졌다.

내 마음이 지금 어떤지, 지금 어떤 기분이나 느낌이 드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삶에서 정말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까요? (P7)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은 마치 자신이 언어를 만들고 지배하는 것처럼 굴지만, 사실은 언어가 인간을 지배한다"고 말했죠.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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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험
보도 키르히호프 지음, 서윤정 옮김 / 붉은삼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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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독일 올해의 책’을 수상한 작품. 저자 ‘보도 키르히호프’는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독일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이 책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출판사를 운영하였으나 점점 독자보다도 작가가 많아지는 그런 상황을 보게 된 후 출판사를 폐업하고 봐이스아흐탈 골짜기로 오게 된 ‘라이터’는 제목 없는 책 한권을 발견하게 된 날 저녁, 이웃의 ‘레오니 팜’이라는 여성의 방문을 받는다. 그날 밤 라이터의 재킷과 제목 없는 책과 함께 갑작스럽게 시작된 두 사람의 여행은, 4월 눈 덮힌 추운 봐아스아흐탈에서 아헨호를 지나 따뜻한 시칠리아로 이어지게 된다. 두 사람은 3일 동안 마을을, 바다를, 다양한 지역들을 지나며 서로의 마음 속 깊숙이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도착한 시칠리아에서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다른 곳에서 온, 말도 통하지 않는 그 작은 여자아이와의 만남은 라이터와 레오니의 오래된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하고, 두 사람의 여정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춥지만 한편으로 따뜻한 느낌이 묻어나는 표지,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익숙하지 않은 만연체에 대화문도 따로 “”가 아닌 글자크기만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초반에는 페이지를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이 지나가면서 굳이 이건 대화인가 아닌가를 생각하기보다 의식의 흐름에 맡기고 자연스럽게 읽어나가기 시작하자 책 속의 흐름을 따라 두 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여행 중에 나누는 기억들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가족, 애정, 행복, 머무는 것, 그리고 떠나는 것. 기억 속 깊은 곳에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 지금도 그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는 기억들은 여행을 통해 상처가 벌어지고, 피가 나고, 다른 누군가에 의해 치유된다. 그리고 그 여행은 시칠리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된다. 그들이 달려온 여행의 시간들. 그것이 그들의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책을 덮은 후에도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차 안의 두 사람의 모습의 잔상이 계속 남는다. 이 책을 읽던 시간은 나에게도 조금 특별한 시간이었다.

 

 

제가 주변에 조언자가 없는 누군가에게 얘기해줘도 된다면, 안 좋은 기억도 그 의미가 있고, 현재 만족하는 것에 대해 예리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p68)

행복하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운이 좋았건 혹은 실패로 끝이 났건 그가 순수하게 누군가를 위해 씻는 이 순간이 행복한 거다.(p157)

바다와 사랑은 사람들이 둘 다 볼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타인에게 있는 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볼 수 있었을까. 그렇다, 느끼는 거지 보지는 못한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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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 일상의 오류가 보이기 시작하는 과학적 사고 습관
데이비드 헬펀드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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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 있어 과학이란 언제나 어려운 것,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또한 다른 한편으로 항상 알고 싶은 것, 궁금한 것이기도 했다. 과학이란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학문이라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과학이라는 학문을 궁금해 하는 나도 언젠가 과학과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의 부제 일상의 오류가 보이기 시작하는 과학적 사고 습관가 더욱 나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저자 데이비드 헬펀드는 컬럼비아대학교 천문학과 교수로 컬럼비아대학교 신입생 필수과정으로, 인문학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코어 커리큘럼에 최초로 과학 수업을 개설하고 가르쳤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공원에서도, 야구장에서도 일상적으로 과학적 생각을 하는 저자의 과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부제를 보고 실생활과 접목된 기초과학인문학에 관련된 도서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과학적 수식이나 그래표들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해서 읽기 어려운 부분도 많아서 중간 중간 정독하지 못하고 넘어간 페이지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짤막 상식이나 일상생활에서 궁금했던 부분들을 과학적으로 계산하고 설명해주는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사이비과학 등 다양하고 짤막짤막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 ‘11장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부분은 무척 흥미로웠다.

 

항상 과학과 수학이 두려워웠던 나에게 무척 인상 깊었던 문구가 있었다.

수만 보면 얼어버리는 증세에 굴복하지 마시라. (중략) 수야말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회에서 통용되는 화폐이며, 그릇된 정보가 횡행하는 시의 중요한 방패막이다.”

