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를 문방구 앞에서 사고 팔 수 있었던 시절에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에 대한 인식은 애완에 머물렀다. 애완동물은 귀여워하거나 즐기는 무생물적 의미에 가까웠다. 호기심과 돌봄체험 그 선상을 부유하며 단순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생명을 별다른 고민 없이 가정에 들이기도 하던 미개한 시대를 경험한 세대가 있었다. 그때에는 박스에 담아 베란다에서 키우다가 며칠만에 땅에 묻고를 매년 반복하는 친구들도 꽤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닭까지 키워내는 친구도 간혹 존재했다.교감을 통한 동무에 의미로 동물을 재인식하게 된지 벌써 오래 되었다. 동물들은 많은 사람의 정서에 관여하고 있고 밀접하게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 사람과 흡사하게 인격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는 찰나도 종종 있다. 애완이 반려가 되는 개선은 사람들에게 생명존중의 개념을 탑재하게 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도 생각한다. 더 나아가 분양을 받는 것이 아닌 입양으로 변화된 인식은 발전의 의미이기도 했다. #오나의반려닭코코 는 올 여름, 푹푹 찌던 날에 “삼계탕 먹고 싶어요!”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 푸댓자루 속 아직도 푸드덕대는 목을 붙들고 위풍당당 돌아오신 시아버님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아버님은 벌도 닭도 개도 키우며 사랑 퍼주는 박애주의자지만 그 사랑의 피라미드 최상위에는 손녀가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이 장면을 목격했지만 희한하게도 삼계탕을 먹으며 살생에 집중하는 가족은 없었다. 할아버지의 삼계탕을 잔인함과 연결시키지 않는지 이유를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이것이 육식을 하는 것과 동물사랑은 별개의 개념이라고 해석했다. 금덩이보다 귀한 밭의 한 귀퉁이를 내어주고 닭의 우리를 살피고 챙기는 것은 반려의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애정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간과 수고를 쏟는 것만으로도 고결한 의미를 갖는다. 동물과 함께 삶을 공유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찰리북 #호수네그림책 #책이야기
더디고 서서히 자신의 속도대로 자라는 기특한 내 꼬마는 개인의 능력과 속도감에 관한 푸념을 하곤한다. 월등하라 요구하지도 않고 앞서가라 재촉하지 않았던 내 탓인가 싶기도 하다. 기폭제를 던지고 정형화된 모양세를 요구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원했다면 어땠을까? 부서지고 깨지는 과정은 교육의 역할이 아닌 아이가 겪어내야 하는 발달의 영역이라고 답을 내린다. 관찰과 모방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다음에 자신의 것이 발연되는 녀석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전진하는 것이 대견하다. 그 안에서 긍정적 요령을 터득하면 좋으련만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이 못내 애잔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없다고만은 할 수 없으나 기다림도 부모로써 책무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알맞은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거듭되는 실패를 발판 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급하고 잽싼 나는 포기의 행로를 선택했을지 모르지만 느린 성격만큼이나 낙천적인 내 꼬마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잘 닦아가고 있다. 빨리 달려가는 상대를 쫓아 가속을 내기 보다 자신의 속력을 적당히 제어하며 달리는 꿋꿋한 이들의 가치를 지지하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느리고느린가게 #시공주니어 #호수네책 #책이야기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변하기도 했지만 무관심은 이기심으로 탈바꿈 하기도 했다. 방지턱에 대한 불편함이 없이 살았지만 그것으로 오는 약자를 생각하게 되고, 빗겨가면 되었던 존재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 되었다. 비둘기병. 비둘기의 잔해와 배설물로 걸리게 되는 병에 대해 알고부터는 해로움에서 최대한 멀찍이 있고 싶었다. 저 존재가 부디 내 아이 곁에서 펄럭이지 않아주길 원했다. 동물과 나를 동등한 생명으로 여기기 어려웠다. 이처럼 인간은 몹시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동물이지만 반면에 합의가 가능한 합리적 존재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일정한 간격으로 점스티커를 붙여두면 조류의 길을 막지 않아 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건물의 창들을 살피게 된다. 벌이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부터는 쏘이는 두려움에 고마움을 한스푼 얹어본다. #같이삽시다쫌 은 생명의 소중함과 공생의 절실함을 이야기한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 개체수 증가, 배설물 오염 등 불편을 초래합니다>와 함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물의 자생을 돕는 타당한 근거이면 좋겠다. 그것이 생태계 속에 인간이 지켜야할 윤리의 타당성을 뒷받침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비둘기와 조금 더 가까이 그리고 공존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길벗어린이 #호수네그림책
내게 주어진 100의 에너지를 다 쓰고 내일의 10도 가불해서 쓰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90만큼만 사용하고 10을 남겨두려 한다. 이전엔 매일 완전 연소하는 나를 뿌듯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소진되지 않으려고 아낀다. 창틀에 끼어있는 먼지 한톨도 지나칠수 없더니 이젠 구정물이 되어도 두눈을 질끈 감을 수 있고, 거실장에 뽀얗게 내려 앉은 먼지를 뒤로 하고 잠을 청할 수 있다. 그렇게 하루이틀쯤 내버려 두어도 내 하루의 행복에는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강박을 깨는데 10년은 족히 걸렸다.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은 내 아집에 매몰되지 않기위해 귀를 여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인생이 뒤집히는 터닝포인트가 되려 나를 평안한 길로 들어서게 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나는 그 과정에서 치열했고 고독했지만 불가항력과 순리를 받아들였고 탈피해야만 나로써 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똑바로씨와거꾸로집 은 사사로운 것에도 내 방식을 부여잡는 투철함을 가진 누군가를 향해 허물어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지켜내는 것과 자유로워 지는것에 경계를 넘는 것, 마음바꿈을 알려주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씨드북
예비안전진단 통과, 정밀안전진단 모금중, 이런 현수막이 걸리면 아파트는 돈을 버는 수단에 더 가까이 가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내가 사는 주택이 안전하지 않다는 소식에 희열을 느낀다. 88올림픽 전후로 서울에는 엄청난 단지가 형성 되었고 내가 사는 동네도 그쯤 준공된 아파트들이 무리지어 있다. 안전진단과 관련된 현수막이 걸리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것에 가장 의문을 가진 건 다름 아닌 꼬마였다. 안전진단이 뭐야? 그걸 통과하면 어떻게 되는데? 어디서부터 그리고 얼만큼 알려주어야 하는지 난감하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의 움직임을 아이에게 여실히 표현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나는 주거인으로써 재개발 현상이 마뜩잖기도 해서인지 주말밤이면 과자 한봉지를 두고 둘러앉아 티비를 함께 보며 낄낄대는 그만큼의 안락한 공간으로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소망만 전달하고 싶다. 건축물은 역사를 반영한 시대의 결과물이라는 점부터 출발한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가 열심히 사는 동네라는 중의적 표현이 걸맞는 분위기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도 이야기 해보고 싶다. 공동체와 주민자치의 실현이 어려운 서울의 한 귀퉁이 동네의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나는 아이가 조금 더 자랐을 즈음 #새집의첫번째거미 를 무심히 던져주면 되겠다는 꾀를 내어본다. 마을은 아이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주민들도 협동성을 가진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하게 한다. 전지적 주택시점에서 바람직한 삶의 방식과 가족에 대해 풀어 이야기 하는 책을 만났다 #씨드북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