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역사인가 - 린 헌트, 역사 읽기의 기술
린 헌트 지음, 박홍경 옮김 / 프롬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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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H.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역사 역시 다른 모습일 것이다. 과거에 벌어진 수많은 일 중 어떤 사실이 역사가 되는 것일까. 주석을 제외하면 170페이지 되지 않는 얇고 가벼운 이 책은 역사에 대한 무거운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역사란 어떻게 보자면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지만, 현재 우리의 삶은 그러한 과거가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문화적, 사회적 토양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나 일본의 침략 역사와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역사 외곡으로 인해 한일 역사 갈등이 한층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금 올바른 역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역사는 일어난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해석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사실은 문서, 증거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흔히 역사는 승리자들의 기록이라고 말하듯 남겨진 문서에는 작성한 이의 주관적인 입장과 의견이 담길 수밖에 없고, 설령 객관적인 사실이 전달되더라고 그 사실에 대한 해석에 따라 각기 다른 역사가 탄생한다. 역사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왜곡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의 발견에 의해 수정되어 지기도 한다.

근현대사 외곡 논란으로 끊임없이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뉴라이트 교과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추진 문제 같은 역사 교과서 논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민 역사를 축소, 부정하는 일본이나 아프리카의 프랑스 식민 정부의 역사를 축소하고,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를 소외시키며 잉글랜드 위주의 역사만을 다루는 프랑스나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역사 교과서 논란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역사의 진실성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록과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존중의 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역사만큼 타인의 역사 역시 존중할 수 있다면 좀 더 균형적인 시선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지금의 시대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왜곡된 정보 속에서도 진실을 찾을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널리 유포되고 정확한 근거나 합당한 증거 없이도 많은 사람의 입을 통해 사실처럼 변형되기도 한다. 한일 역사 논란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기인 지금이야 말로 역사의 진실성을 꿰뚫어볼 수 있는 올바른 시선과 객관적인 역사 인식이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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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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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걸리버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걸리버가 소인국과 거인국을 여행하면 겪는 기상천외하고 신비한 모험의 세계는 나를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성인이 된 지금 완역본으로 다시 읽은 걸리버 여행기는 동심파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를 만한 풍자소설이었다.


종교, 정치적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던 1700년대 영국의 잉글랜드계 아일랜드인인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책에 등장하는 선상 의사 걸리버의 16년 7개월 동안 릴리펏(소인국), 브롭딩낵(거인국), 라퓨타와 발니바비, 일본, 후이늠국(말의 나라)의 총 4번의 여행기를 통해 영국의 정치적 상황과 사람들의 타락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동화에서는 흥미진진한 모험이야기로만 읽혔던 거인국과 소인국 여행기는 이제 마냥 재미있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업무적인 능력이 아닌 밧줄 곡예를 잘 하면 고관 자리에 오를 수 있고, 달걀을 먹기 전에 깨트리는 방식 차이로 다른 나라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소인국 릴리펏의 모습들을 통해 그 당시의 영국의 정치체재를 비판하고 있는 모습이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소인국에서 맨손으로 함선을 수십 척 나포해 영웅대접을 받던 걸리버는 거인국 브롭딩낵에서는 신기한 동물취급을 당한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나 서커스단에서 동물들에게 공연을 시키듯 밭에서 그를 발견한 주인은 걸리버에게 공연을 시키고 돈을 번다. 왕비가 걸리버에게 흥미를 가지게 되어 왕국에 살게 된 후에도 영국에 관심을 가지는 왕과 정치, 교육, 전쟁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손님으로의 대우받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왕비의 난쟁이가 걸리버에게 싸움을 걸고, 미니 배를 만들어 항해 기술을 선보이는 걸리버의 모습을 왕궁사람들이 웃으며 구경한다. 손님으로서 환대해준 왕에게 보답으로 화약과 대포의 제작법을 알려주려 하는 걸리버에게 혐오감을 표시하는 왕의 모습을 통해 저자의 전쟁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말의 나라에서 후이늠과 야후를 만나고 돌아온 걸리버는 이성적이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말의 모습을 가진 후이늠에 대한 존경과 함께 야만적이고 본능적인 인간의 모습을 한 야후를 마음 깊이 혐오하게 되어 집으로 돌아와서도 가족과의 관계조차 거부감을 표시하며 말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인다. 분명 정치적인 상황이나 이기심, 편견으로 인해 벌어지는 폭력과 다툼,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실을 보고있자면 인간이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모든 인간을 끔찍한 동물로, 사랑하는 가족의 냄새조차 혐오하고 참을 수 없어하는 걸리버의 모습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다.


