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세상의 모든 범죄는 영화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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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사회 속에서 수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만, 실상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범죄를 접할 수 있는건 언론과 대중매체를 통해서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라는 장르는 영상과 스토리라는 막강한 무기로 보는 사람들에게 범죄를 인식하고 간접적으로 체감해보고, 깊이 고민해 볼 수 있게 해주는 분야 중 하나다.

한국 최초의 범죄학 박사인 저자는 37편의 영화 속에 담겨 있는 범죄 코드들을 통해 다양한 범죄의 유형과 문제점, 사회 문제와 범죄의 관련성, 범죄학, 피해자학, 형벌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손꼽히는 범죄영화 중 한편인 1991년 개봉한 ‘양들의 침묵’에서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한니발 렉터 박사의 오싹한 이미지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들리는 사이코패스, 프로파일링 수사,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재와 한니발 박사와 스털링 요원의 심리전이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그 당시에는 최고의 스릴러 영화로 재미있게 봤었는데, 저자가 분석한 범죄 코드들을 통해 그때는 지나쳐버렸던 주제들과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더듬어 보게 되었다.

2015년 개봉해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나 미국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란 영화를 보면 언론이 가지고 있는 힘과 대중매체와 언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지켜져야 할 언론의 자유와 동시에, 그 자유가 오보와 무고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 역시 잊지 않아야 한다. 또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경우 거대한 종교 집단에서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은폐되어 왔던 아동 성범죄의 문제와 가해자인 성직자들을 수용하는 재활센터 위치에 대한 보스턴 지역 주민들의 모습 속에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문제시 되고 있는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959년부터 2015년까지 개봉한 37편의 범죄 영화 중에 무려 4편의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미국의 전설적인 사기범 ‘프랭크 애버그네일’로 등장해, 항공기 조종사, 의사, 검사 등 다양한 직업을 사칭하고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대담한 사기를 벌이는 이 영화 속에도 다양한 범죄 코드가 존재한다. 결손 가정과 청소년 범죄의 상관성은 물론이고, 갈수록 고도화 되는 지능범죄를 통해 기술 발달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달 역시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DNA분석을 통해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면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소재가 되기 한 33년 동안이나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특정해 낼 수 있었다.

이미 보거나 알고 있던 영화 속에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숨어 있었나 싶은 부분들도 많이 보이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영화들 역시 흥미로운 소재와 내용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들이 이것저것 머릿속에 떠오른다. 역시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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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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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다. 사랑스럽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된다. 아기자기하고 유머러스한 내용 속에 담긴 날카롭고 실랄한 풍자가 웃음 뒤에 긴 여운을 남긴다.

 

 

영국의 카투니스트 ‘톰 골드’가 영국 유명 일간지 <가디언>에 연재한 책과 문학에 대한 카툰을 모은 컬렉션 <카프카와 함께 빵을>은 작가, 독자, 작품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소재를 주제로 한 말 그대로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작가, 독자, 고전문학, 현대문학, 전자책과 출판업계 등 책에 대한 카툰의 이야기들을 보고 있자면 왜 저자가 ‘애서가들의 만화가’라고 불리는 지 알 수 있다.

 

 

책의 뒷표지를 장식하기도 한 '내서재'‘유명을 달리하신 우리의 친애하는 책들’을 보면서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읽는 내내 내 책장에 있는 책 목록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다 문득, [최근에는 읽었지만 기억이 하나도 안 남 항목]의 책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떠올려버렸다. 슬프다.

 

 

 

쓰는 작가나 읽는 독자만큼이나 등장인물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숙녀였다가 암살자도 되어야하고, 중세에서 SF로 장르를 넘나들어야 하는 등장인물의 애로사항이 듬뿍 담긴 작품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힘내세요. 아마도 주인공!!

 

 

 

‘전쟁과 평화’ 낚시성 홍보 문구에는 나도 낚여 버렸다. 이 작품에 이렇게나 많은 놀라운 사실과 눈을 의심할 만큼 믿기 어려운 사건들이 담겨 있었다니. 내가 책을 너무 성의 없이 읽었던 것일까. 엠마, 제인 에어, 템페스트, 페이지를 넘길수록 다시 읽어야할 책 목록이 많아지게 만드는 독서 권장 카툰이라는 생각을 한건 나 혼자만일까.

 

 

 

 

‘진정한 명작! 좀처럼 만나기 힘든 원작을 전적으로 능가하는 영화’라는 리뷰를 보고 시무룩해진 원작을 보면서 나도 함께 조금 시무룩해지고, ‘엉터리 글쓰기 교실’ 1주째 시시껄렁한 스타일 구축하기를 시작으로 6주째 소름 끼치는 책으로 출간하기의 6주 과정을 보며 최근 무분별한 출판시장을 꼬집는 냉소적인 풍자에 씁쓸해지는, 어느 한 장 버릴 페이지가 없는 멋진 카툰들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이다.

