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동안 내 심장을 맴돌며 진동을 일으키는 강의 대목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지나치게 자신을 특별하게 여겨요. 부모들은 매일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그것을 보여주지요. 사진을 찍기위해 예쁜 옷을 입히고 포즈를 요구해요. 그리고 환호합니다. 저는 그런 현상이 좋게만은 느껴지지 않아요.” 연사님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세세히 알려주시진 않았지만 나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돋보이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자칫 특권의식에 빠지기 쉬울뿐 아니라 빛이 닿지 않는 들여다보지 못한다. 호의는 자연스럽게 받고, 반대로 배려에는 인색해진다. 감사를 느껴야 하는 상황에도 감사하지 않게 된다. 10하고 몇년전쯤 부터 미디어를 통해 아빠의 육아분담이 조명되면서 아빠 육아에 붐을 일어났다. 아빠들은 슈퍼맨이 되지 않을 수 없었고 평등한 가사분배에 대한 의식이 피어났다. 모든 현상에는 양면이 있는 것처럼 긍정적인 변화에도 부정적 평가가 뒤따랐다. 출연자들이 보통 사람의 표본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프로그램 내 이상적인 육아 상황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그것의 반증이 사유리씨 같은 원더우먼 섭외배경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이런 현상이 일상 속 소외로 이어지고 기민한 아이들에게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되는 시발점이 된다. 부모인 나부터 다양성의 범주를 내 아이에게만 한정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민족, 인종, 가족형태의 가지가 풍성하지 않은 편에 속하기에 소수일 수 밖에 없는 타인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이타적 마음을 의식적으로 열어두어야 한다. 랜선아빠는 랜선에서 찾은 상담자이다. 아빠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부모에게 말 못할 고민을 토로할 수 있는 긴밀하고 따듯한 어른이다. 그는 동정이 아니라 동행자로써 다정한 조언을 건낸다. 내 아이처럼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뻥 섞인 다짐보다도 언제든 두리번 거리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어른들이 많아지길, 그리도 나 또한 그렇길 바래보는 책을 만났다 #랜선아빠 #킨더랜드 #호수네책 #책이야기
취집, 취업과 시집을 엮어 놓은 단어. 거기에 여자 팔짜 뒤웅박 팔자 라던 옛말을 붙여본다. 시댁에 들어가 살고, 시어른을 모셔야 하는 것이 마땅했던 가부장제를 견뎌온 민족성에 젖어버린 사고가 답습된 문장일테니 말이다. 여기서 꼬집고 싶은 것은 조상들의 사고를 그대로 가져와 접목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취집이란 단어의 시대착오성이다. 여성들이 삶의 가치와 신념과 상관없이 결혼을 선택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이냔 말이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신분과 수준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면 하루빨리 안녕하시길!)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가장 암울할 때에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았고, 가장 절박한 순간에 더 없이 허왕된 꿈을 꾸기도 했다. 물러설 곳이 없을 때에 한 선택이야 말로 삶의 변곡점이 되었다. 내 마음과 생각에 몰입하는 시간들이 쌓이고 모여야 주도적으로 삶을 설계할 수 있다. 우리는 종용 되어지는 것에 꽤 오랜시간 노출되어 왔고 순종의 미학을 요구받아 왔다. 도구화 되어 빚어지는 것이 괴롭지 않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은 삶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뜻하지 않은 안락함을 느낄 때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이것은 타인의 삶에 기대어 살지 않는다는 것에 기인하여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이다. 이 책은 주체적 삶을 찾아가는 여성의 여정을 일등석에 오르는 것으로 기적을 울린다.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고 탄 기차에서만 내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무임승차는 금방 들통나고만다. 스스로에게 비겁해지지 않으려면 편승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고찰해야 하고 그 답은 일등석보다 그 앞, 어떤 승객도 들어갈 수 없는 그 문에 출입할 수 있는 결과로 돌아올것이다. 