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 돌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1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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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석이 펼쳐낸 인류의 자서전

피 땀 눈물의 연대기


우리는 왜 보석을 욕망하는가. 화려하기 때문에? 비싼 광물이라서? 보석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에?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유구한 역사와 파란만장한 스토리는 보석을 한층 더 빛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업계에서 ‘주얼리 스토리텔러’로 통하는 저자를 통해 만나는 보석의 연대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각양각색의 역사를 담은 보석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된다.


현대에는 보석이 부의 상징이자, 대부분 여성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 왕정시대에는 신앙과 권력의 상징으로 그 가치를 더했다. 일반인은 접할 수조차 없었고, 왕족과 성직자에게만 허용되며,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다이아몬드를 목걸이로 과감히 착용하고 프랑스의 왕 샤를 7세 앞에 당당히 선 ‘아녜스 소렐’은 프랑스 왕실의 첫 번째 메트레상티트르(왕의 공식 정부)가 되어 왕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적인 부분에까지 관여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닥 낮설지 않은 모습이지만, 왕족도 아닌, 게다가 여성이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착용한 모습은 왕의 눈을 한눈에 사로잡을 만큼 센세이션한 일이었다.


약혼반지의 시초가 되었다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3세의 장남 막시밀리안이 유럽의 가장 부유한 상속녀 브루고뉴의 마리 드 부르고뉴의 요청에 따라 그에게 청혼을 할 때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는 합스부르그가를 광범위하게 유럽에 영향력을 넓히고 전성기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막시밀리안이 가문의 사비에 더해 대출까지 받아서 반지를 장만할 수 있었다고는 하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보석의 가치 만큼이나 보석을 얻기 위한 인간의 욕망과 그 영향력은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후 황금과 에메랄드를 수탈하기 위해 라틴 아메리카 왕국들을 멸망시키고, 수많은 사람과 자원을 착취, 약탈했으며, 다이아몬드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아프리카 광산은 식민지 시대에는 유럽에 착취를 당하였고, 독립 이후에는 독재자, 군벌, 내전 세력들이 다이아몬드를 판 수입금으로 전쟁비용을 충당해오며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명칭까지 붙었다.

 

 

 

 

 

‘잉카 제국의 황금과 에메랄드, 유럽인이 퍼트린 전염병, 성모의 놀라운 기적’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스토리가 응집된 안데스의 왕관은

스페인의 식민 시대를 상징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물이다. (P109)

 


16세기 콜롬비아의 도시 ‘포파얀’에서 천연두를 이겨낸 것을 감사하는 의미로 주민들이 황금과 에메랄드를 기증하여 만들었다는 ‘안데스 왕관’은 무려 443개의 에메랄드로 장식되어 있다. 왕관의 중심에 있는 24개럿의 ‘아타우알파 에메랄드’는 피사로가 잉카 제국 최후의 황제 알타우알파에게 강탈한 것이다. 자신들의 토속신앙과 제국을 말살당한 라틴 아메리카 주민들이 스페인 정복자들로부터 유입된 천연두를 이겨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성모상에 장식할 왕관을 제작하기 위해 유럽에 의해 약탈당하는 황금과 에메랄드를 기증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요즘은 결혼도 간소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결혼반지라 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건 다이아몬드 반지다. 여전히 ‘다이아몬드는 영원’하고 있다. 생명과 힘, 에너지를 상징해 유색 보석의 왕으로 가장 귀하여 여겨졌다는 루비는 마주할 때마다 절로 눈을 빼앗긴다.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진주와 오팔, 루비와 보석 달걀, 비취까지, 클레오파트라부터 샤를마뉴, 루이15세, 나폴레옹,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그가와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 청나라의 서태후까지 격동적인 스토리가 담긴 보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한 시간은 그 보석들만큼이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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