유감스러운 부분은 매 여행기마다 다수의 여성을 충동적이고, 냄새나고, 부정을 저지르며 남성을 유혹하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거인국에서 걸리버를 구해주고 보살피는 글룸달클리치 같은 여성도 등장하지만, 대부분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글이 쓰여진 시대나 저자의 여성관계를 고려하더라도 불편한 점인 것은 사실이다.


소인국 여행기에서 걸리버는 거짓말하기, 둘러대기, 기만하기, 모호하게 말하기를 인간의 악습이라고 표현한다. 후이늠을 존경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1700년대나 2019년이나 인간의 악습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나를 모험의 세계로 빠져들게 해 준 걸리버 여행기는 이제 완역본의 신랄한 풍자를 통해 사회와 인간에 대한 비판의 세계로 안내한다. 두 버전 모두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역시 완역본은 읽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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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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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장소가 바로 당신이다.

 

삶의 모든 순간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다. 집, 학교, 직장, 상점, 식당, 도로, 여가생활을 하는 많은 장소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연적이 아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장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이란 그 공간에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글은 무척 공감되는 부분이다.

 

건축평론가이자 신경건축학회 회원이기도 한 저자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은 실재하는 건축물이 우리 뇌와 신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건축학을 비롯해 신경건축학, 인지신경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분석과 사례를 통해, 건축과 디자인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며 그 공간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경건축학은 인간의 인지사고 과정이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건축가와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인지를 할 때 뇌 뿐만이 아니라 온 몸을 통해 느끼고 경험한 감각 역시 인지의 일부분이 된다는 ‘체화된 인지’는 그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무기질적인 공간이나 부패한 냄새가 나는 장소는 기분을 다운시키고, 부드럽고 정감가는 공간은 예민해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기억 역시 공간과 함께 떠오른다. 행복했던 기억도 불쾌했던 기억도 공간과 상황은 하나로 인식된다. 인식을 하면 할수록 공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경험과 지각에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 윈스턴 처칠 (P44)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행복’한가.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유명한 건축가의 디자인과 많은 자금을 투자한다고 해서 훌륭한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장소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조화이다. 자신과 주변, 자연과 대도시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의 ‘클라우드 게이트’, 섬세하게 자연과 인간, 신앙을 녹여낸 스위스의 성 베네딕트 예배당,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고 도시의 소란함 속에서 편안함을 주는 북촌의 찻집. 책 속에서 사례로 등장하는 장소들을 보면서 내가 행복하게 인식했던 공간은 어디인가에 대해 떠올려보게 된다.

 

또한 인간은 자연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가 개발되고, 커져갈수록 자연은 급격하게 줄어가고 있다. 1,0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살고 있는 메가시티인 서울의 녹지 비율이 2.3%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보면 새삼 놀랍다. 도시에서 접하는 자연은 인공적인 조경이나 공원정도이고, 그 공간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가에 대한 사례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디자인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나는 지금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그 공간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나를 둘러싼 공간들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의 세포는 3개월 주기로 교체된다고 한다. 3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같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 낸 장소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건축은 인간에 의해 이루어진다. 긍정적인 영향도, 부정적인 영향도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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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니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1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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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니는 “당신 생각에 어떻게 해야 우리가 전쟁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영국 중산층 남성 변호사의 편지에 대한 답장의 형태로 가부장제 속에서의 여성의 삶, 전쟁, 파시즘에 대한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을 담고 있다.


 

기니(guinea)는 1663년부터 1813년까지 영국에서 발행된 금화로 1파운드 1실링의 가치를 가진 화폐 단위이다. 그는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으로 1기니는 여자대학을 재건하기 위한 기금으로, 1기니는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의 취업을 도와주는 협회로, 1기니는 문화와 지적 자유를 보호하고 평화 보전을 목표로 둔 협회에 기금으로 보내고자 한다.


 