현실에서 타협과 순응하는 것은 대단한 미덕이지만 한번쯤은 내 안에 나를 향해 조준되는 화살에 응답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다산어린이 #요요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당근마켓에 바퀴벌레를 잡아달란 요청이 오면 출동하는 분을 티비에서 보았다. 스스로 해도 괜찮은 것,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 정말 못하겠는 것- 중에 뭐라해도 절실했기에 부탁 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루거나 타인의 힘을 빌리고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회피를 택하는 것이 최선인지 질문하지 않을수가 없다. 인류는 물질만능주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 있고 지난 2~3년의 펜데믹 상황은 그것에 힘을 실어나갔으며 (그런데 왜 배달비에는 예민할까) 이제는 그것이 일상의 방식이 되어버렸다.내가 새벽배송을 처음 이용한건 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즈음 (2016년이었던듯)이었다. 지금처럼 품목이 다양하진 않았지만 기동력이 없었던 내게 꽤나 큰 도움이 되었고 나는 그 시스템을 혁신, 획기적이라고 느꼈다. 거기에 의문을 가지고 공론화 한건 공익활동 선배님이었다. 그분께서는 생활 리듬에 반하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생각해볼 일이라 하셨다. 그것은 충분히 토론 해봄직한 주제였다. 대형마트 휴업일은 허울뿐인 정책이 되고야 말았으며 펜데믹은 배달업 성장에 동력을 불어 넣었고 그것이 필요했던 소비자는 그 성장에 가세하였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면서도 쿠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의 모순은 어디까지일까. 뻗어나가는 생각을 몽땅 잡아서 축약해본다. 누가누가 더 빠른가 앞다투는 배송망-뜨겁게 조리된 육식이 담겨지는 플라스틱 용기-이웃간의 관계망 붕괘-저렴하게 빨리 사고 쉬이 버리게 되는 소비구조-배달업 종사자들이 보장 받지 못하는 안전과 복지, 편리함과 속도감의 타성에 젖어버린 우리의 현주소를 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에 도착해있다. 최저가와 더 빠른 배송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버린 충혈된 눈알은 현대인이 핸드폰을 그 어떤 값어치 있는 물건보다 더 소중히 부여잡고 있는지 여실히 묘사하며 호소력 짙은 경종을 울린다. #엄마도감 을 덮으며 말초신경까지 쭈뼛쭈볏 섰던 그날이 생생하다. 인간의 농밀한 내면과 그것이 투영된 사실적 외면을 그림으로 형상화 한것에 정점을 보여주는 #권정민 작가님의 세계는 어디까지 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이 책은 모든 것이 과밀해져버린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어보라 전한다. 뿐만 아니라 가상 현실에서 나와 단순히 기대어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의지하며 살아야함을 은근히 꺼내어 놓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창비그림책 #사라진저녁 #사라진저녁가제본 #가제본서평단 #유아그림책 #100세그림책 #그림책추천 #필독서 #그림책필독서 #창비그림책서평단
성인의 이상적인 수면시간은 8시간이다. 나는 많이 자면 8시간, 적게자면 6시간쯤 잔다. 자는 시간을 쪼깨어 시간을 체계적으로 사용하는 쪽과 끼니는 걸러도 수면시간 확보에 사활을 거는 쪽이 있다면 나는 잠을 줄여서라도 내 시간을 보장받길 원하는 부류다. 내게 해당되지 않는 건 체계다. 그러니 늘 헐레벌떡 우왕자왕 우당탕탕 그렇다. 더이상 볼것도 없는 티비 채널을 돌리고, sns파도타기와 쇼핑몰 둘러보기로 아이쇼핑을 대신 한다. 그러다 장보기 결제로 마무리 되는 밤시간을 보내느라 잠을 내어놓는다. 어찌보면 나는 사치를 부리는 쪽이다. 아이들의 수면시간도 점검해본다. 8세 기준 적정수면시간은 10시간인데 학교갔다 학원돌고 집에 와서는 학교숙제, 학원숙제를 해야 하니 10시간을 지켜내는 것은 쉽지 않다. 숙제가 없는 날에는 벼루던 미디어와 각별한 시간을 보내야 하니 잠부터 반납하고 본다. 엄밀히 따져보면 아이들의 수면부족은 자기의지가 아니니 못자는 것에 가깝다. 바쁘다바뻐 현대사회에서 잠을 줄이지 않으면 노닥거림의 시간을 챙겨 먹을수가 없다. ‘잠 먹는 귀신’이라는 코믹한 캐릭터와 ‘잠빚 갚기’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를 가지고 신랄하게 세태를 꼬집으며 풍자하고 있는 #스으읍스읍잠먹는귀신 은 결코 평이해질 수 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닥친 캄캄한 상황을 신선하게 풀어 말하는 책이다. 거기에 더하여 집단 따돌림, 청소년 자살, 상대적 평가와 비교, 택배업 종사자의 현실. 어느 하나 쉬이보지 볼 수 없는 현안들과 나 사이의 거리가 언제 좁혀질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귀를 기울이는 것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때에 만난 이 책은 자비 없는 위태로운 상황에 개인주의가 답이 아니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고맙습니다 #우리학교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