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니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1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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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니는 “당신 생각에 어떻게 해야 우리가 전쟁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영국 중산층 남성 변호사의 편지에 대한 답장의 형태로 가부장제 속에서의 여성의 삶, 전쟁, 파시즘에 대한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을 담고 있다.


 

기니(guinea)는 1663년부터 1813년까지 영국에서 발행된 금화로 1파운드 1실링의 가치를 가진 화폐 단위이다. 그는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으로 1기니는 여자대학을 재건하기 위한 기금으로, 1기니는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의 취업을 도와주는 협회로, 1기니는 문화와 지적 자유를 보호하고 평화 보전을 목표로 둔 협회에 기금으로 보내고자 한다.


 

1919년 영국에서 성차별금지법(Sex Discrimination Removal Act)의 시행으로, 여성의 특수 직업과 공무원 진출의 자유가 법적으로 인정되고 같은 해 낸시 애스터라는 첫 여성 하원의원이 탄생하였으며, 그로부터 9년 후인 1928년 여성 투표권이 인정되었다. 가장 먼저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한 뉴질랜드가 1893년, 심지어 스위스는 1971년이 되어서야 여성의 투표가 가능해졌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되는 권리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시대는 불과 멀게는 100여 년 전에서 가깝게는 40여 년 전,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들에게 권장되는 직업은 결혼 뿐이었고, 가부장제의 억압된 사회 속에서 재정적인 부분을 남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여성들은 당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전쟁, 애국심에 대한 독립적인 의견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연 500파운드의 독자적인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확장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어떠한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여성들’이 남성의 영향에서 벗어나 ‘사심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에 대한 대학 교육과 전문 직업을 통한 경제적 자립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법의 개정과 제도의 개선으로 여성이 결혼이 아닌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다년간의 경력과 높은 자격 요건을 갖춘 여성에게조차 1년에 250파운드를 번다는 건 대단한 성취’인 가부장제 사회에서 벗어났지만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황에서는 전쟁에 대해 남성에게 독립적인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기에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 남성에게는 작지만 ‘가난’한 여성에게는 큰 돈인 1기니를 여성의 대학과 취업을 위한 기금으로 보내라는 것은 무척 상징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그는 고등교육을 받고 독자적인 수입을 얻은 여성들이 문명화된 인간이며 아웃사이더로 남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 전쟁,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려는 욕망에 무관심하고, 자신만의 정신과 생각을 지닌 아웃사이더로서 말이다.


“어떻게 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여성에 대한 고등교육, 경제적 자립, 독립적인 아웃사이더라는 울프의 가부장적이고 파시즘적 제도와 전쟁에 맞서는 답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존재하고, 사회적, 경제적 불안이 집단주의와 획일화를 가속화시키는 지금, 울프가 정의하는 문명화된 아웃사이더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왜 지금 울프인가?” 단순한 페미니즘이 아닌 인본주의적 버지니아 울프의 목소리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과 깊은 사색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상, 여성으로서 나는 나라가 없으며,
여성으로서 나는 나라를 원치 않으며,
여성으로서 나의 나라는 전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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