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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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장소가 바로 당신이다.

 

삶의 모든 순간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다. 집, 학교, 직장, 상점, 식당, 도로, 여가생활을 하는 많은 장소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연적이 아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장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이란 그 공간에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글은 무척 공감되는 부분이다.

 

건축평론가이자 신경건축학회 회원이기도 한 저자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은 실재하는 건축물이 우리 뇌와 신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건축학을 비롯해 신경건축학, 인지신경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분석과 사례를 통해, 건축과 디자인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며 그 공간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경건축학은 인간의 인지사고 과정이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건축가와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인지를 할 때 뇌 뿐만이 아니라 온 몸을 통해 느끼고 경험한 감각 역시 인지의 일부분이 된다는 ‘체화된 인지’는 그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무기질적인 공간이나 부패한 냄새가 나는 장소는 기분을 다운시키고, 부드럽고 정감가는 공간은 예민해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기억 역시 공간과 함께 떠오른다. 행복했던 기억도 불쾌했던 기억도 공간과 상황은 하나로 인식된다. 인식을 하면 할수록 공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경험과 지각에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 윈스턴 처칠 (P44)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행복’한가.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유명한 건축가의 디자인과 많은 자금을 투자한다고 해서 훌륭한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장소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조화이다. 자신과 주변, 자연과 대도시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의 ‘클라우드 게이트’, 섬세하게 자연과 인간, 신앙을 녹여낸 스위스의 성 베네딕트 예배당,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고 도시의 소란함 속에서 편안함을 주는 북촌의 찻집. 책 속에서 사례로 등장하는 장소들을 보면서 내가 행복하게 인식했던 공간은 어디인가에 대해 떠올려보게 된다.

 

또한 인간은 자연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가 개발되고, 커져갈수록 자연은 급격하게 줄어가고 있다. 1,0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살고 있는 메가시티인 서울의 녹지 비율이 2.3%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보면 새삼 놀랍다. 도시에서 접하는 자연은 인공적인 조경이나 공원정도이고, 그 공간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가에 대한 사례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디자인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나는 지금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그 공간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나를 둘러싼 공간들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의 세포는 3개월 주기로 교체된다고 한다. 3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같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 낸 장소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건축은 인간에 의해 이루어진다. 긍정적인 영향도, 부정적인 영향도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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