 

 

 

처음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페이지를 열기도 전에 이미 이 책을 반드시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책과 문학에 대한 애정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하고, 시의적절한 풍자를 가미한, 간결하지만 묵직하고 귀엽지만 시니컬한 매혹적인 카툰의 세계에 어떻게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아이스너상’ 최고의 유머 부문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그야말로 걸맞는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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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와 기담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이상화 지음 / 노마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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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9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기존의 ’우리말 어원사전‘과 ’우리말 잡학사전‘을 재미있게 봤던데다, 이번 주제가 '설화와 기담'인지라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감이 들었다.

신화와 설화, 기담과 전설은 끊임없이 사랑받고, 이야기되며,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된다. 북유럽신화를 모티브로 한 마블영화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미디어, 문학을 통해 그리스로마신화를 꾸준히 만나며, 전설과 기담을 모티브한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곤 한다. 왜 우리는 있을 수 없는 신비로운 이야기에 끌리는 걸까. 저자는 ‘판타지’를 SF, 가상, 공상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살면서 염원하고 소망하는 것 역시 판타지에 속한다고 정의한다. 각박한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판타지는 우리가 상상하고 꿈 꿀 수 있게 만드는 힘이자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신화와 전설 / 영물과 괴물, 요괴 / 괴담과 기담 / 믿기 어려운 사실들 / 이승과 저승>

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여러나라의 창세신화부터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거대한 유인원으로 추정되는 빅풋 같은 목격담만이 존재하는 미확인 생물, 용, 염라대왕과 저승사자, 밀로의 비너스와 노스트라다무스의 에언 같은 기이한 이야기들까지 책 한권에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중국과 한국, 일본의 창세신화로부터 시작한다. 큰것에 대한 선망이 담긴 한국의 거인 마고할미 창세신화와 치밀하고 섬세한 것을 선호하는 일본의 축소지향성을 담은 일본의 창세신화에 대한 해석은 흥미로웠다. 상상 속 이야기 같은 창세신화와 각가지 신화 속 이야기들 속에서는 그 속에 담긴 각각의 민족의 특성과 사고방식, 동서양의 인식 차이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과거 모계사회에서 청동기, 철기시대로 변화하면서 점점 부계사회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화 속에 담긴 남신들의 힘과 권한이 커짐과 동시에 여신들의 지위와 역할 역시 분화되고 축소되며, 때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전해내려오는 신화나 역사의 이야기들 속에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 담겨 있다.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중국신화 속 서왕모의 반도가 열리는 과수원이나, 진시황이나 이집트의 파라오들의 영생을 얻기 위한 행위들 속에 장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페가수스나 이카로스 신화는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인간의 염원의 결과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하늘을 벗어나 우주까지도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죽음을 관장하는 여러나라의 죽음의 신과 사후세계에 관련된 신화나 설화를 통해서 우리는 그 속에 담고 있는 각 민족의 내세관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난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부활과 안식, 환생 같은 언젠가 다다를 그 곳에 대한 희망이 담긴 상상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기 마련이다.

신화나 전설을 접할때 마다 인간의 상상력은 더 없이 무한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 생각을 다시금 떠오른게 해준 이 책의 제일 큰 매력은 단순히 다양한 신화, 전설, 기담을 모아 단순히 재미있는 소재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을 넘어 그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나 그 민족의 역사, 사고방식을 들여다보려고 했다는 점이다. 재미와 유익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담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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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역사 -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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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잠자리에 들 때 까지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스마트폰의 메시지를 읽고, 방송을 듣고, 일과나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동안 언어와 무관한 시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도 일상적이어서 일까, 성장해가면서 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때 까지 어떤 과정을 통해 언어를 습득했는지,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어떤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거나 생각해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언어학자인 저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언어의 변천, 사회적 용례, 다양성, 위기언어, 수화, 인터넷,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 같은 40가지의 폭넓은 주제에 통해 언어에 대해 쉽게 접근하면서도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초반의 챕터들을 통해 아기가 태어나 울음소리를 시작으로 발음을 익히고 어휘와 문법을 학습해가며 소리가 단어와 문장으로 이어지고 능숙하게 언어를 사용하기까지 체계적인 과정을 보면, 평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나라별, 시대별 차이는 물론이고, 세대별로 선호하는 어휘도 다르다. 또한 사적인 공간, SNS, 전문 분야 같이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하나의 어휘에도 다양한 약어, 속어가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미디어와 인터넷을 비롯한 사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언어의 변화 속도 역시 가속화되면서 용어나 어휘의 생성과 소멸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 중 하나는 영어나 중국어, 스페인어처럼 사용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거대화되는 언어가 있는가하면, 상대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언어 역시 많다는 점이다. 언어학자들은 앞으로 100년 내에 전 세계 언어 절반이 사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현재도 약 2주마다 한 개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이것은 아프리카나 소수민족의 언어만이 아닌 우리 가까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제주어’는 2011년 유네스코에서 분류하는 사멸 직전인 소멸 위기언어로 분류되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인가 읽었던 하나의 언어가 소멸하는 것은 하나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글이 떠올랐다.

