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책을 읽다보면 한장을 넘기기가 천리길 고개 넘는 것보다 오래 걸릴 때가 있다. 한 장면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우주로 튀었다가 굴을 팠다가 바다를 건너기도 한다. 마치 탱탱볼이 온 사방으로 튀는 모양처럼 일정치도 않아서 회귀하지 못할때엔 적당히 못들은척 넘기기도 해야한다. 하지만 며칠 지나 문득 그날에 이야기를 다시 곱씹다보면 정말 정말 이상한데 풍성한 소재들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오늘은 아이에 이야기 같은 책을 만났다. 가장 특별한 물건을 가지고 오기로 한 날이다. 모두 저마다에 물건을 보이기 위해 흥분한 틈을 타 통에서 탈출한 거미가 선생님이 발끝에 붙게 되면서 시작되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모험 이야기를 담은 #정말정말이상하고신기한하루 에서 모두가 소리를 지르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관전포인트는 유독 침착한 한 학생을 찾는 것이다. 책 속 연속성이 있는듯 없는 장면과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이 오버랩 되며 필름처럼 돌아간다. 책 한권 읽기 아니, 준비물 검사 한가지에도 웬만한 비탈길 못지 않은 스릴과 꼬부랑 고갯길 보다 더 울퉁불퉁 한 고난이 있지 않겠는가. 내가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이 뒤집어 놓은 배가 뒤집힌 줄도 모르고 출렁거리며 줄행랑 치기 급급했을지도 모른다. 교실에서 초원으로, 강으로, 바다로, 그리고 우주선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 말이 상대에게 도달할 때까지 두드려야 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려준다. 이 귀여운 책을 어떤 똘똘한 꼬마에게 선물하면 좋을지 물색해보아야겠다. 고맙습니다 #길벗어린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