1919년 영국에서 성차별금지법(Sex Discrimination Removal Act)의 시행으로, 여성의 특수 직업과 공무원 진출의 자유가 법적으로 인정되고 같은 해 낸시 애스터라는 첫 여성 하원의원이 탄생하였으며, 그로부터 9년 후인 1928년 여성 투표권이 인정되었다. 가장 먼저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한 뉴질랜드가 1893년, 심지어 스위스는 1971년이 되어서야 여성의 투표가 가능해졌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되는 권리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시대는 불과 멀게는 100여 년 전에서 가깝게는 40여 년 전,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들에게 권장되는 직업은 결혼 뿐이었고, 가부장제의 억압된 사회 속에서 재정적인 부분을 남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여성들은 당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전쟁, 애국심에 대한 독립적인 의견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연 500파운드의 독자적인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확장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어떠한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여성들’이 남성의 영향에서 벗어나 ‘사심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에 대한 대학 교육과 전문 직업을 통한 경제적 자립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법의 개정과 제도의 개선으로 여성이 결혼이 아닌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다년간의 경력과 높은 자격 요건을 갖춘 여성에게조차 1년에 250파운드를 번다는 건 대단한 성취’인 가부장제 사회에서 벗어났지만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황에서는 전쟁에 대해 남성에게 독립적인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기에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 남성에게는 작지만 ‘가난’한 여성에게는 큰 돈인 1기니를 여성의 대학과 취업을 위한 기금으로 보내라는 것은 무척 상징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그는 고등교육을 받고 독자적인 수입을 얻은 여성들이 문명화된 인간이며 아웃사이더로 남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 전쟁,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려는 욕망에 무관심하고, 자신만의 정신과 생각을 지닌 아웃사이더로서 말이다.


“어떻게 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여성에 대한 고등교육, 경제적 자립, 독립적인 아웃사이더라는 울프의 가부장적이고 파시즘적 제도와 전쟁에 맞서는 답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존재하고, 사회적, 경제적 불안이 집단주의와 획일화를 가속화시키는 지금, 울프가 정의하는 문명화된 아웃사이더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왜 지금 울프인가?” 단순한 페미니즘이 아닌 인본주의적 버지니아 울프의 목소리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과 깊은 사색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상, 여성으로서 나는 나라가 없으며,
여성으로서 나는 나라를 원치 않으며,
여성으로서 나의 나라는 전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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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 맥주를 보다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음미하다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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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않은가. 맥주는 취미가 될 수 있다.

과거 나에게 맥주는 단순히 식당에 가서 주류를 주문해야 하면 다 ‘그 맛이 그 맛이지’라는 생각으로 선택하는 술에 불과했다. 일단 접할 수 있는 맥주의 종류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고, 라거 스타일 외에 맥주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맥주시장은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수제 브루어리뿐만 아니라 동네서점, 작은 빵집, 작은 공방, 지금의 세상은 규모는 작아지고, 종류는 더 다양해지는 추세다.


 

내가 알지 못했던 맥주의 세계가 넓고도 다양했다. 맥주라는 큰 카테고리 속에는 라거 뿐만이 아니라, 페일 에일, 인디아 페일 에일, 스타우트, 트라피스트 에일, 브라운, 엠버, 포터, 복, 세종 같은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고, 해외와 국내의 수많은 브루어리에서 물, 맥아, 홉, 효모와 더불어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맥주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소규모 브루어리의 맥주를 만나기 위해서는 해당 브루어리를 방문하거나 연계된 크래프트 펍에 직접 찾아가야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 어떤가. 이제는 자신의 취향과 그날의 기분, 음식과 어울리는 페어링을 고려해 맥주를 선택해 마실 수 있다. 수많은 종류의 맥주 중 자신만의 맥주 취향을 찾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맥주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대체 어떤 맥주가 나의 취향에 맞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음식에도 각자의 기호가 있듯이 맥주 역시 사람마다 미각도, 취향도, 좋아하는 맛도 다 제각각이다. 타인의 추천도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정말 나의 취향에 맞는 맥주는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맥주에 흥미를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맥주를 찾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맥주의 기원, 종류를 시작으로 맥주에 대한 다양한 지식, 나에게 맞는 맥주를 찾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 음식과 맥주의 페어링까지 차근차근 읽어나가다보면 나의 취향과 맞는 맥주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Part 2 나만의 취향 탄생>과 <Part 3 맥주도 음식입니다>는 맥주 선택에 대한 유용한 팁들이 많다.

맥주의 쓴맛은 알코올 도수(ABV)와 홉의 쓴맛 정도(IBU)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나, 와인의 라벨처럼 맥주 라벨을 통해 그 맥주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는 법, 맥주에 맞추어 맥주잔을 고르는 방법 등 평소 맥주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준다.

한식, 세계음식과의 맥주 페어링 역시 흥미롭다. 김치나 나물에 어울리는 맥주라니 상상해 본적 없는 각양각색의 페어링을 보면 맥주의 세계가 얼마나 다양한지 잘 알 수 있다. 명절 음식 페어링이나 치즈별 페어링도 눈에 띈다. 맥주 페어링 노트나 음미 노트도 작성해보고 싶고,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싶은 페어링들이 가득하다.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맛있게 즐기기 위한 맥주 이야기. 내용면에서는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고, 깜찍한 일러스트에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나에게 맞는 맥주 찾기 입문서. 오늘 저녁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맥주 한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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