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짓기
정재민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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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만난 한국 추리소설.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집필에 4년이 걸렸다는 작가 소개란을 보고 더 흥미가 생겼다.


2012년 서울, 1963년 삼척 도계의 탄광촌.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는 사회복지사의 과거를 파헤치는 소설가의 이야기와 탄광촌에서 성장한 한 여이의 이야기.

전혀 이어질 것 같지 않은 두 이야기가 서로 교차해 나가며 지루할 틈 없이 계속해서 궁금증을 이어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글 중에 등장하는 소설가는 소설 쓰는 게 거미가 거미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이 소설도 마치 거미집을 짓듯이 1963년과 2012년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정교하게 얽히고 설켜서 단단한 거미집이 만들어지듯이 이야기가 연결되어 간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보기엔 시체나 피, 살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삶에서 오싹함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작품 집필을 위해 인터뷰를 하기 위해 흉터가 있는 남자에게 접근한 소설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그 남자에 대한 궁금증은 타인에 대한 단순한 관심이라고 보기에는 과한, 집착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상태로 변해간다. 알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란 이런 것일까.

책을 읽는 나 역시도 그 소설가의 마음으로 김정인, 서희연 두 남녀의 처절한 삶에 대한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갔다.

"아무리 길을 달리 잡아도 꼭 한곳에서 만나. 거기가 막다른 골목인걸 아는데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이란 정말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삶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글이였다.


책 띠지에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야기는 시작된다!'라는 글이 있다.

정말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간만에 재미있는 한국 추리소설을 만난 기분이였다.

"아무리 길을 달리 잡아도 꼭 한곳에서 만나. 거기가 막다른 골목인걸 아는데 벗어날 수 없다?"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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