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안전진단 통과, 정밀안전진단 모금중, 이런 현수막이 걸리면 아파트는 돈을 버는 수단에 더 가까이 가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내가 사는 주택이 안전하지 않다는 소식에 희열을 느낀다. 88올림픽 전후로 서울에는 엄청난 단지가 형성 되었고 내가 사는 동네도 그쯤 준공된 아파트들이 무리지어 있다. 안전진단과 관련된 현수막이 걸리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것에 가장 의문을 가진 건 다름 아닌 꼬마였다. 안전진단이 뭐야? 그걸 통과하면 어떻게 되는데? 어디서부터 그리고 얼만큼 알려주어야 하는지 난감하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의 움직임을 아이에게 여실히 표현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나는 주거인으로써 재개발 현상이 마뜩잖기도 해서인지 주말밤이면 과자 한봉지를 두고 둘러앉아 티비를 함께 보며 낄낄대는 그만큼의 안락한 공간으로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소망만 전달하고 싶다. 건축물은 역사를 반영한 시대의 결과물이라는 점부터 출발한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가 열심히 사는 동네라는 중의적 표현이 걸맞는 분위기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도 이야기 해보고 싶다. 공동체와 주민자치의 실현이 어려운 서울의 한 귀퉁이 동네의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나는 아이가 조금 더 자랐을 즈음 #새집의첫번째거미 를 무심히 던져주면 되겠다는 꾀를 내어본다. 마을은 아이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주민들도 협동성을 가진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하게 한다. 전지적 주택시점에서 바람직한 삶의 방식과 가족에 대해 풀어 이야기 하는 책을 만났다 #씨드북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