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자리에서도 황홀한 문장을 선물받았다. 그리고 꿈속에서 나는 이렇게 되내었다. 초콜렛 퐁듀도 이보다 더 달콤하진 않을 것 같다고. “지구를 둘러싼 행성을 다 합친 만큼 사랑해. 그 이상에 우주가 있다면 그것만큼 사랑해 엄마, 아빠!” 도무지 믿기지 않을만큼 벅찬 말들을 쏟아내는 아이를 꼭 껴안아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음 한켠에는 이 책이 떠올렸다. 말이야 말로 선순환이 이루어질때에 곧장 긍정적 효과로 발화한다. <너 커서 뭐댈래? vs 너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지 궁금해!> 두 문장이 전혀 다른 감정으로 날아가 닿는다. 언어폭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칫 방심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자아이라, 여자아이라 그렇다는 단서를 붙이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것이 비폭력대화에 시작이 된다는걸 나부터도 잊지 말아야겠다. 아이를 키우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순간, 부모가 된 것을 권력인냥 휘두르거나 군림하지 말자고 나를 다잡는다. 깊은 진심은 파장이 크고 상처로 부터 재빨리 달려 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손을 내밀어 잡는 것과 같은 온기이자 로켓에 탑승하지 않고도 우주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가장 빠른 수단이 되곤한다. 그것이 언어가 갖는 강력한 힘이다. #씨드북 출판사에 <내손을 잡아줘요>시리즈는 아동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서적 사각지대에 몰려 있을 아동인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감옥에갇히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2학기 상담때에 아이 담임선생님께선 문학이 아닌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고 권유 하셨다. 사실 그런면으로 독서편식을 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어서 그러겠다고 했다. 단행본을 고르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처럼 나 역시 지식서를 고르는 것에는 재주가 없었다. 꼭 만화형태가 아니라도 재밌었으면 좋겠고, 오가다 들춰보기도 하고, 펼쳐진 상태로 두고 잠깐잠깐 스쳐서 보아도 괜찮을 책이 필요하던 차였다. 과목 정하듯 매 권마다 주제는 없지만 문턱이 낮아서 접근이 쉬운 책 팩토피아는 논픽션이지만 지식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지식서가 완벽히 아닌 것도 아닌 책. 이 책은 1권부터 3권까지 꾸준히 유쾌하다. 전달하고 있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생소하다. 어린이들 입장에서 얼마나 통쾌한 경험이겠는가! 알아가야 하는 것이 더 많은, 부등호가 항상 배움쪽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렇지가 않으니 말이다. 나도 모르지만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오빠도 모르는 것들. 그래서 내가 이겨먹을 수 있는 상식들이 대거 쏟아지는 책에 아이는 매력을 느낀다. 더럽고, 별나고, 엉뚱하고, 괴이하지만 신기한 상식을 알아가는 재미를 함께 느껴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재기발랄한 그림도 함께! 고맙습니다 #시공주니어 #팩토피아 #팩토피언 #호수네책 #책이야기
아이와 책을 읽다보면 한장을 넘기기가 천리길 고개 넘는 것보다 오래 걸릴 때가 있다. 한 장면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우주로 튀었다가 굴을 팠다가 바다를 건너기도 한다. 마치 탱탱볼이 온 사방으로 튀는 모양처럼 일정치도 않아서 회귀하지 못할때엔 적당히 못들은척 넘기기도 해야한다. 하지만 며칠 지나 문득 그날에 이야기를 다시 곱씹다보면 정말 정말 이상한데 풍성한 소재들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오늘은 아이에 이야기 같은 책을 만났다. 가장 특별한 물건을 가지고 오기로 한 날이다. 모두 저마다에 물건을 보이기 위해 흥분한 틈을 타 통에서 탈출한 거미가 선생님이 발끝에 붙게 되면서 시작되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모험 이야기를 담은 #정말정말이상하고신기한하루 에서 모두가 소리를 지르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관전포인트는 유독 침착한 한 학생을 찾는 것이다. 책 속 연속성이 있는듯 없는 장면과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이 오버랩 되며 필름처럼 돌아간다. 책 한권 읽기 아니, 준비물 검사 한가지에도 웬만한 비탈길 못지 않은 스릴과 꼬부랑 고갯길 보다 더 울퉁불퉁 한 고난이 있지 않겠는가. 내가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이 뒤집어 놓은 배가 뒤집힌 줄도 모르고 출렁거리며 줄행랑 치기 급급했을지도 모른다. 교실에서 초원으로, 강으로, 바다로, 그리고 우주선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 말이 상대에게 도달할 때까지 두드려야 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려준다. 이 귀여운 책을 어떤 똘똘한 꼬마에게 선물하면 좋을지 물색해보아야겠다. 고맙습니다 #길벗어린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몇 해전 여름, 하염없이 그리고 끝없이 이어졌던 장마. 한입으로 내 기분에까지 비가 내린다는 말을 할 만큼 비는 내리고 또 내렸다. 쨍한 날이 없다는 것은 우리에 생활 리듬까지 축축하게 만들었다. 그해에 우리 시댁에 깨와 고추 농사는 어려움을 겪었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흐르는 뙤약볕이 있어야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대표 여름 농작물들에게는 야속한 비였다. 나는 유명한 해 바라기다. 다들 등지기 바쁜 날씨에도 피부가 어떻게 늙든 말든 한증막에 들어가는 아줌마 마냥 자외선 샤워를 한다. 작년에 작게나마 우리만에 텃밭 농사를 시작하면서 더욱 귀히 여기게 된 해의 소중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그리고 텃밭을 갈무리 할 때 월동이 어려운 채소들은 데려와 베란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준 반려인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이번 겨울, 유독 미세먼지와 눈 소식이 잦아서인지 청명한 하늘에 짙은 해가 뜬 날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아쉽다. 겨울은 해가 높이 떠서 집 깊숙이 오랜시간 들어오고 그 해는 질 때에도 깊은 여명을 남긴다. 그것이 겨울 햇살이 주는 위로인데 그것이 부족하니 계절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어제 밭에서 뽑아온 겨울 시금치와 배추, 독에 켜켜이 쌓아 저장해둔 가을 무가 아직도 달디달다는 것. 이 또한 월동이 가능한 작물들에 매력이다. 이 모든 생물이 잘 된 덕에 3할은 땅이고 3할은 물이고 3할은 해가 차지 하고 있지 않을까. 여백 없이 안온한 색으로 꽉 채워진 그림들이 한권에 화집을 감상한듯 나를 둥실둥실 날아오르게 했고 그 기분은 좀처럼 내려앉질 않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노석미작가님 에 그림책이기에 기대가 컸지만 #먹이는간소하게 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님의 짓고 거두어 먹는 생활에 한 귀퉁이를 보며 먹거리에 대한 진심을 엿보았기에 이 책이 더 따스히 느껴지고 해님이 보내는 아침인사에 초보 농사꾼인 나도 소리 높여 응답할 수 있을 거 같다. #굿모닝해님 !!!!!!!! 고맙습니다 #창비 #창비그림책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