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고 서서히 자신의 속도대로 자라는 기특한 내 꼬마는 개인의 능력과 속도감에 관한 푸념을 하곤한다. 월등하라 요구하지도 않고 앞서가라 재촉하지 않았던 내 탓인가 싶기도 하다. 기폭제를 던지고 정형화된 모양세를 요구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원했다면 어땠을까? 부서지고 깨지는 과정은 교육의 역할이 아닌 아이가 겪어내야 하는 발달의 영역이라고 답을 내린다. 관찰과 모방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다음에 자신의 것이 발연되는 녀석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전진하는 것이 대견하다. 그 안에서 긍정적 요령을 터득하면 좋으련만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이 못내 애잔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없다고만은 할 수 없으나 기다림도 부모로써 책무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알맞은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거듭되는 실패를 발판 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급하고 잽싼 나는 포기의 행로를 선택했을지 모르지만 느린 성격만큼이나 낙천적인 내 꼬마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잘 닦아가고 있다. 빨리 달려가는 상대를 쫓아 가속을 내기 보다 자신의 속력을 적당히 제어하며 달리는 꿋꿋한 이들의 가치를 지지하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느리고느린가게 #시공주니어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