무작정 수가, 과학이 어렵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속지 않고 바쁘게 변화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의 이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으로써 과학을 배워야겠다는 자각을 가지게 만든 문구였다. 저자는 과학을 배우는 것은 세계관을 풍성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과학이 나의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더 흥미로워졌다.

 

현재 우리는 우리 자신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칭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주의 나이를 1년으로 보면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것은 23:59:30라고 한다. 24시간 중 단 30초 동안 인류는 과학의 발전으로 엄청난 진화를 이루었지만, 과연 우리는 진화한 만큼 지혜로워졌을까? 이 책이 지구에 대하여, 그리고 인간에 대하여 내가 좀 더 지혜로워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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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 일상의 오류가 보이기 시작하는 과학적 사고 습관
데이비드 헬펀드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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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 있어 과학이란 언제나 어려운 것,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또한 다른 한편으로 항상 알고 싶은 것, 궁금한 것이기도 했다. 과학이란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학문이라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과학이라는 학문을 궁금해 하는 나도 언젠가 과학과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의 부제 일상의 오류가 보이기 시작하는 과학적 사고 습관가 더욱 나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저자 데이비드 헬펀드는 컬럼비아대학교 천문학과 교수로 컬럼비아대학교 신입생 필수과정으로, 인문학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코어 커리큘럼에 최초로 과학 수업을 개설하고 가르쳤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공원에서도, 야구장에서도 일상적으로 과학적 생각을 하는 저자의 과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부제를 보고 실생활과 접목된 기초과학인문학에 관련된 도서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과학적 수식이나 그래표들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해서 읽기 어려운 부분도 많아서 중간 중간 정독하지 못하고 넘어간 페이지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짤막 상식이나 일상생활에서 궁금했던 부분들을 과학적으로 계산하고 설명해주는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사이비과학 등 다양하고 짤막짤막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 ‘11장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부분은 무척 흥미로웠다.

 

항상 과학과 수학이 두려워웠던 나에게 무척 인상 깊었던 문구가 있었다.

수만 보면 얼어버리는 증세에 굴복하지 마시라. (중략) 수야말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회에서 통용되는 화폐이며, 그릇된 정보가 횡행하는 시의 중요한 방패막이다.”

무작정 수가, 과학이 어렵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속지 않고 바쁘게 변화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의 이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으로써 과학을 배워야겠다는 자각을 가지게 만든 문구였다. 저자는 과학을 배우는 것은 세계관을 풍성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과학이 나의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더 흥미로워졌다.

 

현재 우리는 우리 자신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칭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주의 나이를 1년으로 보면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것은 23:59:30라고 한다. 24시간 중 단 30초 동안 인류는 과학의 발전으로 엄청난 진화를 이루었지만, 과연 우리는 진화한 만큼 지혜로워졌을까? 이 책이 지구에 대하여, 그리고 인간에 대하여 내가 좀 더 지혜로워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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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짓기
정재민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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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만난 한국 추리소설.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집필에 4년이 걸렸다는 작가 소개란을 보고 더 흥미가 생겼다.


2012년 서울, 1963년 삼척 도계의 탄광촌.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는 사회복지사의 과거를 파헤치는 소설가의 이야기와 탄광촌에서 성장한 한 여이의 이야기.

전혀 이어질 것 같지 않은 두 이야기가 서로 교차해 나가며 지루할 틈 없이 계속해서 궁금증을 이어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글 중에 등장하는 소설가는 소설 쓰는 게 거미가 거미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이 소설도 마치 거미집을 짓듯이 1963년과 2012년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정교하게 얽히고 설켜서 단단한 거미집이 만들어지듯이 이야기가 연결되어 간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보기엔 시체나 피, 살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삶에서 오싹함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작품 집필을 위해 인터뷰를 하기 위해 흉터가 있는 남자에게 접근한 소설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그 남자에 대한 궁금증은 타인에 대한 단순한 관심이라고 보기에는 과한, 집착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상태로 변해간다. 알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란 이런 것일까.

책을 읽는 나 역시도 그 소설가의 마음으로 김정인, 서희연 두 남녀의 처절한 삶에 대한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갔다.

"아무리 길을 달리 잡아도 꼭 한곳에서 만나. 거기가 막다른 골목인걸 아는데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이란 정말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삶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글이였다.


책 띠지에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야기는 시작된다!'라는 글이 있다.

정말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간만에 재미있는 한국 추리소설을 만난 기분이였다.

"아무리 길을 달리 잡아도 꼭 한곳에서 만나. 거기가 막다른 골목인걸 아는데 벗어날 수 없다?"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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