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거치지 않고 내 시야에 없는 너가 무사하지 못할 상황들만 염려하며 안전하게 돌아올 가능성보다 그렇지 않았던 소수의 사건들에 내 아이가 속할 걱정부터 앞선다. 핸드폰을 쥐어주고 반복적으로 전송되는 아이의 위치를 보면 안심이 될까 했지만 그 불안은 쉬이 잠재워지지 않는다. 배짱이 좋은 나도 아이 앞에선 한없이 오그라든다.다른 양육자가 없이 아빠와 아들만이 놓인 전개가 모든 상황을 더욱 간절하게 한다. 차선의 구원이 없이 포개어 살아 온 두사람 중 한사람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독자의 마음까지 조여오게 한다. 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책은 마음 속 불안한 요동까지 바람결에 다 녹여내고 겁에 질린 아들과 애끓는 아빠의 호흡까지 색에 담아내고 있다.아이는 우리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독립할 준비를 하고 있고 위험한 상황에서 더 영민하고 민첩하게 자신을 보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품속에 껴안아두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적당한 소속감 속에 안정감을 느끼는 만큼 모험의 계기가 담대함을 이끄는 성장의 도약점이 됨을 알려주는 그림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곰곰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나는 버스 제일 뒤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하교 시간이었는지 아이들이 오로록 탔고 내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상상하는 그대로 단어와 단어 사이에 거친 말을 촘촘히 끼워넣는다. 욕을 하기 위해 말을 하는 것인지 말을 위해 욕을 조미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대화를 듣노라니 과거의 내가 보인다. 나를 거대하게 부풀리는 수단으로 가장 위협적이고 저질의 단어만 요점정리해서 써먹던 가여운 내가 말이다. 아이씨~ 우이씨, 우씨 - 라는 말을 돌이 갓 지난 아이를 통해 들었을 때에 근원지를 찾다가 알게 된 점은 그것이 거친 말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채 생활 속에 남용하고 있으며 나도 그 말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만연해 있지만 내가 쓰면 괜찮은데 아이를 통하면 무서워지는 말을 또 하나 꼽는다면 '미쳤다' 인데 덜어내지 못하고 남발해서 꼬마의 지적을 받는 말이기도 하다.말은 본보기가 되어 돌아오는 가장 빠른 피드백이다. 미운 단어뿐 아니라 어감을 형성하는 태도 또한 아이들은 귀신같이 모방하며 나아가 말이 내포하고 있는 비윤리적 의미도 함께 습득한다. 언어생활 전반을 점검해보고 덜어낼 것을 덜어내고 신중을 기하여 비폭력 대화의 문화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향기를만드는말의정원 #노란상상 #호수네책 #책이야기
3만5천원짜리 텐트와 간이 의자, 자충매트에 집에서 쓰던 이불을 가지고 한탄강으로 떠났던 10월 중 하루가 시작이었다. 전기가 없는 곳에서 캠핑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고수가 되었다며 으쓱하던 캠퍼 10하고 몇년 차. 캠핑은 순간을 벗어나기 위한 일탈성 여행 아닌 나에게 완벽한 쉼을 주는 시간이었다. 고기를 굽지 않아도 되고 레토르트 식품이 없이도 캠핑이 가능 해졌을 때에 나는 이제 지존이구나 오만방자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고수나 지존은 형태가 아닌 자연에 이롭지는 못해도 실례는 되지 않는 자세임을 요즘 더욱 절감한다. 텐트 문을 열고 나오니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밭이 내 발 앞에 있던 날, 숲속에 오로지 빗소리만 존재하던 날, 나뭇잎의 부딪힘을 소리로 전해듣는 순간의 경이로움은 계속되길 희망하면서 잔해들은 내 몫이 아니라 여기는 이기적인 행동들을 거두어주길 희망한다. 부디 이 책에 고스란히 담긴 캠핑의 행복감이 온전히 유지 될 수 있게 말이다. 백로주, 팔현 캠핑장에 더 이상 못가게 된 우리는 캠퍼 생활의 방점을 찍고자 우리만의 캠핑장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의 전우들은 오늘도 폐나무 파레트를 가지고 데크를 만들러 떠났다. 온전히 우리만의 방식으로 캠핑하기 위해 말이다. 낭만이 밥 먹여주는 몽상가들의 캠핑이야기 #주말의캠핑#글담출판사 #딴딴단 #호수네책 #책이야기
친정엄마는 내게 이따금씩 호수가 없었으면 어쩔뻔했냐고 묻는다. 그럼 그때가 가장 행복한 줄 알고 살았겠지!라고 답한다.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래형 행복을 짐작할 만큼 불행하지 않았던 까닭도 있지만 근간에 내재된 모성이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내가 어미가 되었으니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것을 수행하는 것으로 양육자의 책무를 다했으며 그것을 부모 됨과 동일시했던 나는 무지렁이였고 무지함에서 비롯된 위선과 교만함을 털어내는 기간이 필요했다. 그러니 호수와 나, 서로는 길들여질 수 없었고 그 반증으로는 나와의 시간과 비례하는 아빠에 대한 의지와 믿음이었다. 풀어서 말하면 나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낼수록 아빠와의 보내는 짧은 시간을 더 기대했고 갈구했다. 아이에게 물질과 시간을 내어주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엄마의 자격이 아님을 미리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그것을 과정을 지나온 것이 지금의 우리 모녀의 농밀한 교감에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관계의 정의를 내리는 것보다 마음의 끈을 엮어가는 매 순간이 완성형 가족으로 향하는 길임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책을 만났다 #나의콜레트 #시공주니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하늘 성애자라고 스스로를 칭했지만 밤하늘의 아득한 아름다움은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보게 된 막연한 심미안과 같다. 빛나는 별자리를, 오늘의 달모양을, 그보다 먼저 우주의 섭리를 궁금해 한적이 있던가. 달이 가로등보다 밝은 날에는 별이 어스름하고 달이 구름에 가려진 날엔 별이 더 선명히 빛난다는 당연한 이치를 나는 아이와 함께 어두운 하늘을 찬찬히 살피며 발견하였고 달과 별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환상은 미지의 세계로 향한다. 전지적 탐사선 시점에서 바라본 우주의 모습은 단순히 그림이라는 말에 그치기엔 부족할 만큼의 황홀경을 선사한다. 우주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이 인간이라면 인류가 발명한 가장 완벽한 발명품은 우주탐사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난생 처음으로 해보았다. 한낱 우주의 조각인 원소로 구성된 생명체는 가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우주를 비행하며 과학정보를 전송하는 보이저호가 하늘이란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밤하늘을수놓는별들 #재능그림책 #호수네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