언어의 중요성을 들자면 끝이 없다. 언어는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다양한 사실과 감정을 전달하며, 역사와 전통, 문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준다. 물론 언어만이 소통과 표현의 수단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정확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의 원제는 ‘A Little Book of Language’다. 이 작은 책은 나에게 언어라는 큰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해준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저자가 영어사용자인지라 연구 과정이나 예시들이 영어를 기준으로 되어 있어서 변천이나 속어, 놀이 언어같은 부분에 대해 100% 이해할 수 없어 아쉽다는 점이다. 이럴 때마다 다중언어사용에 대한 욕심이 되살아난다. 역시 다시 언어공부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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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돌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1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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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 펼쳐낸 인류의 자서전

피 땀 눈물의 연대기


우리는 왜 보석을 욕망하는가. 화려하기 때문에? 비싼 광물이라서? 보석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에?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유구한 역사와 파란만장한 스토리는 보석을 한층 더 빛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업계에서 ‘주얼리 스토리텔러’로 통하는 저자를 통해 만나는 보석의 연대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각양각색의 역사를 담은 보석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된다.


현대에는 보석이 부의 상징이자, 대부분 여성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 왕정시대에는 신앙과 권력의 상징으로 그 가치를 더했다. 일반인은 접할 수조차 없었고, 왕족과 성직자에게만 허용되며,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다이아몬드를 목걸이로 과감히 착용하고 프랑스의 왕 샤를 7세 앞에 당당히 선 ‘아녜스 소렐’은 프랑스 왕실의 첫 번째 메트레상티트르(왕의 공식 정부)가 되어 왕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적인 부분에까지 관여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닥 낮설지 않은 모습이지만, 왕족도 아닌, 게다가 여성이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착용한 모습은 왕의 눈을 한눈에 사로잡을 만큼 센세이션한 일이었다.


약혼반지의 시초가 되었다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3세의 장남 막시밀리안이 유럽의 가장 부유한 상속녀 브루고뉴의 마리 드 부르고뉴의 요청에 따라 그에게 청혼을 할 때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는 합스부르그가를 광범위하게 유럽에 영향력을 넓히고 전성기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막시밀리안이 가문의 사비에 더해 대출까지 받아서 반지를 장만할 수 있었다고는 하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보석의 가치 만큼이나 보석을 얻기 위한 인간의 욕망과 그 영향력은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후 황금과 에메랄드를 수탈하기 위해 라틴 아메리카 왕국들을 멸망시키고, 수많은 사람과 자원을 착취, 약탈했으며, 다이아몬드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아프리카 광산은 식민지 시대에는 유럽에 착취를 당하였고, 독립 이후에는 독재자, 군벌, 내전 세력들이 다이아몬드를 판 수입금으로 전쟁비용을 충당해오며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명칭까지 붙었다.

 

 

 

 

 

‘잉카 제국의 황금과 에메랄드, 유럽인이 퍼트린 전염병, 성모의 놀라운 기적’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스토리가 응집된 안데스의 왕관은

스페인의 식민 시대를 상징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물이다. (P109)

 


16세기 콜롬비아의 도시 ‘포파얀’에서 천연두를 이겨낸 것을 감사하는 의미로 주민들이 황금과 에메랄드를 기증하여 만들었다는 ‘안데스 왕관’은 무려 443개의 에메랄드로 장식되어 있다. 왕관의 중심에 있는 24개럿의 ‘아타우알파 에메랄드’는 피사로가 잉카 제국 최후의 황제 알타우알파에게 강탈한 것이다. 자신들의 토속신앙과 제국을 말살당한 라틴 아메리카 주민들이 스페인 정복자들로부터 유입된 천연두를 이겨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성모상에 장식할 왕관을 제작하기 위해 유럽에 의해 약탈당하는 황금과 에메랄드를 기증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요즘은 결혼도 간소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결혼반지라 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건 다이아몬드 반지다. 여전히 ‘다이아몬드는 영원’하고 있다. 생명과 힘, 에너지를 상징해 유색 보석의 왕으로 가장 귀하여 여겨졌다는 루비는 마주할 때마다 절로 눈을 빼앗긴다.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진주와 오팔, 루비와 보석 달걀, 비취까지, 클레오파트라부터 샤를마뉴, 루이15세, 나폴레옹,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그가와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 청나라의 서태후까지 격동적인 스토리가 담긴 보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한 시간은 그 보석들만큼이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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