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바퀴벌레를 잡아달란 요청이 오면 출동하는 분을 티비에서 보았다. 스스로 해도 괜찮은 것,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 정말 못하겠는 것- 중에 뭐라해도 절실했기에 부탁 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루거나 타인의 힘을 빌리고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회피를 택하는 것이 최선인지 질문하지 않을수가 없다. 인류는 물질만능주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 있고 지난 2~3년의 펜데믹 상황은 그것에 힘을 실어나갔으며 (그런데 왜 배달비에는 예민할까) 이제는 그것이 일상의 방식이 되어버렸다.내가 새벽배송을 처음 이용한건 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즈음 (2016년이었던듯)이었다. 지금처럼 품목이 다양하진 않았지만 기동력이 없었던 내게 꽤나 큰 도움이 되었고 나는 그 시스템을 혁신, 획기적이라고 느꼈다. 거기에 의문을 가지고 공론화 한건 공익활동 선배님이었다. 그분께서는 생활 리듬에 반하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생각해볼 일이라 하셨다. 그것은 충분히 토론 해봄직한 주제였다. 대형마트 휴업일은 허울뿐인 정책이 되고야 말았으며 펜데믹은 배달업 성장에 동력을 불어 넣었고 그것이 필요했던 소비자는 그 성장에 가세하였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면서도 쿠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의 모순은 어디까지일까. 뻗어나가는 생각을 몽땅 잡아서 축약해본다. 누가누가 더 빠른가 앞다투는 배송망-뜨겁게 조리된 육식이 담겨지는 플라스틱 용기-이웃간의 관계망 붕괘-저렴하게 빨리 사고 쉬이 버리게 되는 소비구조-배달업 종사자들이 보장 받지 못하는 안전과 복지, 편리함과 속도감의 타성에 젖어버린 우리의 현주소를 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에 도착해있다. 최저가와 더 빠른 배송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버린 충혈된 눈알은 현대인이 핸드폰을 그 어떤 값어치 있는 물건보다 더 소중히 부여잡고 있는지 여실히 묘사하며 호소력 짙은 경종을 울린다. #엄마도감 을 덮으며 말초신경까지 쭈뼛쭈볏 섰던 그날이 생생하다. 인간의 농밀한 내면과 그것이 투영된 사실적 외면을 그림으로 형상화 한것에 정점을 보여주는 #권정민 작가님의 세계는 어디까지 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이 책은 모든 것이 과밀해져버린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어보라 전한다. 뿐만 아니라 가상 현실에서 나와 단순히 기대어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의지하며 살아야함을 은근히 꺼내어 놓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창비그림책 #사라진저녁 #사라진저녁가제본 #가제본서평단 #유아그림책 #100세그림책 #그림책추천 #필독서 #그림책필독서 #창비그림책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