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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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영국 지성인과 문화인들을 통해 매혹적인 한 시대를 이야기한다.

 

‘더 클럽’은 위대한 비평가이자 시인, 문학가이며 1928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출간되기 전까지 150여년의 시간동안 영어의 표준이 되었던 영국 최초의 영어사전(Dictionary of English Language)을 집필한 새뮤얼 존슨과 그의 절친이었던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이자 왕립 미술아카데미 총장인 조슈아 레이놀즈가 만든 모임이었다. 1764년 생활고와 우울증에 빠진 친구 존슨을 위해 레이놀즈는 존슨이 좋아하는 대화와 선술집이라는 조합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런던의 선술집 ‘터크즈 헤드 태번(Turk's Head Tavern)’에서 매주 금요일 회원들이 모여 정치, 경제, 예술,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을 나누었다.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 그의 장인인 크리스토퍼 뉴전트, 증권 중개인 앤서니 채미어, 작가인 올리버 골드스미스, 토펌 보우클레어와 베넷 랭턴, 치안판사이자 음악학자인 존 호킨스와 새뮤얼 존슨과 조슈아 레이놀즈를 포함해서 총 9명으로 더 클럽이 창설되고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로마제국쇠망사>의 저자이자 역사가인 에드워드 기번,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 스코틀랜드 출신의 전기작가 제임스 보즈웰, 영국 최고배우로 손꼽히던 데이비드 개릭까지 다양한 회원들이 모여 20여년간 활동을 이어갔다.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까지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들의 모임이었지만 이 클럽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좋은 벗’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와 시간을 함께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더 클럽이라는 모임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새뮤얼 존슨과 제임스 보즈웰을 포함한 모임 회원들의 간략한 전기이자 18세기 영국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역사책으로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존슨을 스승처럼 존경했던 보즈웰이 남긴 ‘존슨전’에 남겨진 존슨과의 만남, 클럽에서 회원들끼리 나누던 대화에 대한 상세한 기록 등을 통해 존슨의 일생의 한 면과 회원들 간의 우정, 경쟁, 논쟁 등의 다양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그 당시 대다수의 남성 지식인들과는 달리 당대 여성 지식인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영국의 식민지 정책을 비판했던 존슨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되어 영어사전을 집필한 ‘존슨 박사’로만 알고 있던 ‘새뮤얼 존슨’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흥미가 가지게 되었다.

 

또한 주된 회원들을 챕터별로 다뤄 당대 지성인, 예술인, 청치가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들의 초상화를 비롯해서 그 시대 영국의 모습을 담은 삽화들을 통해 역동적이고 활기차고 북적이는 18세기 런던의 모습이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새뮤얼 존슨의 <영어사전>에서는 ‘CLUB''특정 조건에서 만나는 좋은 친구들의 모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느 금요일 런던의 평범한 선술집에 일정한 시간이 되면 회원들이 모여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심오하게 토론을 나누고 사적인 시간을 공유하는 좋은 친구들의 모임 THE CLUB과 함께 18세기 급변하는 런던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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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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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두렵기에 버리고 싶고,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을 언더랜드로 가져갔다. (P16)

언더랜드에서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유용한 것을 생산하고, 해로운 것을 처분하는

세 가지 과제가 문화와 시대를 아우르며 반복된다.

은신처(기억, 소중한 물건, 메시지, 연약한 생명)

생산지(정보, 부, 은유, 광물, 환영)

처리(폐기물, 트라우마, 독, 비밀) (P16)

그러고보면 땅 밑 세상은 우리 삶과 무척이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산업화를 이끌어낸 화석, 석유, 천연가스 같은 자원을 제공하고, 추억, 죽은이들에 대한 기억들을 묻는 곳이며, 어린시절 꿈과 모험의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하늘을 의식하듯 언더랜드를 떠올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자연 작가인 저자 로버트 맥팔레인은 1만년 전 납골당이 있는 절벽아래 멘딥힐스 동굴부터 파리의 카타콤, 경의로운 곰팡이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에핑 포레스트 숲, 볼비의 암흑물질 연구소에서 필란드 올킬루오토섬의 핵폐기물 저장소까지 신비롭고 다양하며 때로는 두렵기도 한 언더랜드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사실 이 책의 소개를 볼 때 과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되어 있었기 때문에 언더랜드에 대한 자연과학적 분석이 담긴 책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펼치고 나니 땅 밑 숨겨진 세상에 대한 탐험기와도 같았다. 1만 년 전의 납골당의 유골과 불비의 지하 광산에 수명을 다해 버려진 채굴기, 로포텐의 오래된 동굴벽화와 파리의 카타콤에 그려진 그래피티는 언더랜드의 거대한 시공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

지금도 지하 깊은 곳 볼비 암흑물질 연구소에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아직 정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암흑물질에 대한 연구가 한창 일 것이다. 우주의 탄생과 동시에 생성되었으며,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을 연구할 수 있는 장소가 지구상에 유일하게 지하 900미터 아래 언더랜드 뿐이라는 사실은 아니러니하다. 하늘보다 더 멀고 먼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을 보기 위해 땅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점은 공간을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파리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도시 카타콤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하묘지가 아니라 더 깊고 다양한 공간이 존재하고, 지하 납골당으로, 전쟁시에는 벙커로, 레지스탕스들의 공간, 또 언젠가는 은폐와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로, 이제는 밤이 되면 그 곳을 사랑하는 카타필(cataphile, 아래를 사랑하는 사람들)들이 좁고 어두운 공간을 건너, 기차가 지나는 땅 아래를 지나 카타콤에 모여 모임을 가지고 파티가 벌어지는 지하세계는 마치 어렸을 적 본 모험소설의 한 장면과도 같아 저자와 함께 언더랜드로 탐험을 떠나는 것만 같았다.

핀란드 남서부 올킬루오토섬 암반 깊은 곳에는 10만 년을 버틸 수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고가 건설 중이다. 숲속 지하 나무들의 균사를 통한 적자생존이 아닌 협력을 통한 공생관계와 거미줄 같이 복잡한 통신망과 네트워크로 고도화된 우드 와이드 웹은 놀랍기만 하다. 동굴에서 숲으로, 빙하에서 바다 속으로, 저자가 안내하는 다양한 형태의 언더랜드는 우리에게 그 공간이 주는 의미를, 앞으로 우리의 머나먼 미래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깊은 심원의 장소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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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세상의 모든 범죄는 영화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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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사회 속에서 수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만, 실상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범죄를 접할 수 있는건 언론과 대중매체를 통해서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라는 장르는 영상과 스토리라는 막강한 무기로 보는 사람들에게 범죄를 인식하고 간접적으로 체감해보고, 깊이 고민해 볼 수 있게 해주는 분야 중 하나다.

한국 최초의 범죄학 박사인 저자는 37편의 영화 속에 담겨 있는 범죄 코드들을 통해 다양한 범죄의 유형과 문제점, 사회 문제와 범죄의 관련성, 범죄학, 피해자학, 형벌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손꼽히는 범죄영화 중 한편인 1991년 개봉한 ‘양들의 침묵’에서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한니발 렉터 박사의 오싹한 이미지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들리는 사이코패스, 프로파일링 수사,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재와 한니발 박사와 스털링 요원의 심리전이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그 당시에는 최고의 스릴러 영화로 재미있게 봤었는데, 저자가 분석한 범죄 코드들을 통해 그때는 지나쳐버렸던 주제들과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더듬어 보게 되었다.

2015년 개봉해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나 미국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란 영화를 보면 언론이 가지고 있는 힘과 대중매체와 언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지켜져야 할 언론의 자유와 동시에, 그 자유가 오보와 무고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 역시 잊지 않아야 한다. 또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경우 거대한 종교 집단에서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은폐되어 왔던 아동 성범죄의 문제와 가해자인 성직자들을 수용하는 재활센터 위치에 대한 보스턴 지역 주민들의 모습 속에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문제시 되고 있는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959년부터 2015년까지 개봉한 37편의 범죄 영화 중에 무려 4편의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미국의 전설적인 사기범 ‘프랭크 애버그네일’로 등장해, 항공기 조종사, 의사, 검사 등 다양한 직업을 사칭하고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대담한 사기를 벌이는 이 영화 속에도 다양한 범죄 코드가 존재한다. 결손 가정과 청소년 범죄의 상관성은 물론이고, 갈수록 고도화 되는 지능범죄를 통해 기술 발달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달 역시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DNA분석을 통해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면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소재가 되기 한 33년 동안이나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특정해 낼 수 있었다.

이미 보거나 알고 있던 영화 속에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숨어 있었나 싶은 부분들도 많이 보이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영화들 역시 흥미로운 소재와 내용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들이 이것저것 머릿속에 떠오른다. 역시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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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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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다. 사랑스럽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된다. 아기자기하고 유머러스한 내용 속에 담긴 날카롭고 실랄한 풍자가 웃음 뒤에 긴 여운을 남긴다.

 

 

영국의 카투니스트 ‘톰 골드’가 영국 유명 일간지 <가디언>에 연재한 책과 문학에 대한 카툰을 모은 컬렉션 <카프카와 함께 빵을>은 작가, 독자, 작품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소재를 주제로 한 말 그대로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작가, 독자, 고전문학, 현대문학, 전자책과 출판업계 등 책에 대한 카툰의 이야기들을 보고 있자면 왜 저자가 ‘애서가들의 만화가’라고 불리는 지 알 수 있다.

 

 

책의 뒷표지를 장식하기도 한 '내서재'‘유명을 달리하신 우리의 친애하는 책들’을 보면서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읽는 내내 내 책장에 있는 책 목록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다 문득, [최근에는 읽었지만 기억이 하나도 안 남 항목]의 책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떠올려버렸다. 슬프다.

 

 

 

쓰는 작가나 읽는 독자만큼이나 등장인물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숙녀였다가 암살자도 되어야하고, 중세에서 SF로 장르를 넘나들어야 하는 등장인물의 애로사항이 듬뿍 담긴 작품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힘내세요. 아마도 주인공!!

 

 

 

‘전쟁과 평화’ 낚시성 홍보 문구에는 나도 낚여 버렸다. 이 작품에 이렇게나 많은 놀라운 사실과 눈을 의심할 만큼 믿기 어려운 사건들이 담겨 있었다니. 내가 책을 너무 성의 없이 읽었던 것일까. 엠마, 제인 에어, 템페스트, 페이지를 넘길수록 다시 읽어야할 책 목록이 많아지게 만드는 독서 권장 카툰이라는 생각을 한건 나 혼자만일까.

 

 

 

 

‘진정한 명작! 좀처럼 만나기 힘든 원작을 전적으로 능가하는 영화’라는 리뷰를 보고 시무룩해진 원작을 보면서 나도 함께 조금 시무룩해지고, ‘엉터리 글쓰기 교실’ 1주째 시시껄렁한 스타일 구축하기를 시작으로 6주째 소름 끼치는 책으로 출간하기의 6주 과정을 보며 최근 무분별한 출판시장을 꼬집는 냉소적인 풍자에 씁쓸해지는, 어느 한 장 버릴 페이지가 없는 멋진 카툰들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이다.

 

 

 

처음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페이지를 열기도 전에 이미 이 책을 반드시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책과 문학에 대한 애정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하고, 시의적절한 풍자를 가미한, 간결하지만 묵직하고 귀엽지만 시니컬한 매혹적인 카툰의 세계에 어떻게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아이스너상’ 최고의 유머 부문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그야말로 걸맞는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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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와 기담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상화 지음 / 노마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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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9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기존의 ’우리말 어원사전‘과 ’우리말 잡학사전‘을 재미있게 봤던데다, 이번 주제가 '설화와 기담'인지라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감이 들었다.

신화와 설화, 기담과 전설은 끊임없이 사랑받고, 이야기되며,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된다. 북유럽신화를 모티브로 한 마블영화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미디어, 문학을 통해 그리스로마신화를 꾸준히 만나며, 전설과 기담을 모티브한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곤 한다. 왜 우리는 있을 수 없는 신비로운 이야기에 끌리는 걸까. 저자는 ‘판타지’를 SF, 가상, 공상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살면서 염원하고 소망하는 것 역시 판타지에 속한다고 정의한다. 각박한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판타지는 우리가 상상하고 꿈 꿀 수 있게 만드는 힘이자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신화와 전설 / 영물과 괴물, 요괴 / 괴담과 기담 / 믿기 어려운 사실들 / 이승과 저승>

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여러나라의 창세신화부터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거대한 유인원으로 추정되는 빅풋 같은 목격담만이 존재하는 미확인 생물, 용, 염라대왕과 저승사자, 밀로의 비너스와 노스트라다무스의 에언 같은 기이한 이야기들까지 책 한권에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중국과 한국, 일본의 창세신화로부터 시작한다. 큰것에 대한 선망이 담긴 한국의 거인 마고할미 창세신화와 치밀하고 섬세한 것을 선호하는 일본의 축소지향성을 담은 일본의 창세신화에 대한 해석은 흥미로웠다. 상상 속 이야기 같은 창세신화와 각가지 신화 속 이야기들 속에서는 그 속에 담긴 각각의 민족의 특성과 사고방식, 동서양의 인식 차이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과거 모계사회에서 청동기, 철기시대로 변화하면서 점점 부계사회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화 속에 담긴 남신들의 힘과 권한이 커짐과 동시에 여신들의 지위와 역할 역시 분화되고 축소되며, 때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전해내려오는 신화나 역사의 이야기들 속에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 담겨 있다.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중국신화 속 서왕모의 반도가 열리는 과수원이나, 진시황이나 이집트의 파라오들의 영생을 얻기 위한 행위들 속에 장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페가수스나 이카로스 신화는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인간의 염원의 결과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하늘을 벗어나 우주까지도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죽음을 관장하는 여러나라의 죽음의 신과 사후세계에 관련된 신화나 설화를 통해서 우리는 그 속에 담고 있는 각 민족의 내세관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난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부활과 안식, 환생 같은 언젠가 다다를 그 곳에 대한 희망이 담긴 상상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기 마련이다.

신화나 전설을 접할때 마다 인간의 상상력은 더 없이 무한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 생각을 다시금 떠오른게 해준 이 책의 제일 큰 매력은 단순히 다양한 신화, 전설, 기담을 모아 단순히 재미있는 소재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을 넘어 그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나 그 민족의 역사, 사고방식을 들여다보려고 했다는 점이다. 재미와 유익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담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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